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이 자초한 측면도 있지만, 더는 민주당이 잠시 머물다 떠나는, 그리고 다시 돌아오는 정치 철새 도래지가 돼서는 안 된다.

▲ 여수갑 무소속 이용주 후보의 선거사무실 외벽 현수막. (사진=마재일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총선 승리 후 민주당에 입당·복당하겠다는 무소속후보들에 대해 불허방침을 천명했지만, 정작 출마자들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선거전략으로 입당·복당 의지를 공식화하고 있어 유권자들을 혼란케 하고 있다.

3월 16일 이해찬 대표 무소속 출마자 입당 불허 발언에 이어 이낙연 코로나19 국난극복위원장도 지난달 29일 군산을 방문해 지지를 호소하며 호남 지역에서 다른 당이나 무소속후보들이 ‘당선되면 민주당에 입당하겠다’고 하는 데 대해서 “다른 정당 후보들의 복당 계획은 전혀 없다”며 “정치 지도자가 되시려는 분들은 정당을 너무 쉽게 옮기지 않는 게 옳다고 믿고 있다”고 말했다. 

갑 이용주·을 권세도, “당선 뒤 민주 입당·복당할 것”
민주당 여수갑·도당 “민주당 팔며 유권자 현혹 말라”
타당 시도의원 민주당 입당해 선거운동…정체성 모호
총선용 으름장 시각도…정치상황에 따라 번복 가능성


하지만 여수갑 무소속 이용주 후보는 노골적으로 민주당 입당 의사를 밝히며 선거운동을 벌이고 있다. 이 의원은 지난 1월 22일 여수시청 브리핑룸에서 총선 예비후보 등록 및 출마를 공식 선언하면서 유권자의 뜻이라며 ‘더불어민주당에 입당하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해 파장을 불렀다.

이후 이 의원은 민주당의 상징색 점퍼를 입거나 여서동 로터리 인근의 선거사무소에도 민주당을 연상케 하는 ‘더불어’ 문구와 파란색을 사용한 현수막과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찍은 사진이 들어간 현수막을 내걸었다. 31일에는 아예 ‘무조건 민주당에 입당하겠습니다!’라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게시했다. 2일 유세 현장의 선거 운동원들의 복장도 파란색 일색이다. 이 때문에 실제 민주당 후보와의 차별성이 없어지고 있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 선거운동 하는 무소속 이용주 후보 측 선거 운동원들. (사진=이용주 후보 페이스북)


이에 대해 민주당 여수갑 지역위원회와 전남도당도 입당을 강력하게 반대하고 나섰다. 민주당 여수갑 지역위원회는 지난달 31일 성명을 내어 “이용주 후보는 더불어민주당에 복당할 것처럼 유권자를 현혹하지 말고 더는 민주당을 팔지 말라”며 “여수갑 지역 당원들은 민주당을 탈당하고 당적을 세 번이나 옮겼던 철새정치인 이용주 후보의 민주당 복당을 절대 반대한다”고 밝혔다.

지역위는 “이 후보는 4년 전 민주당의 전신인 새정치민주연합을 배신·탈당하고 국민의당에 입당, 국회의원에 당선된 후 다시 민주평화당으로 갔다가 탈당하는 등 3차례나 당적을 바꿨다”고 지적했다. 또 “이 후보는 총선 홍보물에 ‘더불어민주당에 입당하겠습니다’는 문구와 함께 문재인 대통령은 물론 정세균 총리, 이낙연 전 총리 등 더불어민주당 주요 인사들과 함께 찍은 사진까지 담으며 홍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당선 후 민주당 입당’이라는 현실 불가능한 사실을 뻔히 알면서도 여수시민을 현혹해 민주당 지지표를 가로채기 위한 꼼수 정치·시민 기만 정치를 그만둬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역위는 “민주당 중앙당은 이용주 후보가 입당 시사 이후 ‘음주운전 전력 때문에 검증에서 부적격 판정 대상자’로 규정했고, 이해찬 당 대표는 지난 3월 16일 ‘원칙과 신의 버린 철새정치인 복당 불허’ 입장을 명확히 밝혔다”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 전남도당 선거대책위도 지난 1일 성명을 내고 이용주 후보를 겨냥해 “당선 후 복당을 약속하는 ‘민주당 마케팅’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선대위는 “무소속 이용주 후보가 최근 민주당 복당을 약속하는 현수막을 내걸었다”며 “패색이 짙은 후보의 전형적인 ‘꼼수 마케팅’이자 정치 도의적으로도 있을 수 없는 유권자 기만행위”라고 했다. 이어 “짝사랑을 가장한 눈물겨운 읍소 마케팅이지만 탈당 후보들이 돌아올 문은 없다”며 “지금이라도 ‘민주당 마케팅’을 중단하고 떳떳한 정책대결의 장으로 돌아오라”고 했다.
 

