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령 20년 줄리아아쿠아호 1일부터 선박검사 들어가
주민들 여수 가려면 녹동항 거쳐 5시간 이상 걸려
주민들 “대책 요구했는데 여수해수청 안이하게 대처”
해수청, 여수~고흥 녹동 간 셔틀버스 2회 운행

▲ 여수-거문도 간 여객선 운항이 1일부터 중단된 가운데 대체선박이 투입되지 않으면서 섬 주민들이 큰 불편을 겪는 것은 물론 생계까지 타격을 받고 있다. 이 같은 사태가 예견됐음에도 미리 대처 못 한 여수지방해양수산청과 여객선사, 여수시, 지역 정치권을 향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질 전망이다. (사진=마재일 기자)


여수-거문도 간 여객선 운항이 1일부터 중단된 가운데 대체선박이 투입되지 않으면서 섬 주민들이 큰 불편을 겪는 것은 물론 생계까지 타격을 받고 있다. 이 같은 사태가 예견됐음에도 미리 대처 못 한 여수지방해양수산청과 여객선사, 여수시, 지역 정치권을 향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질 전망이다.

1일 여수지방해양수산청은 “여수~거문 항로를 운항하는 ‘줄리아아쿠아호’의 선령이 만료됐지만 대체 여객선을 확보하지 못해 1일부터 운항이 일시 중단되면서 대체수송 계획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여수해수청은 여객선 운항 중단 기간 중 도서민의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녹동~거문간 여객선과 연계한 여수~녹동 간 셔틀버스를 2회 운행키로 했다. 또, 삼산면 손죽~광도 항로는 ‘섬사랑호’가 초도까지 연장 운항할 예정이다.

하지만 이번 임시 운항 중단 사태가 이미 예고됐음에도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임시방편식 대응으로 일관해 왔다는 점에서 안이한 행정에 대한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여수~거문도 항로의 경우 기존 운항하던 ‘조국호’가 선령이 끝나면서 ‘줄리아아쿠아호’가 운항했다. 선령 20년 이상인 줄리아아쿠아호는 향후 5년간 연장 운항하기 위해서 1일부터 60일간 정기 검사를 받아야 해 기존 항로를 운항할 수 없게 된다.

선사 측은 대 선박을 운항하려 배를 빌리는 계약까지 맺었지만, 코로나19로 경영난을 겪은 탓에 대체선박의 수리가 지연되면서 투입이 늦어져 운항 중단에 따른 주민들의 불편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정기 검사 등을 대비해 평상시 대체선박을 보유하고 있어야 하지만 선사의 재정이 열악해 대체선박을 확보하지 못하는 실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거문도에서 여수까지는 여객선으로 1시간 50분이면 갈 수 있었지만, 녹동항을 거쳐 다시 버스로 여수까지 가려면 5시간 이상 소요된다. 여객선은 거문도항에서 오후 2시에 출발해 오후 5시 30분 녹동에 도착하고 여수에는 셔틀버스로 가면 오후 7시가 넘어 도착할 수 있다. 여수가 주 생활권인 거문도 주민들은 여수에서 관공서나 병원, 농수산물 판매 등의 업무를 보려면 2박을 해야 하는 실정이다.
 

▲ 여수시 삼산면 거문도 주민과 향우회원들이 2017년 11월 6일 여수지방해양수산청 앞에서 여객선 이용에 따른 불편을 호소하며 항의 집회를 벌이고 있다. (사진=동부매일신문DB)


거문도 주민들은 여객선 운항 중단 사태가 예견됐는데도 여수해수청이 늑장을 부려 생긴 일이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거문도의 한 주민은 “대체선박에 화물칸이 없어 쑥이나 삼치 등의 농수산물을 실을 수가 없고 배가 느려 1일 2회 왕복이 어렵다고 판단해 2월 27일 여수해수청장을 만나 대책 마련을 요구했으나 여태껏 마련되지 않아 결국 여객선이 중단됐다”며 “해수청이 적극적으로 행정명령을 내리고 조처를 해야 했는데 안이하게 대처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어 “쑥이나 삼치를 가지고 나가면 저녁에 여수에 도착하는데, 다음날 판매하면 가격이 하락할 수밖에 없다. 더욱이 아픈 주민은 다음 날 병원에 가야 하는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또한 “녹동항에서 거문도로 가는 배가 오전 5시 30분에 있는데 배를 타려면 새벽에 일어나 준비해야 하는데 시간적 금전적 부담은 모두 주민이 안게 됐다”고 했다. 이어 “주민들이 여수해수청으로 몰려가서 강력하게 항의하겠다고 한다. 코로나로 집단행동은 피하자는 일부 의견도 있으나 코로나 때문에 관광객이 줄어 울상인데 코로나로 죽으나 굶어 죽으나 매한가지다. 대통령이 바뀌고 국회의원이 바뀌고 시장이 바뀌어도 아무 쓸데가 없다”고 성토했다.

