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에게 때맞춰 밥 한 끼를 먹이는 일 보다

때맞춰 책 한 권을 읽히는 일이 더 중요합니다



-푸른책들 발행인 신형건 씨 -



우리가 보통 치과의사라 하면 대한민국 1% 안에 드는 계층이라 한다. 그만큼 안정되고, 부러움을 받는 직업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치과의사를 그만두고 동화작가로 전업한 이가 있다. 그의 인생관이 궁금했다. 그를 만난 곳은 동백초등학교 교장실에서였다.



“행복하세요?” 뜬금없는 기자의 질문에 잠시의 머뭇거림도 없이 “네, 행복합니다”고 답한다. 우문에 현답이다.

사람은 누구나 안정된 것을 버리고,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갖는다. 더구나 그 안정된 것의 무게가 크면 클수록 그 두려움은 크기 마련이다. 그의 첫인상은 웃음이다.

눈가에 그렁그렁 달고 있는 착한 웃음이다. 그의 행복해 하는 얼굴을 보면서 부럽다는 생각이 드는 이유는 무엇일까?



경희대 치대를 졸업하고 93년에 개인 치과병원을 개원해 안정된 미래를 예약해 놓은 그가 생뚱맞은(?) 선택을 한 것은 우연보다 필연에 가깝다.

1965년생인 그는 경희대 치대 1학년 때인 1984년‘아동문예 신인문학상’과‘새벗문학상’ 동시에 당선되어 시인으로 활동을 시작했다.

그러던 그가 병원을 운영하면서도 꿈을 놓지 않았다. ‘의사생활을 하면서도 하고 싶은 것을 해야 한다’는 소중한 꿈을 한 시도 놓지 않았던 것이다. 새로운 출발을 위해 98년 출판사를 설립했다.



그리고 2년 동안 의사와 출판사 발행인을 겸했다. 2개의 직업중에 하나를 선택해야 할 때 그는 주위의 강력한 만류에도 불구하고 과감히 의사 가운을 벗었다. “그 결정에 후회하지 않느냐?”는 물음에도 잠시 뜸을 들이던 그는 “계속 치과의사를 했으면 분명히 안정된 생활은 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지금처럼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하지는 못했을 것입니다”고 후회없는 결정이었음을 얘기한다.



“어렸을 적 책을 읽을 때마다 항상 꿈을 꾸었습니다. 어느 때는 화가가 되기도 하고, 어느 때는 여행가나 고고학자가 되기도 했고요.

내가 꾸었던 그 꿈을 다른 사람에게도 나누어 주는 일을 하기 위해 출판사를 연 거예요”

오늘도 그는 수많은 어린 학생과 시낭송을 같이 하면서 그들에게 새로운 꿈을 꾸게 하고 있다. 그가 지은 동시는 현재 초등학교 국어 교과서에 ‘거인들이 사는 나라’, ‘발톱’, ‘시간 여행’, ‘그림자’, ‘넌 바보다’ 등 5 편이 실려 있다.



그는 아동서적 전문 출판사 ‘푸른책들’을 설립한지 10년 만에 150권의 책을 출간했다. 언뜻 보기에 결코 많은 숫자가 아닐것 같지만, 150여권 모두가 ‘순수한 국내 작가들의 창작동화’라는 데서 그가 치과의사를 접고 출판업에 뛰어든 이유와 고집을 엿볼 수 있게 한다. 이러한 온갖 어려움을 극복하고 출판업계의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가고 있다.



그는 ‘푸른책들‘이라는 출판사를 시작하면서 외국번역물은 손을 대지 않기로 작정을 했다. 이유는 손쉽게 번역물로 돈을 벌게 되면 국내 창작물에서 멀어지게 될까봐 스스로 두려웠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순수창작물 100권을 돌파한 다음에야 좋은 외국번역물을 소개하는 것도 의미가 있겠다는 생각에 자회사 ‘보물창고’를 별도로 설립하였다. 굳이 회사를 분리시킨 이유도‘푸른책들’에 외국물을 들이지 않겠다는 그만의 고집이 있었기 때문이다.



“나의 성공은 97% 실패 확률과 3% 성공확률 중에 3% 안에 든 경우입니다. 이제 3%를 넘어서 1%를 향해 뛰어가고 있는 중입니다. 저의 성공 예가 누군가 인생의 변화를 시도하고자 할 때, 작은 용기가 될 수 있다면 더 바랄 것이 없죠”



동백초등학교‘달빛 시 낭송의 밤’행사에서 아이들 마음속에 많은 꿈을 심어주고 떠난 신형건 발행인은 ‘푸른문학상’을 제정하여 새로운 작가들을 발굴하고, 회사 내 아카데미를 운영하면서 신진작가들을 양성해 나가기도 한다. 지금 그는 스스로의 인생을 개척해 나가는 용기만큼 행복이 넘치는 사람이다.



박완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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