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진자가 들렀다는 이유만으로 동선에 공개된 업소들이 임시 폐쇄 등 피해를 보고 있다. 자칫 방문이 꺼려지는 곳으로 인식돼 2차 피해도 우려돼 여수시 차원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 여수 교동시장. 코로나19 여파로 인적이 드물 정도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사진=마재일 기자)

동선 포함된 식당·병원·약국 등 임시 폐쇄
방역소독·음성 판정에도 2차 매출피해 우려

부산·서울·제주 등 코로나 공포·불안 막고
침체한 상권 살리려 클린존 인증제 시행
현실적·즉각적 지원 시급…시 “계획 없어”


요즈음 소상공인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손님과 매출이 크게 줄면서 하루하루 죽을 맛이다. 이는 거의 모든 사업장에 해당하겠지만, 하루 벌어서 먹고사는 영세상인·식당 등의 자영업자들은 타격이 더 클 수밖에 없다. 대규모 산업단지가 있는 여수도 코로나19로 인해 근로자들이 회식 등 각종 모임을 자제하고 있고 관광객마저 감소하는 상황이다. 장기화할 경우 지역경제 타격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특히 코로나19 확진자가 다녀간 동선에 포함된 지역 업소들은 그야말로 ‘마른하늘에 날벼락’일 수밖에 없다. 확진자가 방문했단 이유로 임시 폐쇄하거나 영업을 재개한다 해도 매출 급감 등 2차 피해가 우려된다. 확진자 방문 이후 방역 당국으로부터 철저한 방역을 받았지만, 여전히 ‘방문이 꺼려지는 곳’으로 인식될 우려가 상존한다. 이 업소들은 코로나19 확진자가 들렀다는 사실뿐 아무런 잘못이 없다.

방역 당국에 따르면 확진자와 같은 시간, 공간에 있었더라도 대면 밀접접촉을 하지 않으면 2차 감염 가능성은 크게 떨어진다. 또 방문했던 곳은 곧바로 방역 작업이 이뤄지고 1~2일 임시 폐쇄할 경우 바이러스가 사멸해 이후 방문을 하는 것은 문제가 없다. 되레 방역을 거친 업소는 방역을 거치지 않은 곳보다 더 안전하다는 게 방역 당국의 설명이다.

하지만 ‘확진자 동선 공개’는 감염병 확산을 방지하고 시민 안전을 지키기 위한 취지로 국민에게 공개하도록 법에 명시돼 있다.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보건복지부 장관은 감염병 환자의 이동 경로, 이동 수단, 접촉자 등을 국민에게 공개해야 한다. 확진자 동선 공개 이유는 밀접 접촉자를 신속히 확인하고 감염병 확산을 막으려는 조치이다.

▲ 코로나19 확진자가 방문했던 조은이비인후과 입구에 붙은 휴진 안내문. (사진=마재일 기자)

그러나 이러한 조치가 긍정적인 면 못지않게 부정적인 면도 드러내고 있다. 시민과 소비자들이 확진자 동선에 포함된 장소를 코로나19 확진자 대하듯 기피 현상을 보이기 때문이다.

여수시 보건당국도 확진자의 인적사항은 물론 확진자의 동선을 시민에게 공개하고 있다. 여수시와 순천시가 공개한 여수·순천 확진자 동선에는 여수지역의 식당, 병원, 약국, 낭만포차 등이 포함됐다.

신천지교회 대구집회에 참석했던 여수 확진자는 2월 21일 오후 2시 50분부터 3시 10분까지 학동에 있는 조은이비인후과에 들렀다가 3시 10분부터 15분까지 같은 건물의 푸른약국을 찾았다. 같은 날 오후 9시부터 10시까지는 학동 인근의 이바돔 감자탕에 머물렀다. 하지만 확진자와 같은 식당이나 병원, 약국을 방문했다가 감염되는 2차 감염사례는 발생하지 않았다. 확진자 가족 4명과 병원 11명, 약국 3명, 음식점 5명 등 23명 모두 음성 판정을 받았다.

확진자에 노출된 곳들은 소독지침에 따라 소독 시행 후 다음날까지 사용을 금지하고 이후에는 사용할 수 있다. 이는 바이러스는 소독 당일 사멸하지만, 소독제 사용에 따른 위해 가능성을 고려한 조치이다. 현재 2월 26일 순천 확진자가 방문한 낭만포차를 제외한 여수 확진자가 다녀간 식당, 병원, 약국은 3월 7일까지 문을 닫는다고 안내하고 있다.

