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중소기업 탐방 인터뷰] 박형근 (주)베스코 대표

여수상공회의소·여수지역신문협회는 공동기획으로 지역 경제를 선도하는 중소기업과 경영인 탐방에 나선다. 수십 년 한 우물을 판 전문 경영인의 기업관, 인생관, 가치관 그리고 여수지역 경제발전에 대한 솔직한 견해를 듣고 지역경제 활성화에 대한 해법을 모색해 본다. -편집자 주-

창립 22주년…산단 배관, 철골 등 플랜트 설비 건설, 유지, 보수
경제적·사회적 소통 필요한 이들에게 위로와 도움의 손길 노력
특정 작가·장르 거부, 평범해도 삶의 가르침이 있는 내용이 좋아

▲ (사)여수경영인협회 제8대 회장인 박형근 ㈜베스코 대표가 여수지역 경제발전 방향과 여수관광산업에 대한 솔직한 자신의 견해를 밝혔다.

◇ ㈜베스코에 대해 설명해 달라.

저희 회사는 석유화학 공장, 정유공장 등에서 배관, 철골, 보온공사와 압력용기 제작 등 플랜트 설비 건설, 유지, 보수에 관련된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IMF 외환위기 직전인 1997년 6월에 시작해서 창립 22주년을 맞았고요, 그 동안 숱한 고비도 많았지만 많은 분들의 격려와 성원 임직원들의 노력 덕분에 나름대로의 자리매김은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은 여수, 광양, 군산 등지에 사업장을 두고 열심히 살아가고 있습니다.

◇ 여수경영인협회 제8대 회장 취임 2년째를 맞고 있다. 그 간의 소회는.

회장이라는 자리는 단체의 발전을 위해 겸손해지는 자리라고 생각합니다. 앞에 나서기는 했지만 모든 회원님들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한 채 시간이 가고 있어 아쉽기도 하고요. 여수에서 유일한 자생 경제단체라는 자부심과 각계에서 활동하고 계시는 회원님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협회 설립 22주년을 맞았습니다. 이번에 많은 회원들의 참여로 블라디보스톡으로 단합대회 여행을 갈 예정인데 즐거움도 있겠지만 격려와 질책도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묵묵히 경청하고 얼굴에는 웃음을, 가슴에는 정을 담아 와서 마지막까지 회원들의 권익을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 시민들이 지역 경기를 많이 걱정하고 있다. 지역경제 활성화 해법이 있다면.

제가 감히 해법을 운운하는 것은 마땅치 않습니다만, 모든 해결책의 열쇠는 인구증가에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인구가 줄면 그에 걸맞은 경제활동도 줄기 때문입니다. 자녀들의 교육 환경적인 이유도 있겠지만 관광지로 급부상하면서 지가상승, 물가상승, 교통정체, 여수 산단의 공해 문제 등의 이유로 ‘탈 여수’ 분위기가 지속되고 있습니다. 엄청난 수의 관광객 유입에도 정주인구는 줄어드는 기현상이 일어나고 있는데 교육, 환경, 물가, 교통 문제와 견줄 만 한 대체 환경을 조성해 ‘이곳에 살고 싶다’라는 정서가 형성되도록 정주여건 개선이라는 큰 그림을 여수시에서 그려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다행히 요즘 여수시의 각종 홍보와 정책 탓인지 유출 인구수가 주춤하고 있다고 하니 고마운 일입니다.

▲ ㈜베스코 사옥 전경.

◇ 여수 관광의 나아갈 방향과 시민 정주여건 개선을 위한 방안이 있다면.

이 문제는 서로 다른 양면성을 가지고 있습니다만 동질성도 있습니다. 일례로 선소 앞 바다 일대가 좋은 예가 될 것 같습니다. 지속적으로 관광객을 유치하려면 새로운 장소와 아이템을 개발하면서 다양한 장소에서의 볼거리와 머무를 수밖에 없는 시간을 제공해야 하는데, 소호-웅천 다리가 개통되면 선소 앞 바다 일대는 많은 시민들이 휴식과 여유를 위해 찾는 멋진 호수공원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시민들의 바람도 그렇고요. 더군다나 이곳은 이순신 장군과 연결되는 스토리가 있는 문화 축제가 가능한 곳이니까요. 이곳은 현재 주변 바다 오염과 악취 발생원인 중의 하나인 홍합 가공시설들을 이전시켜야 하는 과제도 있지만 도시환경 개선 차원에서라도 더 큰 사회적 비용을 지불하기 전에 대승적 차원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이기도 합니다.

다리 개통 전에 동시해결이 어렵다면 우선적으로 방파제나 선착장이라도 시민들의 품으로 돌려주어야 합니다. 도심권에 바다 호수를 조성해서 여유로움과 아름다움을 제공한다면 이는 새로운 정주여건 개선책이 되어 시민이 모이고 관광객이 찾아오는 긍정적인 결과가 될 거라 생각합니다. 시민들의 정주여건을 개선하기 위해 조성한 아름다운 해상·해변 공원이 또 하나의 관광 상품이 되는 요코하마나 케나다 빅토리아 해안공원 같은 친수 공간을 기대해 봅니다.

