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의 건강을 위해서 여수학숙 식단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현재 여수학숙은 밥과 국만 제공하고 반찬은 학생 개개인이 마련하거나 직접 요리를 해서 먹도록 하고 있다. 식비는 무료다.

▲ 여수학숙 점심 식단.

여수시가 지역 출신 서울 소재 대학 학생들의 경제적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운영하는 여수학숙의 식단이 부실하다는 지적과 함께 학생들의 건강을 위해서는 식단의 질을 높이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 13일 여수시청 홈페이지 ‘여수시에 바란다’에 ‘배고픈 여수학숙’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올해 여수학숙에 입사했다는 딸의 어머니는 “학기 초에는 원룸처럼 기숙사 안에 모든 것이 구비돼 저렴한 가격에 이용할 수 있는 곳이 있다는 생각에 여수시민이라는 것이 자랑스러웠다”고 밝혔다. 하지만 여름 방학 후 식당을 만들어 정말 한 끼 식사라고 생각할 수 없는 반찬과 10분만 이용할 수 있는 조리시설 등 불편이 너무 크다고 했다.

어머니는 “그나마 정해진 식사시간에 도착할 수 있어 한 끼라도 먹을 수 있으면 다행인데 서울에서의 동선과 학원 등으로 식사시간을 맞추기는 몹시 힘이 든다”며 “그동안은 그나마 기숙사에서 에어프라이나 전자레인지로 부족함을 메우고 있었는데 그것마저 모두 철수하라고 한다”고 말했다.
 

▲ 26일 여수학숙 저녁 식단. (사진=여수학숙 제공)

딸의 점심 식단 공개한 어머니 “식대를 올려서라도 제대로 먹을 수 있게 해야”
여수시, “식비 무료, 학생들 설문조사 해 결정…선호 반찬 제공 등 개선할 것”


어머니는 이어 “식사를 제공할 것 같으면 식대를 올려서라도 제대로 먹을 수 있게 하시든지 아니면 취사도구를 그대로 두든지 하셔야지 대책 없이 취사도구 철수라니요? 커가는 아이들 한 참 잘 먹을 나이에 늘 배고파하니 엄마로서 가슴이 아프다”고 했다. 그러면서 “제 아이와 더불어 여수학숙에 있는 모든 학생이 배고픔에서 벗어나게 도와달라”며 점심 식단 사진을 올렸다.

▲ 여수학숙 점심 식단.

사진을 보면 10월 14일과 15일, 17일, 22일 점심 식단에는 밥과 국, 달걀부침, 김치, 두부조림, 김, 무장아찌가 전부다.

여수시는 답변을 통해 “각 방에서 취사할 경우, 화재 위험이 있어 공용식당 내에서만 취사할 수 있도록 했으며 각 방에 전자레인지 이용이 가능한 만큼 간단한 조리는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어 “다수 학생의 이용시간을 반영해 10월 14일부터 오후 6시 30분부터 8시 30분까지로 시간을 변경했으며, 추후 이용시간 연장에 대해 설문조사를 해 탄력적으로 운영할 예정이다”고 했다.

시는 또 애초 공용식당은 기간제 근로자 1명을 채용해 개별취사가 어려운 주식만 제공하려 했으나 학생들의 편의를 위해 현재 1~2찬, 고기류는 1주일에 1회 이상 제공하고 있다면서 향후 학생들의 선호 반찬을 제공하는 등 여건에 맞게 가능한 부분을 개선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식대 인상은 학생들의 의견 수렴과 예산 검토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 26일 여수학숙 점심 식단. (사진=여수학숙 제공)

여수시는 학숙 공용식당은 아침 10명, 점심 20명, 저녁 30명 등 하루에 평균 60명 정도가 이용하는데, 이용 학생 수가 적어 급식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여수시 관계자는 “말이 공용식당이지 공용취사장 개념이다. 밖에서 끼니를 해결하는 학생도 적지 않고 소규모여서 급식이 어렵다. 학생 개개인이 반찬을 마련하거나 직접 요리를 해서 먹도록 하고 있다. 이는 학생들의 설문조사를 통해 결정한 사안이다”고 말했다. 이어 “식당이라고 하니까 일반 식당처럼 음식이 잘 나오는 것으로 (어머니가) 착각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여수시는 지난 9월 3일 보도자료를 통해 “학숙 입사생의 생활여건 개선을 위해 마련한 공용식당으로, 입사생의 건강을 챙기고 부모님의 걱정도 덜어드리게 됐다”고 밝혔다. 방 2개를 개조한 식당 공사에는 시 예산 1억 5000만 원이 투입됐으며, 식당 관리와 조리를 전담할 인력도 채용했다. 하지만 학업을 위해 집을 떠나 객지에 있는 딸의 건강을 걱정할 수밖에 없는 부모의 마음을 헤아린다면 현재의 여수학숙 식단은 부모의 걱정을 떨치기에는 역부족으로 보인다.

▲ 여수학숙.

서울시 도봉구에 있는 여수학숙은 2014년 여수지역 학생과 학부모의 주거비 부담을 덜어주고 면학 편의를 제공하기 위해 건물 매입과 비품 구매 등 32억여 원을 들여 개관했다. 지상 7층, 35실 규모로 현재 학생 62명이 생활하고 있으며, 각 호실 내에는 인덕션과 냉장고, 세탁기 등 편의시설이 갖춰져 있다. 이용료는 월 7만 원이며, 식비는 무료다.

하지만 시는 화재 위험이 있다며 공용취사장을 만든 대신 각 방에 설치된 인덕션이나 전기밥솥 등을 사용하지 못하게 했다. 실제로 여수학숙의 ‘11월 알림 공지’를 보면 식당 개소 이후 방에서 전기밥솥이나 인덕션을 두고 개별취사와 음식을 먹는 행위는 일절 금지하고 적발 시 감점 부과, 퇴사 등의 조치를 할 예정이라고 밝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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