▲ 여수시는 코로나19 청사유입 차단을 위해 5일부터 출입관리를 강화하고 있다. (사진=여수시 제공)

동선에 포함된 이바돔 감자탕 여천점의 경우 확진자 발생 당일인 29일 SNS를 통해 확진자 방문 일시와 직원 인원 등을 공개하고 현재까지 발열 증상이 없으며, 접촉자만 검사 대상자이지만 만일을 대비해 직원 모두 시 보건소를 방문해 검사를 마쳤다고 밝혔다.

감자탕 대표는 “규정상 2~3일 후 바로 오픈해도 되지만, 안전한 먹거리를 위해 자가 격리 기간이 끝날 때까지 문을 닫고 직원들의 검사결과가 음성으로 나오면 8일부터 영업하겠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코로나 확진자 방문 여수 첫 음식점인 만큼 잘 대처해 좋은 사례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방역소독을 철저히 하고 감염사례가 없어도 코로나19에 대한 공포와 불안 때문에 동선에 포함된 장소는 가지 말자는 분위기가 있고 매출 감소 등의 고통이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지자체 차원에서 피해 업체들 살리기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 부산시(왼쪽)와 제주도의 클린존(Clean Zone) 인증마크.

제주·성주 등 ‘클린존’ 도입 자체 늘어
재기의 용기·희망 줄 디딤돌 역할 부재

부산시의 경우 소상공인 피해 최소화를 위해 ‘클린존(Clean Zone) 인증마크제’를 실시해 호응을 얻고 있다. 클린존은 확진자가 방문한 시설 중 방역소독을 완료해 위험이 해소된 곳, 그리고 다중이용시설 중 방역소독을 주기적으로 시행해 안전한 곳을 말한다. 시민에게 방역 정보도 제공해 코로나19에 대한 막연한 공포감이 확산하는 것을 막고, 침체한 지역상권을 살리려는 즉각적인 조치다.

부산시는 부산의 1번 확진자가 다녀간 한 음식점을 제1호 클린존 인증업체로 정하고 인증마크를 달아줬다. 이를 부산시가 시 홈페이지와 언론, SNS 등 온·오프라인을 통해 알린다.

부산진구는 클린존 인증·홍보뿐 아니라 점심시간에 확진자 방문업소 이용 운동을 벌이고 있다. 진구는 코로나19 사태로 어려움을 겪는 납세자에 대해 지방세 납부기한 연장, 징수 유예, 세무조사 유예 등 지방세 지원 조치도 시행하고 있다. 부산사상구도 확진자 동선에 포함된 롯데마트 엄궁점과 사상온누리약국 등 10개소를 클린존으로 지정해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클린존’은 서울시가 지난 2월 17일 처음 도입한 제도로, 철저한 방역소독과 함께 안전성이 확인된 곳에 인증제를 실시해 시민의 불안감 해소에 나서고 있다.

제주도도 코로나19 확산 방지와 청정지역 위치 정보를 안내하는 ‘제주 코로나19 안심존’ 지도서비스를 제공한다. 경북 성주군도 확진자 방문시설에 대해 방역을 완료하고 군민이 안심하고 이용할 수 있도록 ‘클린존’을 시행키로 했다.

백군기 용인시장은 동선 공개로 매출 급감 등 피해를 보는 과일가게 등 지역 업소에 대해 페이스북을 통해 안심하고 이용해 달라고 호소하는 한편 공직자들이 해당 업소 물건 팔아주기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창원시는 코로나19 사태가 수그러들 때까지 시청 모든 부서가 확진자가 다녀간 업소를 직원들이 직접 방문하고 이용하기로 했다.

▲ 부산사상구의 클린존 업소. 부산시와 사상구청은 코로나19 확진자가 다녀간 식당 등 업소에 대해 클린존 인증제를 시행하고 있다. 클린존은 코로나19 확진자 방문시설이 철저한 방역소독을 완료해 위험이 해소된 곳으로 지자체가 인증한 시설이다. (사진=사상구청 제공)

그러나 확진자 동선에 포함돼 어려움을 겪는 업소에 대한 여수시의 대책은 없다. 동선에 포함된 업소가 몇 곳 안 되지만, 여수시도 클린존 같은 현실적이고 즉각적인 처방을 적극적으로 시행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서울과 부산이 시범적으로 보여준 클린존을 여수에도 도입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코로나19도 잡고 지역경제도 살릴 수 있는 묘안이 요구되고 있지만, 여수시 관계자는 “모두가 힘든데, 개별적인 업소를 지원할 계획은 없다. 그러나 지원책 고민은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여수시의회 박성미 의원은 “해당 업소는 물론 코로나19 사태로 지친 시민에게 재기의 용기와 희망을 주는 디딤돌이 되도록 여수시가 지원책을 적극적으로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 관련 안내 문자를 보내는 것처럼 안심하고 이용할 수 있도록 독려하는 행정도 뒤따라야 할 것이다”고 했다.

저작권자 © 뉴스탑전남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