▲ (사)여수경영인협회 제8대 회장 박형근 ㈜베스코 대표.

◇ 경영인협회장 외에도 지역사회에서 많은 역할을 하고 있다.

여수에 살면서 나름대로의 역할이 주어진다면 저를 필요로 하는 곳에서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되지 않나 싶어서 몇 가지 역할을 하고는 있습니다만, 크게 내세울 것은 없고, 경제적이나 사회적으로 소통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을 조금 거들고 있을 뿐입니다. 이분들의 입장에 서서 함께 있어주고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으로 위로를 드리고, 그분들의 어깨를 조금 감쌀 수 있는 정도입니다.

◇ 지역 예술인, 특히 화가들과 교류가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이들과의 특별한 인연이 있는가.

화가들과의 교류가 많다 하시면 너무 확대하시는 거고요, 일부 사람과의 인연이 조금 넓어진 것뿐입니다. 몇 년 전에 그림을 좋아하던 손아래 처남이 세상을 떠났습니다. 영혼이 참 맑은, 나름대로 화가로서의 길을 걷던 친구였는데, 그 처남이 세상을 떴을 때 친구들이 가는 길을 함께 해 줬고, 사후엔 ‘프렌드 展’이란 이름으로 전시회를 열어 주었던 고마움이 있습니다. 그렇게 인연이 시작되었습니다.

◇ 문학에도 관심이 높은 걸로 알려져 있다. 문학관이나 좋아하는 작가, 감명 깊게 읽은 책, 그리고 요즘 젊은 세대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 있다면?

R.프로스트의 ‘가지 않은 길’이란 시가 있습니다. 사람들은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한 막연한 동경과 후회가 있는 것 같습니다. 문학에 대한 관심은 그러한 맥락으로 봐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저는 특정한 분야의 장르나 작가보다는 평범해도 삶의 가르침이 있는 내용을 좋아합니다. 최인호 작가의 <상도>라는 장편소설이 있습니다. ‘상도’하면 떠오르는 것이 ‘계영배’입니다. 7부 이상 따르면 넘쳐 버리는 잔인데 ‘지나침을 경계하라’는 가르침을 주는 내용이죠. 저는 이 내용을 지금도 깊이 새기고 있습니다. 조금 다른 방향이기는 한데 요즘 젊은 세대에는 인문학 관련 서적을 권하고 싶습니다. 인간의 존재감과 가치에 대한 깊은 고민을 통해 ‘관계의 삭막함’에서 벗어났으면 하는 바람 때문입니다.

▲ (주)베스코의 플랜트 설비 시공 모습. (사진=베스코 제공)

◇ 요즘 상공회의소 부지 이전 건으로 지역사회가 술렁거리고 있다. 이전 부지 선정을 담당한 발전분과위원장을 맡고 있는데 경과와 향후 계획을 말해 달라.

부지 선정을 하는데 있어서 먼저, 지리적으로는 상징성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매년 약 5000~7000명 정도의 학생들과 민원인들이 상의를 방문하는데 이 분들의 편의를 위해서 대중교통이 원활한 시내권이면 좋겠습니다. 아울러 소상공인들과 시민 모두에게는 ‘함께하는 열린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점을 먼저 고려하기로 했었습니다만, 선정 조건이 추가되면서 조건에 맞는 적절한 장소를 찾지 못해 죄송스럽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이번에 새로운 TF팀이 부회장단을 중심으로 꾸려질 것이고, 면적과 평당 금액 등의 선정 조건을 완화해서라도 입지 선정을 다시 한다고 합니다. 이분들이 시민과 함께 머리를 맞대고 풀어 간다면 좋은 결과가 나올 것으로 봅니다.

◇ 앞으로의 포부와 시민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저의 포부보다는 안타까움으로 대신 하겠습니다. 지인들과 대화를 하다보면 간혹 ‘여수에는 어른이 없다’는 말을 들을 때가 있습니다. 이럴 때 가장 마음이 아픕니다. 제가 알기론 여수에 분야별로 어른들이 계십니다. 혹시라도 그 분들의 숨겨진 모습을 못 보셔서 그런 건 아닌지 하는 아쉬움도 있고요. 그분들의 어른스러움을 각자의 잣대로 폄하해 버린 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조심스럽게 해 봅니다. ‘앞에 가는 길 손 셋 중에서도 나의 스승이 있다’고 하는데 여수에 설마 어른이 없겠습니까? 여수에 어른 많습니다. 우리 모두 자책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여수의 밝은 미래를 저는 믿습니다”

 

저작권자 © 뉴스탑전남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