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경계와 0m 떨어진 곳에 관광숙박업소가 들어서려 하자 학교와 학부모, 동문회가 교육 환경 침해와 역사적 가치 훼손을 우려하며 반대하는 등 논란이 일고 있다.

▲ 여수고등학교와 관광숙박업소가 들어설 예정 부지 위치. (드론=심선오 기자)

해당 관광숙박업소 부지 교문과 100m 교육환경보호구역
교육환경보호위원회, 5차례 심의 끝에 ‘금지서 제외’ 결정


심의에서 4차례나 부결됐던 학교 인접의 관광숙박업소가 여수교육지원청 교육환경보호위원회에서 심의·의결되자 교육 환경 침해를 우려하는 학교와 학부모들이 반발하고 있다. 특히 해당 부지는 조선시대 전라좌수영성 지휘소인 동장대(東將臺) 터로 알려졌다.

11일 여수교육지원청과 여수고등학교, 여수시 등에 따르면 해당 숙박업소 업자는 여수시 공화동 583-1번지 외 1필지에 지난해 11월 지상 7층, 연면적 1555.56㎡ 규모의 호스텔을 짓겠다며 여수교육지원청에 심의서를 제출했다.

관광숙박업소가 들어설 부지는 인접에 여수고등학교가 있는 교육환경보호구역으로 관련법에 따라 사전에 교육 당국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이에 따라 여수교육지원청 교육환경보호위원회는 상대보호구역에 해당되는 숙박업소에 대해 지난 5월 28일 위원회를 열어 심의·의결했다.

숙박업소 업자는 이날 5번째 심의서에서는 7층에서 지하 1층 지상 6층, 객실은 21실에서 20실, 연면적 1811.09㎡의 규모로 업종을 가족호텔로 변경해 신청했다. 학교 건물 높이의 방음벽을 설치하고 학교 방향으로 창문을 내지 않는 등의 보완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 여수고등학교와 관광숙박업소가 들어설 예정 부지 위치. (드론=심선오 기자)

하지만 학교 측과 학부모들은 그동안 4차례나 부결됐고 이전 신청 내용과 크게 바뀐 것이 없는데도 심의를 통과한 것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특히 해당 부지는 학교 출입문과 100m 떨어져 있고 학교 경계선과는 0m로 맞닿아 있어 학습권 침해가 우려되고 생활 지도의 어려움, 임진왜란 때 지휘소였던 장대(將臺)라는 역사적 가치 훼손 등의 이유로 강력 반대하고 있다. 학교 측은 학부모 등의 의견을 수렴해 가족호텔 ‘제외’ 결정을 재심의 해달라는 내용을 담은 의견서를 제출할 계획이다.

교육환경보호구역은 ‘교육환경 보호에 관한 법률’ 제8조에 따라 학생의 보건위생, 안전, 학습과 교육환경 보호를 위해 학교 경계 또는 학교 설립예정지 경계로부터 직선거리 200m 구역 내에서 교육환경에 나쁜 영향을 줄 수 있는 시설 또는 행위가 불가능하도록 막고 있다. 학교 출입문으로부터 직선거리로 50m까지 지정한 지역인 절대보호구역과 학교 경계 등으로부터 직선거리로 200m까지인 지역 중 절대보호구역을 제외한 상대보호구역으로 나뉜다. 해당 관광숙박업소 부지는 학교 출입문(교문)으로부터 100m 떨어진 상대보호구역에 해당해 심의 대상이다.

각 지역의 교육지원청은 교육환경보호위원회를 구성해 교육환경보호구역 내 해제 여부를 심의한다. 지역위 심의를 거쳐 교육환경에 나쁜 영향을 주지 않는 시설은 금지 대상에서 ‘제외’한다. 위원은 13명 이상 17명 이하로 구성되며, 전체 위원 가운데 50% 이상이 학부모들인 학교운영위원장이고 나머지는 교육청 소속 직원과 관련 기관의 공무원, 학부모 또는 지역사회 관련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다. 유해시설이 위원회를 통과하려면 위원 과반수가 출석해 3분의 2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 학교에서 바라본 관광숙박업소 예정 부지. (사진=마재일 기자)

“학습권 침해 우려 등 교육환경 보호법 취지 어긋나”
교육청, “재심의 요청 기간…최종 결정된 것 아니다”

