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문객, 여수시의 무관심·방관 지적…도성마을 주거환경 개선 촉구
민덕희 의원, 지난해 9월 개선 촉구 이후 1년 지났지만 변화 없어

▲ 여수시 율촌면 신풍리 도성마을과 손양원 목사 순교기념관. 회색 지붕은 축사 석면 슬레이트.(드론=심선오)

여수시 율촌면 신풍리 한센인 정착촌 도성마을의 열악한 정주 여건을 시급히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지만 이렇다 할 진척이 없는 가운데 마을의 주거환경 개선을 촉구하는 지적이 또다시 제기되고 있다.

특히 도성마을 축사 인근의 한국 교회 순교성지로 불리는 손양원 목사 순교기념관 방문객들이 악취로 불편을 겪고 있다.

지난 5일 여수시청 홈페이지 ‘여수시에 바란다’에는 ‘여수 도성마을 주민들의 주거환경 개선을 부탁드립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순천에 거주하면서 외국 선교사를 데리고 올 기회가 종종 있는 사람이라고 밝힌 글쓴이는 “외부인에게 비치는 여수의 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해서 간단하게 몇 자 남긴다”고 운을 뗐다.

글쓴이는 “선교사가 올 때면 가족분들과 함께 항상 손양원 목사님 기념관을 찾는다”며 “주변 마을을 한 바퀴 돌며 한국의 모습, 정확히 말하자면 여수의 모습을 보여드리며 손 목사님이 남기신 흔적을 찾아보곤 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여수를 방문한 선교사들 모두 손 목사님의 기념관을 둘러보는 시간 동안 만족했고, 도시에서 볼 수 없는 한국적 정취가 굉장히 좋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 도성마을 축사 인근의 한국 교회 순교성지로 불리는 손양원 목사 순교기념관 방문객들이 악취로 불편을 겪고 있다. (사진=마재일 기자)
▲ 손양원 목사 순교기념관 옆 도성마을 축사. 한국 교회 순교성지로 불리는 손양원 목사 순교기념관 방문객들이 악취로 불편을 겪고 있다. (사진=마재일 기자)

하지만 이곳을 방문할 때마다 악취 때문에 죄송스러울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고 토로했다.

그는 “한국의 시골에서는 거름을 주느라 악취가 난다고 말하곤 했지만, 일반적인 시골의 거름 냄새를 뛰어넘는 악취에 민망할 때가 많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당시에는 당황스러움을 감추기에 바빴는데, 이제는 그 마을에 무슨 문제가 있는지 걱정스럽기까지 하다”면서 “마을에 거주하는 분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좋지 않다”고 했다.

글쓴이는 “기념관을 방문한 지도 10년이 훨씬 넘었는데, 악취에 있어 개선된 점이 없는 것을 보면 여수시에서 그곳 마을에 대해 너무 무관심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썼다. 이어 “과거 이 동네가 어떤 마을이었고, 왜 애양원이 세워졌는지 생각한다면 이렇게 무관심하게 방관할 수는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전남 동부권에서 손양원 목사님의 기념관과 애양원, 그리고 그 주변 작은 마을은 굉장히 의미 있는 장소 중 하나”라면서 “순천에 거주하고 있는 제가 외국에서 손님들이 올 때면 꼭 목사님의 기념관을 찾는 것도 다 그러한 이유 때문이다”라고 했다.

글쓴이는 “악취가 개선되고 동네 환경이 좋아진다면 목사님의 기념관을 찾을 외부인에게 더 의미 있는 기억을 남길 수 있을 것이다”며 “(계속해서)알아가고 기억할 수 있게끔 여수시부터 이곳 동네에 관심을 뒀으면 한다”고 충고했다.

그는 “앞으로도 악취의 개선 여부와 상관없이 기념관과 마을을 방문할 예정”이라면서 “부디 여수시가 기념관 주변 마을의 악취 원인을 면밀하게 조사해서 마을 분들의 복지에 신경을 써 달라”고 거듭 당부했다.
 

▲ 여수시 율촌면 신풍리 도성마을과 손양원 목사 순교기념관. 회색 지붕은 축사 석면 슬레이트.(드론=심선오)

이에 대해 여수시는 답변을 통해 “도성마을의 경우 축사 대부분 70년대 설치된 개방형 축사로, 퇴비 자연건조에 따른 악취 등이 발생하므로 전라남도 및 여수시는 가축사육에 따른 악취 발생 등 주민들의 정주 여건을 개선하기 위해 축산환경 및 마을환경개선 등 분야별 지원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시는 현재 악취 저감을 위해 매년 축산농가 및 가축분뇨 공동처리장을 대상으로 탈취제와 처리 약품 등을 지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가축분뇨 배출시설에 민원 불편 사항에 관해 설명하고 축사로 인한 악취를 줄이도록 행정지도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주민들은 기업형 축사들이 여전히 분뇨를 배출하면서 악취는 거의 변화가 없다고 말한다. 특히 비가 오면 분뇨처리장 수문을 열어 분뇨를 바다로 대거 방출하고 있지만, 단속 기관은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

여수시의회 민덕희(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 의원은 지난 23일 제195회 여수시의회 임시회 10분 발언을 통해 “지난해 9월 도성마을의 문제를 해결에 시가 적극적으로 나서 줄 것을 간곡해 요청했으나 1년이 지난 지금, 과연 무엇이 바뀌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민 의원은 “여전히 주민들은 분뇨 냄새와 1급 발암물질인 석면이 널브러진 곳에서 매캐한 공장 매연을 맡으며 아침을 맞이하는 한 치의 변화도 없다”며 “도성마을에 사는 것이 수십 년간 기본권을 침해받아가면서까지 살아야 하는 이유가 돼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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