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출근을 하는데 지방선거에 출마한 후보자들이 허리를 90도로 꺾어 아침인사를 한다. 고맙기만 하다. 모두가 하지 않으려고 하는데 그래도 용기를 내서 나서준 데에 대한 고마움이다.

지방선거가 한 달여 앞으로 다가왔다. 선거 결과에 따라 시민의 삶도, 도시의 운명도 바뀔 것이다. 그 운명은 누가 시장이 되느냐에 달렸다 해도 과한 표현이 아니다. 한 도시의 역량은 시장의 역량을 절대 넘어서지 못하기 때문이다.

시장에 당선되면 전체 공무원의 생각과 한 해 1조원이 넘는 예산이 시장의 생각과 의도대로 움직인다. 그래서는 안 되지만 그것이 엄연한 현실이니 시장의 책임과 역량이 그만큼 막중하다 할 것이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봄날에 이런 상상을 해보길 권한다. “누군가 나에게 1조원의 돈을 주면서 이 도시를 위해 한 번 써보라고 하면 나는 어떤 일을 할까.”

돈 드는 일 아니니 모두가 한번쯤 해봐도 좋을 기분 좋은 상상이다. 30만 시민들의 이러한 상상력을 모으면 아마도 다양하고 기발한 생각들이 나올 것이다.

누가 시장이 될지 모르지만 시민들의 이러한 상상력을 한 곳에 모아보길 권하고 싶다. 혼자 잘나고 똑똑한 척 하지 말고, 오만과 독선으로 일방적인 행정을 펼치지 말고, 마음을 열고 귀를 열어서 시민들의 다양한 생각들을 모아보길 권하고 싶다.

나도 30만 시민 중에 한 사람이니 차기 시장을 위해 생각 하나를 더해주고 싶다. 이중에 한 가지라도 타당성이 있으면 사용해 보기를 권하는 마음으로.

내가 만약 시장이라면 가장 먼저 여수 교육 문제를 틀어쥐고 싶다. 그리고 그 우선순위에 고등학교 개편방안과 지원방안을 가장 선순위에 두고 싶다.

상상력은 자유니까 마음껏 펼쳐 보겠다. 우선 고등학교 교장단과 부장선생님들과 매달 정기적인 만남의 자리를 갖겠다.
그래서 그들이 무엇을 원하고 있고,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를 듣고, 이 도시가 교육도시가 되기 위해 파격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

대신 신입생이 2년 이상 연속해서 미달인 고등학교에 대해서는 고교평준화 대상학교에서 과감히 제외시키는 방안을 고민하겠다.
우수교사가 우리 지역에 더 많이 유입될 수 있는 강한 유인책을 마련하겠다. 그리고 무능한 교사, 공부하지 않는 교사가 더 이상 버티지 못할 지역 분위기를 만들겠다.

그리고 실업계고 비중이 너무 높은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전자화학고의 인문계 전환을 추진하고, 역할이 미미한 여양고를 여수산단 기업과 함께 인수해 시립특목고로 발전시켜 외지로 빠져나가는 우수 학생들을 지역에서 보듬겠다.

다음은 여수산단을 틀어쥐겠다. 우선 수백개에 이르는 지역 내 각종 단체들이 행사 때만 되면 기업들을 찾아가 손을 벌리는 관행을 없애, 기업들의 말 못하는 속앓이를 덜어주겠다.

기업들이 기업 활동을 하는데 불편을 느끼지 않도록 불필요한 행정적 규제를 풀고, 산단 용지를 확보해 이 도시가 ‘기업이 행복한 도시’가 될 수 있도록 하겠다.

대신, 한 해 수천억원에서 수조원의 흑자를 내면서도 지역을 되돌아보는 것에는 참으로 인색한 기업에 대해서는 명분 있는 지출을 시민의 이름으로 요구하겠다.

회사 명의로 동네마다 도서관을 짓게 하든지, 특목고를 건설하게 하든지, 공원을 조성하게 하든지, 복지관을 짓게 하던지 어떠한 방식으로든 투자를 이끌어 내어 기업에게는 명분을, 지역은 실리를 찾는 방안을 모색하겠다.

다음은 지역의 중소기업이 산단과 엑스포 건설현장에서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도록 요구하겠다. 서울에서 조달해 쓰는 각종 조달용품을 가급적 지역에서 구매할 수 있도록 권고해서 지역과 기업이 더불어 발전할 수 있는 상생의 여건을 만들어 가겠다.

강성 노조가 무서워 더 많은 지역민을 쓰기 힘들다면 그 부분도 설득하겠다. 대신 지역과 기업이 하나 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 달라고 기업에 요구하겠다.

다음은 한 해 수천억원씩 사용되고 있는 여수시 발주 관급공사에 대해 지역기업이 더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하겠다. 그래서 지역의 자본이 지역을 벗어나지 않도록 하겠다.

다음은 800만명이 찾아올 것으로 예상되는 세계박람회를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 그래서 시민의 입장에서 성공적인 엑스포가 무엇인지 그 의미를 재설정하겠다.

지금 형태로 가면 박람회의 성공도 여수시민의 성공도 없다. 800만명이 여수를 찾아와 박람회장만 둘러보고 되돌아가는 행사라면 그것은 여수시민의 성공이 아니다.

관광객이 박람회장을 구경하고 난 뒤에 여수에서 관광을 하고, 숙박을 하고, 회를 먹고, 체험을 하고, 섬을 방문하면서 더 많은 돈을 쓰고 가도록 하는 것이 곧 여수의 성공이고, 시민의 성공이다.

그것을 위해 박람회장과 시내를 연결하는 도로를 넓히고, 시내 곳곳에 대형주차장을 건설하고, 회타운을 대형화하고, 317개에 이르는 여수의 섬을 활용하고, 대규모 수학여행단을 위해 대형 유스호스텔을 건설하고, 그들이 체험할 수 있는 체험학습장을 만드는 등 머무는 박람회가 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

이렇게 열거하자면 책 한권이 부족하다. 그런데 이러한 생각은 시민이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생각이다. 대단히 상식적이고도 평범한 내용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시민이라면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이것조차도 못하니 그것이 문제다.

누가 시장이 될지는 몰라도 자신의 개인적 야망과 욕망을 채우기에 급급한 시장이 나오지 않기를 바란다. 시민들의 존경을 한 몸에 받는 시장이 나오기를 간절히 기대해 마지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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