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유치 위해 민간 매각” vs “공공시설로 활용” 이견
활성화 방안 심포지엄서는 “민간 매각보다 공공활용 절실”
공공시설로는 활성화 한계…민간 투자유치 필요 목소리도

▲ 2012여수세계박람회 개막식 장면.

수년 간 매듭을 짓지 못한 2012여수세계박람회장의 사후활용 방안이 결국 집안싸움이 됐다. 지역 시민단체와 시의회 등은 공공시설로 활용하자는 반면 박람회재단과 여수시 등은 투자금 상환과 관광 콘텐츠 개발을 위해서는 민간 매각이 필요하다는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여수세계박람회재단은 2012년 박람회를 개최하며 정부로부터 받은 선 투자금 3846억 원 중 남은 3724억 원 상환과 콘텐츠 개발로 박람회장 활성화를 위해 민간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매각 대상 부지는 리조트·숙박시설이 들어설 A구역과 워터파크 시설 B·C구역, 복합상업시설 F·G 구역 등 5개 구역으로 면적은 7만9930㎡이다.

여수시도 관광 콘텐츠 개발을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서는 민간 투자가 시급하다는 입장이다. 공공시설은 국립기상과학관, 국제컨벤션센터, 여수청소년해양교육원 등이면 충분하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지역 시민단체와 시의회 등은 공공을 위해 활용해야 한다며 반대하고 있다.

이와 관련 여수세계박람회장 활성화 방안을 찾기 위한 심포지엄 27일 여수박람회장에서 열렸다. 여수시가 주최하고 여수선언실천위원회·2012여수세계박람회재단이 주관했다. 이날 박람회장 민간 매각 절차를 둘러싼 주최 측과 주관 측의 시각차를 드러내 최적의 활용 방안을 두고 진통이 예상된다.

이날 ‘세계의 워터프런트 개발 동향과 여수의 해양관광 가치와 전망’을 주제로 발제한 용인대 김천중 교수는 “여수박람회장은 한국의 대표적 해양관광의 자산가치가 있는 곳으로, 향후 여수 관광의 핵심은 크루즈관광과 마리나 시설이 여행수지 적자를 메울 수 있는 대안이지만 박람회장의 장점을 살리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또 “해외 관광객 유치 및 고급화 방안으로 크루즈 및 마리나 산업의 육성이 시급하다”면서 “국비 투자를 통한 박람회장 내 해양국립박물관 및 해양도서관 건립추진이 박람회장 활성화 방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 2012년 여수세계박람회 개최 기간 모습.

해양소년단 전남동부연맹 권진구 사무처장은 ‘여수 청소년 해양교육원 발전방안’ 발표를 통해 “상시 해양레포츠 체험을 위한 운영 일정 구성 및 실내풀장 활용, 해양수산업 진로체험 프로그램 개발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권 처장은 이어 “규격과 프로그램을 맞춰 교육부 해양안전체험센터로 지정 추진과 생존 수영 교육 및 지도자 양성시설로의 활용도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전남도의회 강정희 의원은 박람회장 내 공적시설 도입 등 공공적 사후활용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강 의원은 “박람회장 내 컨벤션센터 건립은 경제성이 양호하고 예비타당성조사를 하더라도 국토 균형 발전을 고려하기 때문에 긍정적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며 “여수시와 전남도의 의견조율로 공공적 활용방안을 더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여수세계박람회장의 민간 매각 추진보다 박람회 개최 정신과 세계와 약속한 여수 선언의 정신적 가치를 살려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수산연구 조정희 본부장은 “사익을 위한 박람회장 부지의 민간매각 보다는 여수선언 정신을 구현하는 것이 필요하고, 국가적으로 볼 때 정부상환금 3724억 원보다 여수선언 정신을 계승해나가는 것이 큰 가치가 있다”며 “반기문 전 UN사무총장을 통 국제적 여수 선언 실천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도 박람회장 활성화를 위해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 본부장은 이어 개도국을 대상으로 여수프로젝트를 확대하고 범국가적 차원서 COP 유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여수시의회 김행기 의원은 “크루즈 및 국제여객선 시설이 너무 협소해 확충이 절실하며 한-일 국제 정기여객항로 신설, 크루즈 관광객을 위한 면세점 도입, 쇼핑 시설 설치 등 관광콘텐츠를 확충해야 한다”면서 “이를 위해서는 박람회장 내 A, B, C 부지는 항만 배후 시설로 활용될 수 있도록 관계기관 간 합의를 통해 매각계획을 전면 유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석탄화력발전소 사천시민대책위원회 정석만 집행위원장은 “여수 선언 정신을 해치지 않은 범위에서 지속가능한 해양관광산업의 육성이 필요하다”며 “국가 해양개발 목표(크루즈, 해양치유, 마리나, 수중해양산업)에 맞춰 국비 투자가 선행되고 이후 민간투자가 적합하다”고 말했다.

