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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들이 뭔데 내 70년 평생의 삶을 망가뜨리냐”
마재일 기자  |  killout133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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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9.26  10:5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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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성리 해수욕장 평촌마을에 내걸린 현수막. (사진=마재일 기자)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여수시가 추진하는 만흥 공공지원민간임대주택 사업을 반대하는 주민들이 25일부터 여수시청 앞에서 결사반대 집회를 하는 가운데 택지지구에 최근 건물을 준공해 영업하고 있거나 건축허가를 받고 수십억 원을 들여 공사 중인 주민들도 쫓겨날 처지에 놓였다. 일부 주민은 극심한 스트레스로 공황장애가 심해져 약물치료를 받거나 병원에 실려 간 일도 벌어졌다. 주민들은 누굴 위한 택지개발이냐며 격앙했다. 

극심한 스트레스로 공황장애 심해져
내가 뭐하러 여수에 내려왔을까 후회

서울에서 살던 오수환(65·유자가든 대표, 만흥동 100번지) 씨는 백혈병에 걸려 15년 전 아내의 친정인 여수로 내려왔다. 아내와 바닷가와 인접한 사글세 가게를 얻어 장사를 시작했다. 그러나 태풍이 올 때마다 늘 불안했다. 태풍으로 지붕이 뜯기고 바닷물이 가게 안으로 들어와 TV 등 가전제품이 물에 잠길 때가 한두 번이 아녔다. 그래도 여수시청 공무원은 단 1명도 나와 보질 않았다. 오히려 인근 군부대에서 복구 작업을 도와줬다. 더욱이 없는 형편에 허름한 가게는 언제 철거될지도 몰라 불안한 삶의 연속이었다. 죽기 전에 내 땅에 건물 번듯하게 지어서 장사하는 것이 부부의 유일한 소망이고 희망이었다. 열심히 산 덕분에, 그리고 꾸준히 찾아준 손님들 덕분에 현 가게 맞은편에 새로이 건물을 지을 수 있었다. 그토록 바랐던 내 건물에서 가족이 장사할 수 있다는 것에 너무나 감사하고 행복했다. 먹어 가는 나이 탓에 수도권에서 직장을 다니던 아들도 불러 내렸다.

   
▲ 유자가든 오수환 대표는 극심한 스트레스로 공황장애가 심해졌다. (사진=마재일 기자)

그런데 마른하늘에다 날벼락 같은 일이 벌어졌다. 수십억 원을 들여 땅을 사고 건물을 지었는데 얼마 안 있어 이 건물이 임대주택조성사업 지구에 포함됐다는 의견 제출서를 여수시로부터 받은 것. 부부는 이후 삶의 모든 의욕을 잃었다. 밤이면 치밀어 오르는 화 때문에 잠을 잘 수가 없다. 오씨는 스트레스로 공황장애가 심해졌다. 요즘에는 곧 죽을 것처럼 불안감이 자주 엄습한다. 병원에 몇 차례 실려 가기도 했다. 아내 또한 없는 화병이 생길 정도로 부부는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오씨는 “건물을 짓기 전에 여수시청 관련 부서에 이곳에 건물을 지어도 되느냐고 수차례 문의했다. 괜찮다고 해서 큰맘 먹고 지었는데 건물 철거는 물론 이곳에서 쫓겨나게 생겨 너무 기가 막히고 말문이 막힌다”고 울분을 토했다. 그는 LH와 국토부를 찾아가 항의했으나 대통령이 와도 변경이 안 된다는 답변만 들었다. 여수시장 면담을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오씨는 “수천억 원이 들어가는 사업을 한다면서 LH와 여수시가 이래도 되느냐. 적어도 주인한테 한 번이라도 설명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여수시와 LH가 밀실협약을 해서 내 땅과 건물을 강제로 빼앗아가는 것과 뭐가 다르냐. 시장이 마음대로 결정하고 주민한테 통보만 하면 되느냐”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정말 억울하고 화가 나는데 누구한테 하소연할 데가 없다. LH에 가서 항의했지만, 무시만 당하고 내려왔다. 여수시청 공무원들은 자기들도 몰랐다고 한다. 도대체 이게 말이 되느냐”고 하소연했다.

