시민들 사이에서 ‘여수의 변화를 알려면 거북선축제를 보면 된다’는 말이 회자된 지 오래다. 43년째 구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거북선축제를 빗대 하는 말이다.

올 1월 강원도 화천군에서 산천어축제가 열렸다. 올해 8회째를 맞이하고 있는 이 축제는 비록 역사는 짧지만 문화체육관광부가 지정하는 전국 최우수축제로 선정된 축제이기도 하다.

올해 이 축제를 보기 위해 전국에서 몰려든 관광객 수만 외국인 관광객들을 포함해서 133만명에 이른다. 이 축제는 관광객이 너무 많이 찾아와 걱정을 한 축제였다.

화천군은 축제 첫해에 관광객 2만명을 목표로 했지만 그 해 곧바로 22만명의 관광객을 끌어 모았고, 그 다음해에는 58만명, 3년째는 85만명, 4년째는 107만명, 5년째에는 무려 125만명이 모여 들었다.

인구 2만5천명의 작은 산골지역에 전체인구 50배가 넘는 관광객을 축제 기간 동안 끌어들인 것이다. 이로 인한 지역경제 파급효과는 45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그러면 이 성공 축제는 누가 만들었을까. 물론 화천군수의 역할이 컸다. 전에 이런 보도를 보았다.

"관광객이 너무 많이 찾아와 미처 쓰레기를 치우지 못하자 군수가 한구석에서 혼자 밤에 쓰레기를 치우고 있었나 봅니다. 그 때 방을 구하지 못해 길거리를 헤매던 관광객의 사연을 듣고 자신의 집으로 데려다 잠을 재워 줬어요.

그 관광객은 환경 미화원 같은 사람이 나중에 군수인 것을 알고 깜짝 놀랐다고 합니다." 관광객의 이 말이 단체장의 역할을 잘 대변해 주는 것 같다.

이 일은 어쩌다 우연히 있었던 일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화천군수는 남달랐다고 한다. 축제 기간 동안 직접 관광객들의 안내를 맡았고 하루도 빠짐없이 잠바를 걸치고 현장에서 일일이 관광객들에게 얼음 낚시하는 법을 가르쳐 주었다. 축제 현장에서 관광객들과 함께 했던 것이다.

화천군은 또 축제기간 동안 썰매대여나 산천어 체험 때 133만명의 관광객이 지급한 이용료를 수입으로 잡지 않고, 관광객들에게 다시 그만큼의 지역상품권으로 되돌려 주어 지역에서 돈을 더 쓰게 했다.

그 결과 각 상점과 식당은 손님으로 붐비고, 겨울철 별다른 일거리가 없는 화천군 경제에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었다.
이에 비해 올해 44회째를 맞이한 거북선축제를 바라보는 시민들의 생각은 어떨까. 44년이라는 전통과 역사가 말해주듯 이 축제는 여수시민의 자존심이기도 한 축제다.

그런데 이 축제를 보기 위해 전국에서 얼마나 많은 관광객이 여수를 찾을지 의문이다. 매년 엄청난 예산을 사용하기는 하지만 똑같은 사람이 똑같은 형태로 추진하는 형태로 봐서 축제가 바뀔 턱이 없어 보인다.

거북선축제,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 추진하는 사람도, 진행 형태도 모조리 바뀌어야 한다. 과거의 형태를 고집하는 축제라면 축제기간 4일을 위해 12억원이 넘는 예산을 사용하기보다 차라리 이 예산을 아이들 교육을 위해, 아니면 시민들 일자리 창출을 위해, 그것도 아니면 지역 내 결식아동 지원 사업에 사용하는 것이 훨씬 더 바람직한 일일 것이다.

4일 동안 잔치 안 해도 시민들 아무 불편 없다. 축제의 주제와 상관없이 유명 연예인을 불러 노래자랑을 하고, 불꽃놀이 한다고 해서 시민들 가슴이 밤하늘의 불꽃만큼 밝아지지 않는다. 오히려 시민들 가슴에 응어리만 남는다.

현재와 같이 시민들로 하여금 ‘이런 축제 왜 하나?’ 하는 생각을 갖게 하는 축제라면 차라리 없애버리는 것이 옳다.

모두의 각성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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