임영찬 집행위원장은 “박람회장 부지 민간투자유치 반대 범시민사회단체추진위원회를 구성해 박람회장이 민간투자유치로 사익을 위한 투자 장이 아니라 남해안 지역민의 공공 이익을 위한 공간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 2012여수세계박람회 개막식 장면.

하지만 민간 투자유치 등 매각을 찬성하는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날 심포지엄에서 권오봉 시장은 “직시하는 현실은 해양수산부고 기재부고 한순간도 토지를 매각하겠다는 생각을 놔 본적이 없다”며 민간 매각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공공시설로는 박람회장 활성화와 관광 콘텐츠 개발에 따른 지역경제 활성화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이미 사후활용 방안 최종 용역에 매각이 계획돼 있고 공공시설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여수시가 막대한 비용을 들여 매입하는 수밖에 없다는 현실적인 입장도 고려됐다.

박람회장 민자유치 성사를 바라는 시민 청원도 접수됐다. 지난 23일 여수시 열린시민청원 게시판에 ‘박람회장 투자유치 계획 성사를 바란다’는 시민청원이 접수돼 28일 오후 4시 현재 183명이 동의 서명을 했다. 열린시민청원에 올라온 글은 20일간 300명의 동의를 받으면 시장이 직접 만나 답변한다.

글을 올린 시민은 “덕충동에 거주하다 2008년 여수세계박람회장 건설로 이주했다”며 “여수시와 국가에 대한 원망도 있었으나 근래 투자유치 협의가 이뤄진다니 반가운 소식이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그는 “2012년 이후 7년 여간 이곳이 폐 부지로 방치될 때 시민단체와 시의회는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되묻지 않을 없다”며 “일부 시민단체의 입장이 절대 대다수 일반 시민을 대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반드시 투자를 유치해서 박람회장을 활성화 시켜 주길 바란다”고 했다.

이 때문에 2012년 박람회 개최 이후 사후 활용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에 대해 지역 정치권의 역할이 부족했다는 비판과 함께 여수시민이 온 힘을 다해 성공적으로 개최한 박람회의 사후 활용 방안이 수년 간 표류하면서 급기야 지역의 갈등으로 번진 것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가 나온다.

이런 가운데 해양수산부는 여수선언실천위원회가 이달 초 보낸 ‘박람회장 매각절차 중단’ 요구 공문에 대해 지난 23일 “박람회장을 공공시설 위주로 개발할지, 민간에 매각할지에 대한 기관별 활용계획이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면서 기관 간 협의와 사후활용계획 변경 등을 통해 용도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다음 달 5일 오후 2시 여수시청 문화홀에서 해양수산부, 전남도, 여수시, 여수지방해양수산청, 여수광양항만공사, 여수세계박람회재단, 여수선언실천위원회 등 여수지역 시민단체가 참여하는 ‘여수박람회장 사후활용방안 간담회’가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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