   
▲ 유자가든 건물. (사진=마재일 기자)

오씨 부부는 서울로 다시 올라갈까 고민도 했다. 하지만 이 나이에 서울 가서 뭐 먹고 살겠나 싶어 여수에서 계속 살기로 했지만, 막막할 뿐이다. 오씨는 “보상이 문제가 아니다. 우리 부부에게는 피땀과 눈물로 일궈낸 삶의 터전인 이 땅, 이 건물은 돈으로 따질 수 없는 가치를 지닌 곳이다”고 말했다.

그는 “이 사달이 날 줄 알았으면 아들도 불러 내리지 않았을 것이다. 힘들게 살아온 부모를 돕는다고 결혼도 늦춘 아들이다”며 “대한민국 어느 부모가 자식한테 가난을 대물림해주고 싶겠나. 그게 싫어서 부부가 악착같이 살았다. 그런데 그 결과가 이렇게 돌아왔다. 여수에 왜 내려왔을까도 후회가 된다”고 깊은 한숨을 쉬었다.
 

   
▲ 50억 원을 들여 짓고 있는 NCNP 건물. (사진=마재일 기자)

50억 들여 짓는 건물 철거해야 할 판
스트레스로 두통 생기고 병원 실려 가

아버지와 함께 유자가든 바로 옆에 ‘NCNP’라는 문화복합 건물을 지어 10월 말 영업을 시작하기 위해 한창 준비 중인 신홍권(32) 씨도 현 상황에 기가 막힐 뿐이다. 아버지가 평생 모은 돈으로 짓는 건물이 하루아침에 없어지게 생겼다. 아버지의 분노와 억울해하는 모습을 보노라면 복장이 터질 지경이다. 희망이 절망으로 바뀌어 가고 있다. 신씨는 극심한 스트레스로 두통이 생겼다. 급기야 병원으로 실려 간 적도 있다.

신씨는 지난 4월 여수시로부터 건축허가를 받고 만흥동 111-2번지에 3층 건물 250평 규모로 카페와 공연장, 전시실을 갖춘 근린생활시설을 짓고 있다. 신씨에 따르면 현 건물이 들어서고 있는 구역은 만성리 해수욕장 백사장 인근 상가들에 비해 높은 곳에 있어 자연재해로 인한 피해가 적다. 이 때문에 여수시와 민간이 추진한 개발사업 계획에서도 제외됐다. 2015년 인접도로 확·포장 공사 당시 여수시청 담당자에게 문의했을 때 이 구역은 향후 개발에서 제외될 것이니 건물을 지어도 된다는 답변도 들은 터였다. 이에 전국의 관광명소를 돌며 여수지역의 랜드마크가 될 만한 건물을 짓기 위해 치밀하게 벤치마킹했다. 수년간의 고민과 수차례의 설계 변경 끝에 최종 설계는 공모를 통해 모 대학교수에게 맡겼다. 총사업비 50억 원 정도가 들어가는 건축 공정은 현재 90%를 넘긴 상태다.

   
▲ 지난 17일 만덕동 주민센터에서 열린 ‘여수 만흥 공공지원민간임대주택 공급촉진지구 전략환경영향평가서 초안 설명회’에서 신홍권씨(왼쪽)와 유자가든 부부가 LH에 항의하고 있다. (사진=마재일 기자)

그러나 건축허가를 받은 이후 얼마 안 돼 여수시로부터 이 구역이 공공지원임대주택 공급촉진지구에 포함, 신축 중인 건물과 부지가 강제 수용돼 철거 대상이 된다는 통보를 받고 충격에 빠졌다. 신씨는 “국가가 진행하는 사업이라는 명목으로 개인의 재산을 강제적으로 뺏어가는 것은 국민의 사유재산권에 대한 명백한 침해”라고 반발했다.

신씨는 “LH는 지구지정이 아직 계획단계인데도 여수시와 시의회, 주민들이 반대한다 하더라도 사업은 강행할 것이고 지구지정은 원안대로 확정될 것이니 의견을 내거나 대통령이 나서도 결과에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고 말한다”며 “생존권을 부르짖는 주민들의 절박한 호소는 들은 체 만 체하고 있다”고 막무가내식 사업 추진을 비난했다.
 

