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만흥 임대주택 조성사업 논란은 여수시와 한국토지주택공사의 소통 부족과 세밀하지 못한 어설픈 행정이 자초한 결과라는 지적이다.

▲ 마을 앞 도로변에 내걸린 임대주택 조성사업 개발 반대 현수막. (사진=마재일 기자)

권 시장 “중촌 주민 주거지 포함 파악 못 해 죄송…LH와 협의해 주거지 제외 검토”
반대대책위, “임대주택 조성사업 전면백지화 요구…27일 반대 항의 집회 잠정보류”

여수시와 한국토지주택공사가 추진 중인 만흥지구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 조성사업에 대해 해당 지역주민들이 강력히 반대하고 있는 가운데 권오봉 여수시장이 중촌마을 주민들에게 사과하고 주민들이 끝까지 반대하면 사업을 추진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중촌·평촌마을 주민들로 구성된 만흥지구 택지조성사업 반대대책위원회(위원장 김홍수)는 26일 오전 11시 시장실에서 권오봉 시장과 면담했다.

반대대책위는 이날 주민들과 사전에 일언반구 협의도 없이 중촌마을 주거지를 개발계획에 포함한 이유와 원주민을 몰아내고 이주민을 만들면서까지 개발을 추진하는 배경 등을 따져 물으면서 만흥지구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 공급촉진지구 지정 및 개발계획 전면백지화를 요구했다.

김홍수 대책위원장은 “권오봉 시장이 ‘중촌마을 주민 주거지가 포함된 것을 파악하지 못했다며 주민들에게 죄송하다”고 사과했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토지주택공사와 협의해 중촌마을 주민 거주지를 제외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평촌마을에 대해서도 “다수의 주민들이 반대하면 민간임대주택 조성사업을 추진하지 않겠다는 뜻도 밝혔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중촌마을 주민들은 만장일치로, 평촌마을은 일부 상인을 제외한 대부분 주민이 민간임대주택 조성사업 자체를 반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책위는 면담결과를 서면 공문으로 보내 달라고 요구했으며, 면담이 끝난 후 가진 마을 운영위원회 회의에서 27일 예고했던 여수시청 반대 항의 집회는 면담결과 공문을 받을 때까지 잠정 보류하기로 했다.

▲ 마을 앞 도로변에 내걸린 임대주택 조성사업 개발 반대 깃발. (사진=마재일 기자)

주민들 “여수시가 첫 단추를 잘못 끼웠다”

여수시와 한국토지주택공사는 이번 사업 추진 과정에서 소통 부족과 세밀하지 못한 어설픈 행정을 했다는 비판은 피할 수 없어 보인다.

반대대책위는 지난 24일 오후 2시 만덕동사무소에서 지역구 시·도의원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여수시와 한국토지주택공사의 일방적인 개발계획을 성토했다.

주민 김세일 씨는 “사전에 주민들에게 전혀 얘기가 없었고 의견 제출서를 받고 중촌마을(주거지)이 포함됐다는 것을 알았다”며 “원주민은 그대로 살게 해달라”고 말했다. 장혜훈 씨는 “애초부터 중촌마을 주거지는 만흥지구 개발계획에 포함되지 않았다”며 “우리 마을이 갑자기 포함된 이유를 알고 싶다”고 했다.

최용태 씨는 “여수시와 한국토지주택공사의 협약 체결을 언론 보도로 알았으며 주민들의 의견은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평촌마을 주민 김철수 씨는 “개발 자체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 주민들이 대대손손 살아온 마을을 한 마디의 상의도 없이 개발하는 것을 반대하는 것이다”고 말했다. 여수시의회 송재향·강현태 의원도 여수시의 소통 부족을 질타했다.

▲ 반대대책위와 지역구 의원들의 간담회. (사진=마재일 기자)

마을에서 만난 주민들은 “여수시가 첫 단추를 잘못 끼웠다”고 소통 부족을 지적하며 분통을 터뜨렸다. 느닷없이 주민들도 모르게 거주지가 포함돼 마른하늘에 날벼락을 맞은 꼴이 됐다고 분노했다.