여수갑 이용주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여수해수청과 여객선사 모두 검사 기간을 고려한 준비소홀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 달 전 여수지방해양수산청장을 면담하는 등 대체선박을 구하기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다했지만, 정상운항의 물꼬를 트지 못했다. 주민들에게 죄송스러운 마음뿐이다”고 밝혔다.

여수해수청은 주민들의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선령 연장 절차를 빨리 밟도록 행정 절차를 서두를 계획이다. 해수청은 선령 연장 검사를 7일에서 10일 정도, 최대한 단축해서 검사가 끝나는 대로 투입하도록 할 방침이다.

그러나 선령 25년이 넘어 해마다 재검사를 받아야 하고 5년 뒤에는 운항이 아예 불가능한 노후 선박인 만큼 안정적인 항로 확보가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 여수-거문도 간 여객선 운항이 1일부터 중단된 가운데 대체선박이 투입되지 않으면서 섬 주민들이 큰 불편을 겪는 것은 물론 생계까지 타격을 받고 있다. 이 같은 사태가 예견됐음에도 미리 대처 못 한 여수지방해양수산청과 여객선사, 여수시, 지역 정치권을 향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질 전망이다. (사진=마재일 기자)


여객선은 섬 주민 생존이 달린 문제…근본적인 대책 절실

여수-거문도 항로는 사실상 수년째 1개 선사가 운항을 독점하는 문제와 현재 운항 중인 선박의 노후화 등 주민불안‧불편 해소를 위한 현실적 문제 개선 또한 시급하다는 지적이 지속해서 제기돼 왔다. 해수청 역시 2014년 세월호 참사 이후 세월호 운항 선사였던 청해진해운의 면허 취소로 1개 선사만 운항하는 실정에서 추가 사업자 공모에 나섰지만, 번번이 실패하면서 문제 해결에 어려움을 겪어 왔다.

이 때문에 지역 일각에서는 공공기관이나 수협 등 관계기관에 여객 운송면허를 부여해, 여객선 및 쾌속 차도선 구입비 등을 국고에서 지원하는 방법 등을 통해 안정적 운항을 지원해 줄 것을 끊임없이 촉구해 왔다.

지난 3월 국회에서 ‘대중교통의 육성 및 이용촉진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통과하면서 섬 주민들의 유일한 교통수단인 연안여객선이 대중교통수단으로 인정돼 정부의 지원 근거가 마련됐다. 여객이 적어 수익성이 낮은 도서 지역 항로를 운항하는 선사에 국가와 지자체가 운영비용 등을 지원하는 연안여객선 준공영제 사업이 확대될 전망이다.

이에 앞서 해수부는 인천, 여수, 목포, 마산, 대산 등 연안 항로 중 일부에 대해 준공영제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1일 1회 왕복 항로를 1일 2회 왕복하도록 하고 운항보조금을 지원한다. 보조금은 추가 운항 결손액 100%로 국비가 50%, 시비 50%가 투입된다. 2018년 5월 여객선 준공영제 확대사업 지원대상으로 선정된 여수~거문 항로는 시비 2억1800만 원이 지원되고 있다. 당시 여객선 준공영제로 그동안 불편을 겪었던 거문도 주민들의 이동 편의가 크게 향상될 것으로 기대됐지만 이번 운항 중단 사태가 발생하면서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 거문도 전경. (사진=동부매일신문DB)


이에 여수시가 권한이 없다고 방관만 할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다른 시·군처럼 조례를 만들어 선사를 전폭적으로 지원하면 건실한 선사가 참여할 수 있고 여수~거문 항로를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는 의견이다. 하지만 여수시는 이미 선사 측을 일정 부분 지원하고 있어 조례 제정은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경북도와 울릉군은 준공영제 운영 방식과 선사설립, 운영비 조달, 신규 여객선 도입 비용 산출 등을 위해 1년간 용역을 진행하고 있다.

여수시의회 박성미 의원은 “여수해수청이나 여객선사가 1일부터 기존 선박이 검사에 들어감에 따라 이에 대한 대비를 철저히 해야 하는데도 방치한 결과”라면서 “도대체 언제까지 주민들이 교통 때문에 고통을 겪어야 하는지 안타깝다. 신안 흑산도·홍도가 왜 활성화됐겠나. 교통이 좋아졌기 때문이다. 말로만 ‘가고 싶은 섬’ 하면서 처박아 놓지 말고 실질적인 장기 대책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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