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7월 일몰제 시행을 앞두고 여수시를 비롯한 전국 지자체들이 대안 마련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 여수 자산공원.

여수시 장기 미집행시설 397개소 7500억 원 예산 소요 추산
서완석 의장, “시, 대책 마련 소홀…예산 확보 등 행정력 집중”

2020년 7월 20년 이상 장기 미집행 도시계획시설에 대한 일몰제 시행으로 도시공원과 도로로 묶여 있던 토지의 개발이 허용될 수밖에 없어 난개발이 우려되는 가운데 이에 따른 대비책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자치단체가 재정을 투입해 사유지를 사들이는 게 최고의 대안이지만 여수시뿐만 아니라 열악한 지방정부 재정 여건상 한계가 있다는 게 중론이어서 정부의 대책 등 추이를 지켜보면서 대책을 마련하자는 의견도 나온다.

여수시의회 서완석 의장은 4일 제193회 정례회 개회사를 통해 “내년 7월 시행될 도시공원 일몰제 시행을 앞두고, 도심 난개발 우려 등을 해소하기 위한 예산 확보 등에 행정력을 집중할 것”을 주문했다.

장기 미집행 도시계획시설의 일몰제는 정부·지자체가 개인 소유의 땅을 공원, 도로 등으로 조성하기로 했지만 20년간 집행하지 않아 자동해제하도록 한 제도다. 개인의 땅을 공원 등 도시계획시설로 지정해 놓고 장기간 집행을 하지 않음으로써 사유재산을 침해하는 결과를 낳는다는 이유로 헌법재판소는 위헌 결정을 내렸다.

2014년 7월 24일 내려진 위헌 결정은 도시계획시설 결정고시일을 2000년 7월 1일로 잡고 있어 그로부터 20년이 되는 2020년 7월부터 즉시 효력이 발생한다. 매입하지 못할 경우 내년이면 여수지역 내 400여 개의 공원, 도로, 학교, 녹지 등이 난개발의 위기에 놓이는 것이다.

여수시의회는 현재 여수시의 장기미집행 도시계획시설은 총 397개소로 해당 시설에 대해 보상을 진행하려면 7500억 원의 사업비가 소요될 것으로 추산했다. 장기미집행 시설의 용도별로는 도로가 357개소, 공원 18개소, 광장 7개소, 녹지 8개소, 유원지 4개소, 학교 2개소, 기타 9개소다. 특히 도로 357개소에는 약 5530억 원의 사업비가 필요하고 공원 18개소에는 약 1736억 원이 필요한 실정이다.

서 의장은 “사정이 이러함에도 여수시가 내년 7월 당장 폐지될 장기 미집행 도시계획시설에 대한 대책 마련과 예산확보에 소홀히 하고 있다”며 “통합청사 증축 약 400억 원, 남산공원 조성 300억 원, 만흥지구 택지개발사업 800억 원 등 시급하지도 않고 예산을 투입하지 않아도 될 사업에 시비 수천억 원을 투입하려 한다”고 주장했다.

서 의장은 “장기 미집행 도시계획시설이 폐지된 후 다시 도시계획시설로 결정하기에는 토지소유자의 재산권이 문제가 되고, 실제 도시계획시설로 결정된다 해도 많은 시간과 더 많은 사업비가 소요된다”며 “세부계획 수립과 사업예산 확보가 무엇보다 시급하고 중요한 일”이라고 말했다.

서 의장은 그러면서 “2005년도 신월로 확장과 민선 5기 엑스포 개최를 대비한 충민로 확장 등 지방채를 발행한 사실이 있다”며 “일반회계 부채가 없는 여수시는 가용재원을 총동원하고 필요하다면 지방채도 발행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했다.
 

▲ 여수 남산공원. (사진=심선오 사진기자)

정부, 지방채 이자 최대 70%까지 지원…“결국 빚” 지자체들 시큰둥
공원 부지 매입비용 국고로 50% 지원 등 근본적인 해결책 마련해야

일몰제 도입 후 토지의 난개발과 그로 인한 녹지율과 도시공원 소멸이 우려 되지만 예산 내에서 최대한 토지를 매입하는 방법 외엔 마땅한 대책이 없는 상황이다. 여수시의 경우 일몰제 대상의 부지를 모두 매입하려면 7500억 원이 필요한데 이는 사실상 여수시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는 지적이다. 일몰제가 예고된 지 5년이 돼 가지만 달리 대책을 세울 수 없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여수시가 소극적으로 대처해왔다는 지적도 있지만 마냥 손을 놓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2014년 7월 24일 헌재의 위헌 결정 이후 여수시는 지난해까지 안산·남산·망마공원 등 장기 미집행 도시공원 내 사유지 매입에 88억 원 정도를 투입했으며, 올해는 자산·돌산·무선산공원 사유지 매입비로 100억 원을 편성했다. 시는 올 7~8월에 도시관리계획 재정비 수립 용역 발주를 통해 일몰제에 대비한 장기적 대책을 세우기로 했다.

역시 대안 마련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타 지자체의 경우 매입이 불가능한 토지에 대해 녹지활용계약이나 장기임대계약 방안 도입, 민간공원 특례사업 등을 대안으로 내놓고 있다. 지난 2009년 국토부가 일몰제의 시행 후 발생할 부작용에 대비해 ‘민간공원 조성 특례제도’를 마련했다. 5만㎡ 이상의 도시공원을 민간 사업자가 개발하되 70%는 공원으로 조성해 시에 기부채납하고 나머지 30%는 주거·상업·녹지지역에 허용되는 시설을 하도록 하는 것이다.

▲ 여수 돌산공원. (사진=동부매일신문 DB)

하지만 난개발 우려, 특혜라는 이유 등으로 도입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실제로 여수시가 2016년 돌산공원 내 총 면적 20만9403㎡ 중 사유지 약 8만7493㎡(41.79%)에 대해 민간투자자 공모를 통해 빛·맛촌 테마단지 조성사업을 추진했으나 시민단체와 시의회 등의 반대에 부딪혀 무산된 적이 있다. 민간투자자가 공원 내 진입도로, 주차장, 산책로, 족구장, 휴게시설 등의 공원시설 70%를 여수시에 기부채납하고, 나머지 30% 부지에 먹거리 장터 및 숙박시설 등의 수익사업을 한다는 계획이었다.

이 때문에 열악한 지방 재정으로는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고 전국 지자체들이 공통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만큼 국비 지원 등 다양한 방안을 정부 차원에서 적극 모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정부가 최근 부지를 매입하는 지자체에 대해 5년 동안 지방채 이자 지원을 최대 70%까지 확대하고 국공유지 10년 실효 유예 등의 대책을 내놨지만 전국 지자체들은 시큰둥한 반응이다. 지방채 자체가 빚인데다 이자를 100% 지원하는 것도 아니어서 부담스럽다는 분위기다. 또한 지방채를 발행하면 재정건전성이 악화돼 특별교부세 등 국비 지원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도 있다. 지자체들은 보존 가치가 높은 공원 부지 매입비용 50%를 국고로 지원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환경운동연합과 2020도시공원 일몰제 대응 전국시민 행동 등의 시민단체도 사유재산권의 침해가 없는 국공유지는 10년간 실효를 유예하는 게 아니라 제외하고, 다른 도시계획시설처럼 공원 매입비용의 50%를 국고로 지원하는 등 관련 법령 개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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