   
▲ 만흥 공공지원민간임대주택 공급촉진 계획지구 전경. (자료=국토교통부 홈페이지)
   
▲ 만흥 공공지원민간임대주택 공급촉진지구에 포함된 유자가든, 무등이네 이사 부지, NCNP 건물.

 

평생 정직하게 살아왔는데 바보처럼 당하고만 사는 인생

만성리 해수욕장에서 무등이네 수퍼·민박·식당을 운영하는 이순례(70) 씨는 스물세 살에 평촌마을로 시집을 왔다. 월남전 참전 후 생긴 고엽제 후유증을 앓고 있는 남편 몫까지 몸이 편찮은 시부모를 20여 년간 똥 수발 오줌 수발하면서 모셨다. 효부상도 받았다.

낡고 허름한 집은 비가 많이 오거나 태풍이 불면 바닷물과 빗물이 섞여 집안으로 들어온다. 안방은 말할 것도 없고 민박을 치는 방은 습기가 차서 방바닥과 벽지가 늘 축축하다. 곰팡내가 나고 집에서는 바퀴벌레가 득실거린다. 이러다 보니 손님은 거의 끊겼다. 현재 사는 집은 만흥 검은 모래 해변 배후단지 개발구역에 포함돼 도시계획에 묶여 건물을 새로이 지을 수도 없는 상황이다.

   
▲ 무등이네 수퍼·민박·식당을 운영하는 이순례씨. (사진=마재일 기자)

유자가든과 NCNP 건물 사이에는 시부모가 돌아가시면서 몸이 아픈 막내 남편에게 물려준 조그마한 땅(만흥동 99-3번지)이 있다. 이곳에 새집을 지어 남루하고 지긋지긋하게 서글픈 삶을 여생 동안 보상받고 싶었다. 그런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기다렸다.

그런데 이씨는 요즘 너무 분하고 억울해 잠을 이룰 수가 없다. 집을 지으려고 설계를 의뢰했는데 안 된다는 답변을 받았다. 자신도 모르게 공공지원임대주택 공급촉진지구에 포함됐기 때문이다.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었다.

이씨는 “스물셋에 시집와서 아픈 시부모 수발하면서 꽃다운 젊은 시절 다 보냈다. 이런 험악한 집에서 50년 가까이 살면서 죽기 전에 새집을 지어 살아보겠다는 것이 헛된 희망인가. 멀쩡한 땅과 집을 빼앗는 게 사람이 할 짓인가. 평생을 정직하게 살아왔는데 바보처럼 당하고만 사는 인생이다. 자유민주국가가 공산당 보다 더한다”고 울분을 토했다. 그러면서 “이 허름한 집 보상이 얼마나 되겠나. 국가가, 여수시가 법 잘 지키고 착하게 살아온 시민을 죽게 하면 되느냐”고 말했다.

   
▲ 만흥동 평촌마을 무등이네 수퍼·민박·식당. (사진=마재일 기자)

이씨는 특히 “내가 낸 세금으로 하는 개발사업인데, 그 세금으로 내 집이 뜯기고 새 보금자리에서 쫓겨나야 하는 이 기막히고 억울한 상황을 어디다 하소연해야 하느냐”고 복받쳐 오르는 감정을 삼켰다. 그는 이어 “왜 우리가 이런 처지에 내몰려야 하느냐. 여수시와 LH가 가슴을 화살로 찌르는 듯한 고통을 아느냐. 지들이 뭔데 내 70년 평생의 삶을 망가뜨리냐. 너무 분통하고 억울하다”고 말했다.

이들은 여수시와 국토부 등에 민원을 제기하고 자신들의 부지와 건물을 계획지구에서 제외해 줄 것을 건의했다. 여수시는 답신을 통해 “국토부와 LH에 제척 의견을 제출하는 한편 국토부 해당 부서를 방문해 민원이 수용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통보했다. 국토부는 사업시행자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전달하겠으며, 해당 의견이 추후 절차 진행 시 검토 대상에서 누락되지 않도록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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