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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의 풍경, 잠시 멈추고 둘러보자[더 나은 여수 | 연속기획보도- 도시는 떡이 아니다] (1) 도시, 변화를 위한 상상력이 필요하다
마재일 기자  |  killout133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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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7.04  16:5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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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도시는 복잡다단한 욕망이 뒤엉킨 곳입니다. 그 과정에서 다양한 문제에 맞닥뜨리게 됩니다. 대개의 문제는 공감대 형성을 통한 사회적 합의 과정을 무시하거나 협치를 소홀히 한데서 생깁니다. 중요한 것은 ‘어떠한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입니다. ‘무엇이 문제인지’ 원인을 명확하게 찾아내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에 집중하는 것입니다.

<동부매일신문>은 연속기획보도를 통해 우리 지역의 다양한 문제를 짚어보고 함께 풀어나가야 할 과제는 무엇인지, 우리 도시가 가야할 방향을 고민해 보고자 합니다. 피상적인 접근은 지양하고 현상의 구조적이고 근원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의견 제시, 대안과 해법 모색에 중점을 두려고 합니다.

시발점은 지난 2016년 미국 대선에서 진보 진영의 아이콘으로 떠올랐던 버니 샌더스가 던진 질문이었습니다. “우리의 도시는 누구를 위해 바뀌고 있는가?”

   
▲ 여수 원도심 전경. (드론사진=심선오 기자)

도시계획, 콘셉트플랜 등 장기적 비전이 있어야

살기 좋은 도시는 어떻게 만들어지는 걸까요? 도시의 품격은 어떻게 만들어지는 걸까요? 도시는 어떻게 존재해야 하는 걸까요? 도시의 경쟁력은 어디서 생기는 걸까요?

양질의 일자리와 균형적인 도시 기반 시설, 쾌적한 자연환경, 의료·교육·문화 등 편의 시설이 잘 갖춰진 도시 정도면 주민들이 행복하고 편안하게 살아갈 수 있는 좋은 도시의 기본은 갖췄다고 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다 여수만의 독창성을 살려 공공의 가치가 우선되는 공정하고 투명한 도시계획과 바다와 섬, 산이 조화로운 도시. 방문객은 물론 이 도시에서 사는 주민들이 자부심을 가질 수 있다면 더 나은 도시가 되겠지요. 하지만 많은 도시들이 이를 위해 노력하지만 과정도, 원하는 결과를 얻기란 쉽지 않습니다.

도시는 살아 있는 유기체와 같아서 성장과 쇠퇴의 길을 반복해서 걷습니다. 살고 싶은 도시가 만들어지는 과정은 잘 짜인 도시(기본)계획에서 출발합니다. 적정 인구 추이, 시민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구체적인 계획, 성장 동력이 될 신산업, 기반시설 등 미래 비전을 정확하게 설정할 수 있어야 합니다. 여기서부터 잘못되면 모든 것이 틀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도시는 과거와 미래 사이에 현재하는 공동체입니다. 과거에만 머물 수도 없거니와 머물러서도 안 됩니다. 그래서 도시계획은 한 번 수립되면 끝나는 게 아니라 끝없이 변모하고 발전해야 합니다. 무엇보다 도시계획은 콘셉트플랜 등 장기적 비전이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행정과 디벨로퍼(developer, 땅 매입부터 기획, 설계, 마케팅, 사후관리까지 총괄하는 부동산 개발업체) 간 협상이 가능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디벨로퍼에 끌려 다니기 십상입니다. 환경적, 사회문화적 영향에 따른 사회적 갈등이 불가피한 만큼 개발가치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 여수 원도심 전경. (드론사진=심선오 기자)

누구를 위한 개발인지, 개발 이익이 누구한테 돌아가는지 질문해야

세계에서 나름 살기 좋은 신도시들은 친환경, 지속 가능, 커뮤니티, 주민 참여, 첨단기술 같은 키워드를 기본적으로 공유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신도시는 과연 이런 조건들을 얼마나 갖추고 있을까요. 총 사업비 6578억 원이 들어간 웅천택지지구를 보면 그 답은 어느 정도 나옵니다. 웅천지구를 보면 우리에겐 미래도시에 대한 철학이 있는 것인지 의문이 드는 것은 비단 저 뿐일까요. 웅천택지지구는 도시의 가치나 시민 공감이 비집고 들어갈 틈이 도무지 보이질 않습니다. 어떠한 체계도, 질서도 보이지 않습니다. 오락가락하는 도시계획 정책과 행정의 철학 부재로 인한 무모한 질주에 속수무책입니다.

전남개발공사가 추진하는 죽림1택지지구, 여수시가 추진하는 소제택지지구 인근에는 토지 보상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는 현수막이 내걸려 있습니다. 공익적 목적의 택지개발이 도시 구성원들의 갈등과 분열의 원인이 된다면 누구를 위한 개발인지, 개발 이익이 누구한테 돌아가는지 질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습니다. 다수를 위한 소수의 희생은 당연한 것인가요.