김홍수 위원장은 “사전에 주민들에게 개발계획에 대한 언급이 일언반구도 없었다. 주민들은 5월 31일 여수시와 LH의 협약 체결 언론 보도와 여수시가 보낸 ‘토지소유자 및 관계인 의견 제출서’를 지난 1일 받고서야 마을 주거지가 이 사업에 포함됐다는 것을 알고 난리가 났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여수시가 주민들에게 LH의 개발계획을 직접 알린 것은 지난 5일이었다. 8일 대책을 논의하는 마을 긴급운영위원회가 열렸고 11일 만덕동사무소에서 여수시와 한국토지주택공사, 주민 대표들의 첫 만남이 이뤄졌지만 사실상 개발계획을 통보받는 수준의 불통에 가까운 자리나 다름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주민들을 더욱 화나게 한 것은 LH나 여수시가 주민들과 협의를 하겠다는 것이 아니었고 주민들이 반대해도 사업은 추진될 것이라는 무성의한 태도였다”고 지적했다.

▲ 마을 앞 도로변에 내걸린 임대주택 조성사업 개발 반대 현수막. (사진=마재일 기자)

김 위원장은 “고령 주민이 많은 데 설사 자기 땅이 없어도 유휴지에서 농사를 지어 자급자족하고 자식들한테도 손 안 벌리는 생활이 가능한 상황이다. 아파트에 들어가면 갇혀 살아야 하고 관리비도 내야 하는데 노인들이 어떻게 벌어 무엇을 먹고살란 말이냐. 이것은 빨리 죽으라고 재촉하는 것 밖에 안 된다”고 말했다. “설사 보상비를 받아도 집 지을 땅값이나 겨우 될란가 모르겠다. 나이 70(세) 넘어서 빚내어 집 지으면 언제 갚느냐”고 했다. 그러면서 “중촌마을 주민들은 여수시의 직접 개발이든, 한국토지주택공사가 개발하든 개발 자체를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중촌마을의 한 주민은 “주민들은 그동안 ‘만흥 검은 모래 해변 배후부지 개발 사업’ 추진 과정에서 단 한 번도 설명회 등 관련 모임에 참석한 적이 없다. 그런데 딸랑 의견 제출서 하나 보내놓고 개발을 한다고 하니 어느 누가 가만히 있겠느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이어 “이대로 사업을 밀어붙이면 무슨 사달이 벌어질 것이다”고 경고했다. 다른 한 주민은 “행정의 달인이라고 하는 시장이 일 처리를 이렇게 하면 되겠느냐”고 비판했다. 또 다른 주민은 “멀쩡히 잘살고 있는 주민들을 왜 이주민으로 만들려고 하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해당 지역주민은 물론 여수시의회 의원 15명이 이 사업에 반대하는 의견서를 국토부와 LH, 전남도, 여수시 등에 보내는 등 반발이 확산하고 있어 여수시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 귀추가 주목된다.

   
▲ 평촌마을 표지석. (사진=마재일 기자)
   
▲ 중촌마을 표지석. (사진=마재일 기자)

여수시 “부동산값 폭등 우려 등 불가피…LH 공영개발 추진”

여수시는 밀실 행정 지적에 대해서 사전에 개발계획이 공개되면 부동산값 폭등이 우려돼 불가피하게 한국토지주택공사의 요청으로 보안을 유지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시는 여수시는 태풍 해일 등 자연재해를 예방하고 새로운 관광수요 창출을 위해 검은 모래 해변과 조화되는 특색 있는 복합기능의 레저휴양단지로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시는 또 그동안 민간투자 실패와 시 도시개발특별회계 형편상 현재 추진 중인 소제지구에 드는 사업비 등을 고려하면 만흥지구는 지방채 발행 등 사업비 확보가 어려울 것으로 예상한다며 한국토지주택공사가 공영개발 방식으로 추진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입장이다.

여수시는 지난달 30일 한국토지주택공사와 만흥동 중촌·평촌마을 일대 47만4000㎡(14만3000평) 부지에 민간 임대주택과 행복주택 등을 짓는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 공급촉진지구 조성사업 기본협약을 체결했다. 사업비 2800억 원을 들여 단독주택 192세대와 공동주택 3386세대를 포함해 총 3578세대(계획인구 8297명)의 대규모 택지가 조성되는데 이 가운데 2533세대는 임대아파트로 조성될 예정이다. 협약대로라면 LH는 올해 안에 지구지정을 고시하고 2020년 보상에 착수해 2024년 사업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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