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시의 만흥 매립장사용 연장 계획에 인근 주민들이 반대하면서 협의 과정이 난항을 겪는 가운데 행정의 신뢰가 무너진 상황에서 섣부른 여론전으로 주민 반발을 자초했다는 지적이다.

▲ 여수시 만흥 위생매립장. (사진=여수시 제공)

3월 종료…시, 매립용량의 68% 사용·2037년까지 사용 주민과 협의
주민지원협의체 “약속대로 종료해야…여수시, 여론 호도 말라” 비판

생활 폐기물을 처리하는 만흥 위생매립장의 사용 기간 연장을 추진하려는 여수시의 계획에 매립장 인근 주민들이 반발하며 반대하고 있다. 여수시는 시 전체의 이익을 위해서는 기간 연장이 필요하다는 입장인 반면 주민들은 약속대로 3월에 매립장사용을 종료하고 공원을 조성해야 한다는 강경한 태도여서 시의 계획에 난항이 예상된다.

여수시는 최근 보도자료를 통해 “여수시가 주민들과 약속한 만흥 매립장의 사용 기간이 올해 3월 말로 끝나 연장을 위해 주민지원협의체와 적극적으로 협의에 나서고 있다”고 밝혔다. 시는 만흥 매립장 주변 지역 주민과의 약속은 존중하지만, 신규 매립장 조성비용과 신규대상지 선정으로 인한 주민 갈등 등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추산해 볼 때 17년 더 사용 가능한 매립장을 덮어 공원을 조성하는 것은 행정 낭비라고 했다.

만흥 매립장은 1994년 12월 폐기물 처리 매립용량 325만㎥로 승인받아 1997년부터 매립을 시작했다. 현재 220만㎥가 매립돼 매립용량의 68%를 사용, 연장한다면 2037년까지 105만㎥를 더 메울 수 있다. 애초 2020년까지 사용을 예상했으나 2010년 음식물 자원화 시설이, 2011년에는 소각시설이 여수시에 들어서면서 쓰레기 매립량이 급격히 감소했다.

시는 올해부터 자원순환 목적으로 시행한 폐기물 사전신고제도와 폐목재 반입 제한으로 반입 쓰레기가 줄어 사용 연한이 길어졌고, 매립장에 반입되는 폐기물 물량이 작년보다 하루평균 158t에서 69t으로 56% 감소해 매립 가능 기간은 2037년보다 더 길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시는 또 만흥 매립장에 대해 매일 흙덮기를 하고, 매립장에서 발생하는 침출수를 하수종말처리장으로 전량 이송하는 등 친환경적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시의 매립 사용 기간 연장 계획에 만흥동, 덕충동 등으로 구성된 인근 주민지원협의체는 반대하고 있다. 주민지원협의체는 만흥 매립장이 문을 열 당시 주민과 약속한 대로 사용 기간이 끝나면 공원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 여수시 만흥 위생매립장. (사진=김홍수 만흥 위생매립장 주민지원협의체 위원장 제공)

김홍수 만흥 위생매립장 주민지원협의체 위원장은 4일 “매립장 때문에 인근에 사는 300여 가구 주민들이 재산권 침해 등 수십 년간 피해를 봤다. 만흥 주민들의 고충도 한 번쯤 헤아려 달라”고 호소했다.

김 위원장은 이어 “여수시는 매립장사용 기간이 정해진 것을 뻔히 알면서도 그동안 이전 등의 다른 방안을 전혀 모색하지 않았다”며 “기간 종료가 임박해서야 뒤늦게 부랴부랴 주민과 협의하겠다는 것은 주민을 무시한 처사”라고 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권오봉 시장이 만흥 주민들과 가진 사랑방 좌담회에서 3월에 우선 종료키로 한 만큼 권 시장은 주민들이 또다시 생계를 제쳐두고 쓰레기 문제로 피해를 보는 일이 생기지 않도록 약속을 이행하라”고 촉구했다.

권오봉 시장은 지난해 6월 7일 만흥동 상촌마을에서 가진 주민과의 사랑방 좌담회에서 “20년 이상 쓰레기 매립이 진행되면서 고통과 희생을 감내해 주신 주민께 감사와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전임 시장이 약속한 대로 매립기한을 준수할 것이며, 혹시 기간 연장이 필요하다면 다른 시군 사례 등을 파악해 주민과 협의부터 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 여수시 인도에 쌓인 쓰레기. (사진=마재일 기자)

여수시 섣부른 여론전 주민 반발 부추겨
세심 행정 실종·밀어붙이기식 행정 반복

여수시가 세심한 행정이 필요한 시점에 섣부른 여론전으로 주민 반발을 자초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주민들은 여수시가 언론에 시에 유리한 보도자료를 배포해 여론전을 펼치는 것에 대해 분통을 터뜨렸다. 주민들이 동의하지 않았는데도 언론에는 연장에 합의한 것처럼 보도가 됐고, 조례 변경으로 시행하는 폐기물 사전신고제 등에 대해서 시민이 정확하게 알 수 있게 홍보키로 시가 약속을 해놓고 이는 제외하고 매립 사용 기간 연장 논리만 일방적으로 반영됐다는 것이다.