   
▲ 1974년 여수국가산단 배후단지로 지정·고시된 이후 개발이 번번이 미뤄지고 민간투자 방식도 무산된 소제지구는 여수시가 직접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 주민들은 보상비가 실거래가에도 못 미칠 것이라고 우려하면서 공영개발 방식에 반대, 시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했으나 지난 5월 패소했다. (사진=동부매일신문 DB)
   
▲ 1974년 여수국가산단 배후단지로 지정·고시된 이후 개발이 번번이 미뤄지고 민간투자 방식도 무산된 소제지구 인근에 걸린 현수막. 여수시가 직접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 주민들은 보상비가 실거래가에도 못 미칠 것이라고 우려하면서 공영개발 방식에 반대, 시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했으나 지난 5월 패소했다. (사진=마재일 기자)

개인 토지주들의 희생을 담보로 민간회사만 배불리는 공영개발이 돼서는 안 됩니다. 이미 웅천택지지구에서 경험했지 않습니까. 공익적 목적에 따른 개발 이익의 정당성을 얻으려면 상생 대책이 필요해 보입니다. 주민들의 욕심은 끝이 없다는 자의적 평가로 주민들의 의견을 무시한 채 일방적으로 사업을 추진해서는 안 됩니다. 이런 가운데 여수시가 최근 주민들과 시의회와 사전 협의도 없이 만흥지구에 임대주택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나서 강한 반발을 샀습니다. 개발계획이 사전에 공개되면 부동산 값이 폭등한다는 이유로 한국토지주택공사(LH) 요청에 의해 보안을 유지했다고 합니다. 여수시의 행정이 LH가 우선인지, 주민이 우선인지 모르겠습니다.

인구는 감소하는데 신규 택지개발은 계속되는 것에 대해 시민들이 의아해하고 있습니다. 주택정책에 속도 조절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있지만 이에 대한 여수시의 설명은 없습니다. 택지 개발로 인한 도시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이야기는 거의 없습니다. ‘정주여건 개선을 통한 인구 유입’이라고만 합니다. 그냥 자본의 논리에, 개발의 논리에 묻혀 내달리는 느낌입니다. 신규 택지 개발 무용론을 주장하는 것이 아닙니다. 과연 미래 인구 대비 적정한 것인지 진정 시민을 위한 택지 조성인지, 아! 필요하구나 하고 무릎을 칠 정도의 답변이 듣고 싶을 뿐입니다.

아울러 여수가 아파트공화국이 될 거라는 일각의 우려가 허투루 들리지 않습니다. 지금 이 시간도 곳곳에 아파트 공사가 한창입니다. 지난해 기준 여수시의 주택 현황을 보면 총 12만4715세대 중 아파트가 6만6840세대를 차지합니다. 앞으로 추가로 들어설 아파트만 6000세대가 넘습니다. 여기에다 만흥지구에 3386세대를 추진한다네요. 후손들에게 물려줄 도시 미래의 경관은 아파트가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여수다움을 점차 잃으며 천편일률적인 아파트 도시로 변해가는 현실 타개를 위한 혁신의 마인드가 절실한 시점입니다.
 

   
▲ 전남개발공사가 개발을 추진하고 있는 여수 죽림1택지지구 인근에 걸린 현수막. (사진=마재일 기자)

땅값·집값 급등…상대적 박탈감 커지고 빈부 격차 우려

박람회 개최 이후 여수는 관광도시로 급부상하면서 땅값과 집값이 급등했습니다. 땅값·집값의 급등으로 인한 부의 분배는 불공정해지고 있습니다. 살고 있는 집값이 올랐다고 좋아할 일이 아닙니다. 좀 더 나은 집으로 이사를 가려면 대출 등 융자를 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지역민 중에서는 소수만 혜택을 누리고 있고 거대 자본으로 무장한 외지 투기세력에게 혜택이 돌아가고 있다는 볼멘소리가 적지 않습니다. 이로 인한 빈부의 격차는 더 커지면서 상대적 박탈감은 지역사회를 뒤숭숭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이럴 때 나타나는 공통적인 현상이 ‘공동체 해체’라고 합니다. 이것뿐인가요. 돌산·화양면은 숙박시설 등이 무분별하게 들어서면서 난개발이 심각하지만 행정은 사실상 속수무책입니다.

이렇게 지금과 같은 추세가 10년 정도 지속된다면 여수는 어떤 상황으로 변할까요? 언젠가는 여수의 해안, 능선 할 것 없이 모두가 아파트나 숙박시설, 상업시설로 채워지거나 가려질 것입니다.
 