학교 측과 학부모들은 학교 경계와 맞닿아 있는 관광숙박업소로 인해 학생들이 유해 환경에 노출되고 공사 과정에서 발생하는 소음과 분진, 완공 이후 숙박객들의 음주와 흡연, 고성방가 등으로 인한 학습권 침해 등 피해를 우려하고 있다. 아울러 인문계 학교이다 보니 학생들이 평일에는 밤늦게까지, 그리고 주말에도 학교에 나와 공부를 하는데 적잖은 불편이 예상된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해당 숙박업소 부지는 학교 경계선과 0m이며, 2·3학년 교실이 있는 학교 본관과 1학년 교실이 있는 별관, 매점과 급식실과의 거리가 가깝게는 수 미터, 멀게는 십 수 미터에 불과하다. 학교 측 관계자는 “지난해 1월 터 닦기 공사 때에도 소음과 분진으로 겨울 방과후 학교 수업을 진행하는데 상당한 어려움이 있었다”고 말했다.

학교 측과 학부모들은 교육환경 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라 학교 출입문을 기준으로 직선거리 50m까지를 ‘절대보호구역’으로 설정하고 호텔, 여관, 여인숙에 해당하는 행위·시설을 무조건 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출입문의 200m까지 ‘상대보호구역’으로 정해 교육청의 심의를 받도록 한 것은 학생의 보건위생, 안전, 학습과 교육환경 보호를 위한 취지인데 이에 반하는 결정을 내린 것은 납득하기 힘들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교육환경보호위원회가 그 동안 4차례나 부결했던 사안을 이번에는 어떤 기준으로 ‘금지에서 제외’로 결정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최근 위원회 위원이 일부 새롭게 위촉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여수고 학교운영위원회는 지난 3일 긴급운영회의를 열어 숙박업소에 대해 반대키로 했다. 이병만 여수고 운영위원장은 “학교 경계선과 0m에 불과하고 바로 옆에 교실과 급식실, 매점이 있는데 숙박업소가 들어서는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이어 “방음벽을 설치한다는데 미관상 좋지 않을뿐더러 밤새 술을 마시거나 흡연, 고성방가, 고기 굽는 냄새 등으로 교육 환경에 좋지 않을 것이다”고 우려했다.

박정일 여수고 총동문회장은 “사유재산에 대한 권리도 있고 지역경제 활성화도 중요하지만 그래도 학교 바로 옆에 관광숙박업소가 들어오는 것은 아니잖느냐”고 반대 입장을 나타냈다.

이에 대해 여수교육지원청 관계자는 “이 부지는 상대보호구역에 해당돼 심의 신청에 따라 위원회를 열어 심의·의결했다”며 “학교 측의 재심의 요청 기간이며 아직 최종 결정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박람회장 인근에 위치한 여수고등학교는 지난 2012년 여수세계박람회 개최와 더불어 빅오쇼, 불꽃놀이 등으로 인해 그 동안 학생들의 학습에 막대한 지장을 받고 있는데도 지역 관광 활성화라는 대의에 동참하는 의미에서 어려움을 감내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 2008년 여수지역사회연구소가 촬영한 여수고 동편 동산의 동장대(東將臺) 터 모습. (사진=디지털여수문화대전)

“장대, 임란 때 지휘소…역사적 가치 훼손”

관광숙박업소가 들어설 부지는 동장대(東將臺) 터로 추정되고 있다. 장대(將臺)는 임진왜란 때 장수가 작전 계획을 세우고 명령을 내린 곳으로 군사적 요충지이다. 장대는 전투 시에는 지휘소 역할을, 평상시에는 성의 관리와 행정 기능을 수행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곳에서는 수군들이 무예를 연마하고 무과를 보기도 했다.

여수에는 여수고 동편 동산의 동장대(東將臺), 종고산의 북장대(北將臺), 고소대 동문 좌포루(左鋪樓) 등 3곳의 장대가 있었던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동장대는 도로 개설 등으로 사실상 흔적이 없어졌고, 북장대는 터 흔적만 남아 있는 있다.

여수고는 교지, 학교 축제, 다목적강당 등에 ‘장대’ 명칭을 사용하고 있다. 학교 관계자는 “장대 터가 경제적 가치 못지않게 후손들이 지켜야 할 소중한 역사적 가치이기도 하다”면서 “금지에서 제외를 결정한 것은 호국의 성지 여수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한 것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고 지적했다.
 

▲ 여수고등학교 다목적강당 장대문화관. 여수고는 교지, 학교 축제, 다목적강당 등에 ‘장대’ 명칭을 사용하고 있다. (사진=마재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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