김홍수 위원장은 “그동안 주민 회의에서 도출된 내용과는 전혀 다른 내용이 언론에 보도돼 유감”이라며 “여수시가 그동안 대책을 세우지 않고 쓰레기 대란이 우려된다는 등 주민 탓으로 몰아가고 있다. 시가 시민과 매립장 인근 주민의 편을 가르는 여론몰이 행태를 중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위원장은 “시 조례에 따라 폐기물 사전신고제도와 폐목재 반입이 제한되면서 폐기물 배출·처리업체가 처리비와 운송료 인상 등으로 불편을 겪고 있고 그 비용은 고스란히 시민이 떠안고 있는데, 주민들이 쓰레기반입을 막는 탓에 비용이 인상됐다는 유언비어와 일부 조작된 여론이 퍼지고 있다. 시가 이를 바로 잡는 노력은커녕 방치하고 있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실제로 사업장폐기물 처리 비용이 2~3배 인상하면서 영세업체들의 부담이 가중되면서 불만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주민들과 약속한 매립장의 사용 기간 종료가 코앞으로 다가왔는데도 이렇다 할 해법을 내놓지 않은 채 주민을 여론전으로 압박하는 모양새를 취한 것이 되레 협의할 여지를 좁혔다는 비판과 함께 여수시가 행정력 부재를 드러낸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와 함께 주민과 행정이 윈윈하는 상생의 가치가 실종됐다는 시각도 있다. 만흥동 중촌·평촌마을 주민들과 여수시는 지난해 만흥지구 공공지원민간임대주택 조성 사업 추진으로 극심한 마찰을 빚은 바 있다. 이에 여수시가 매립 기간 연장이 불가피하다면 신뢰받는 소통행정으로 먼저 접근했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무엇보다 행정에 대한 주민들의 신뢰가 무너진 상황에서 시가 만흥 임대주택 조성 사업처럼 밀어붙이기식 행정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 여수시의 한 아파트 내 쓰레기 분리 수거장. 재활용 쓰레기가 며칠째 쌓여 있다. (사진=마재일 기자)

양보·타협으로 현실적 접점 필요
주민지원 인상 등 현실적 접근도

행정과 주민 간 양보와 타협으로 현실적인 접점을 찾는 대승적 결단이 필요하다는 시각도 있다. 신규 매립장 조성비용과 신규대상지 선정으로 인한 주민 갈등 등 막대한 사회적 비용이 수반될 수밖에 없고 쓰레기 대란으로 시민 불편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서도 주민들은 서운한 감정을 드러냈다. 다른 지역 주민들 반발이 두렵고 쓰레기 대란도 우려된다면서 시가 이제껏 대책을 세우지 않은 것은 주민을 무시한 것이라고밖에 생각할 수 없다는 것이다. 김홍수 위원장은 “실제 매립장 인근에 사는 주민들의 고통과 민원 제기도 중요한 것 아니냐. 그런데 여수시의 행태를 보면 그렇지 않은 것 같다”고 했다.

여수시가 주민지원에 현실적이고 적극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반입 수수료 10%와 시 출연금 등을 모아 주민지원 기금으로 연간 2억 원 정도가 지원되는데 지원 기금 인상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지원 기금은 복지관 건립, 도로 건설 등에 쓰인다.

만흥 위생매립장 주민지원협의체는 만흥동, 덕충동, 오림동 등 인근 마을로 구성돼 있다. 현재 매립장사용 기간 연장에 대해서는 협의체 내 의견은 다소 갈리는 것으로 전해진다. 일부 지역은 여수시가 현실적인 대안을 제시하면 협의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지역구이면서 협의체 위원인 여수시의회 김영규 의원은 “여수시가 사전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한 것은 아쉽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이어 “타 시·군의 선진 사례를 살펴볼 필요가 있고, 무엇보다 시민 불편이 발생하지 않도록 행정과 주민의 양보와 타협, 상생 협력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시 관계자는 “3월 이후 매립장사용이 종료된다면 도심 곳곳에 방치된 쓰레기로 대란이 일어나 관광 이미지도 타격이 염려된다”면서 “시 전체의 이익을 위해 주변 주민과 협의해서 좋은 결과를 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주민들이 협의안을 먼저 시에 제시하면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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