   
▲ 여수 웅천지구. (드론사진=심선오 기자)
   
▲ 여문지구 전경. (사진=동부매일신문 DB)

도시는 공동의 공간…사람 중심의 철학과 비전 절실

도시는 그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공동의 공간입니다. 각종 대형 사업들이 몇몇 개인이나 계층만을 위한 사업이 아니라 전체 여수시민을 위한 사업이어야 합니다. 시민의 지지를 받지 않고 몇몇 개인의 이익으로 귀결된 사업이 있었다면 앞으로는 그런 일들이 발생하지 않도록 제도적 장치를 강화해야 합니다. 특히 해안가 땅들은 여수의 자존심과 시민으로 이름으로 대대로 보전할 수 있는 특단의 조치를 마련해야 합니다. 원도심 해안가에 무분별하게 건축물이 들어서자 여수시는 2017년 돌산공원~남산공원~자산공원 수변축에 대해 건축물의 높이 등을 제한하는 경관고도지구를 지정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더 확대하고 엄격히 관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나아가 도시의 물리적 발전이 시민 중심 도시로 이어져 예술과 문화의 번영, 사람을 향한 발전으로 나아갈 수 있는 길을 모색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도시개발 분야에서의 공공성이 회복되고 시민사회의 적극적 참여가 필수적입니다. ‘시민이 행복한 여수’를 위해 시민사회, 전문가, 학계, 언론, 관료들이 여수의 현안에 대해 더 많은 견해와 비판을 제시하고, 그것을 견제하는 여수가 돼야 한다는 것입니다. 자본에 무섭게 잠식당하는 도시를 더 이상 방치해서는 미래 도시의 경쟁력을 가질 수 없습니다.

여수에 사는 즐거움은 누가 던져주는 것이 아닙니다. 도시의 구성원이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자족도시로서 공동체 의식이 강화된다면 그 자체로 행복한 도시가 될 수 있습니다. ‘신성장동력 창출’이니 ‘3만 불 소득’이니, ‘국제해양관광도시’니 하는 거대 목표를 좇다 보면 결국 고층화, 규모화, 가시화로 갈 수밖에 없고, 도시의 공공성이나 시민적 가치는 훼손돼버릴 가능성이 농후해집니다.

가시적 물질적 성과에 매몰되는 타성에서 벗어나 사람 중심의 철학과 비전이 요구됩니다. 혁신적인 사고가 없는 이상 새로움이 탄생할 리 없습니다. 우선 지금의 흐름에 제동이 필요합니다. 우리의 실상과 실태를 냉정히 되짚어봐야 할 시점입니다. 도시의 활기를 공급하기 위해 열중하고 있는 사업들이 오히려 우리 도시를 반(反)도시적인 도시로 몰고 가고 있지 않은지, 최선을 다하고 있는 각종 사업 속에 후손들이 살아갈 그 미래를 진정으로 기대하는 두근거림이 과연 있는지 찬찬히 들여다봐야 합니다.
 

   
▲ 여수 웅천지구. (드론사진=심선오 기자)

도시는 떡이 아니다…지역 리더 혜안 중요

여수의 대부분의 동네는 원도심을 제외하고는 아파트 등으로 이전 모습을 알 수 없을 만큼 풍경이 끊임없이 바뀌고 있습니다. 산에 올라가보면 우리 도시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를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습니다. 여수의 풍경이 자연과 우리가 공생하면서 만들어가는 진행형이라면, 이제는 다양한 국면에 대한 자각이 필요합니다. 이 도시에서 사람들이 어떤 삶을 살며 주어진 자연환경과 어떤 관계를 맺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과 성찰이 중요합니다.

개발이라는 핑계로 혹은 재생이라는 이름으로 여전히 건설하려고 하는 도시가 우리 앞에 어떤 모습으로 일그러지고 어그러지고 있는지 현재를 마주하고, 경제성을 강조하는 데 치우쳐 우리 지역이 가진 고유의 특성을 잃어버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볼 때입니다. 우리는 여전히 도시를 채울 궁리만 합니다. 건강이 우려되는 데도 살쪄 가는 아이 앞에 무책임한 부모처럼 태연히 서 있는 형국은 아닌지 자성이 필요합니다.

무엇보다 도시에 대한 철학이 확고하지 않은 시장은 임기 동안 도시를 떡으로 알고 마구 주무르려고 합니다. 한마디로 물건 취급하는 것이죠. 랜드마크를 짓겠다며 턱도 없는 개발 사업에 올인을 한다든지, 개발한답시고 이곳저곳을 파헤칩니다. 사유재산 침해 논리에 밀려 무분별하게 건축 인허가를 내어 줍니다.

특히 선출직 지역 리더들이 ‘오벨리스크의 유혹’을 떨치지 않는 이상, 우리 세대에 모든 것을 다 결정하고 못 박아 버리겠다는 발상을 버리지 않는 이상 살기 좋은 도시는 이상으로 남아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여수의 도시, 공간, 건축, 문화, 예술을 살아 숨 쉬게 기획하고 디자인할 리더는 어디 없을까요? 리더의 혜안이 요구되는 지금입니다. 그리고 도시의 변화를 위한 상상력이 절실한 지금입니다.
 

   
▲ 마재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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