▲ 선거운동 하는 여수을 무소속 권세도 후보. (사진=권세도 후보 페이스북)


여수을 선거구 무소속 권세도 후보도 민주당 공천에서 컷오프된 뒤 지난달 20일 민주당을 탈당하고 무소
속 출마를 선언하면서 당선이 되면 바로 복당하겠다고 밝혔다. 권 후보는 이용주 후보처럼 노골적이지는 않다. 권 후보는 공식 선거운동 첫날인 2일 “민주당 경선에서 불의의 반칙을 당하고 탈락해 지금은 비록 민주당을 잠시 떠나서 무소속으로 출마하지만 그래도 민주당이 희망이라는 소신에는 변함이 없으며 반드시 승리해 민주당으로 돌아가겠다”고 약속했다.

일각에서는 민주당이 총선 뒤 당선 여부에 상관없이 민주당 입당과 복당하는 사례를 불허하겠다고 밝힌 데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시각이 적지 않다. 후보자들의 입당·복당 불허 발언은 단순히 총선용 으름장에 불과한 게 아니냐는 것이다. 총선 결과(여야 의석수 차이)에 따라 언제 그랬느냐는 듯 정당에서는 입장이 번복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해찬 대표도 4년 전 민주당 공천에서 컷오프된 뒤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선된 후 복당한 바 있다.

국회의원뿐만 아니라 지역에서는 기초단체장·의원의 정당 갈아타기, 탈당·복당은 숱하게 있었다. 이 때문에 유권자들은 이번 민주당의 입당·복당 불허방침을 곧이곧대로 믿지 않는 눈치다. 민주당은 지난 지방선거 때 당락에 상관없이 복당은 없다던 태도를 바꿔 당을 탈당,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선된 권오봉 여수시장의 입당을 허락했다. 이번 총선에서도 과거 국민의당·민주평화당에 몸을 담았던 일부 시·도의원들은 민주당에 입당해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

이러다 보니 일부 민주당 후보 선거 캠프에서는 기존 당원들과 알력을 드러내면서 충돌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권세도 후보의 주장이 이를 뒷받침한다. 권 후보는 2일 “지금 ‘민주당 여수을’은 정체성을 잃어가고 있다”면서 “문재인 대통령을 공격했던 사람들이 ‘민주당 여수을’을 장악해버렸고 민주당 후보를 뽑아놓았더니 민주당이 민주평화당 돼버렸다는 탄식이 하늘을 찌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 선거운동 하는 무소속 권세도 후보 측 선거 운동원들. (사진=권세도 후보 페이스북)


후보자가 당선에 유리한 정당 혹은 무소속을 선택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개인의 자유일 뿐 잘못했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대의제·의회정치와 정당 책임정치라는 면에서 바람직하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시각이 있다. 또한, 유권자가 무소속후보를 찍어주는 것은 그가 내세운 정책과 소신을 지지한 인물론의 결과일 수도 있지만, 상대 후보 정당의 정강과 정책, 인물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의미도 있다. 그러나 무소속으로 당선돼 특정당, 즉 민주당에 입당하겠다는 건 유권자를 무시하고 속이는 행위라는 지적도 나온다. 사실 정강이나 정책, 가치, 이념적 성향으로 정당을 선택한 정치인이 얼마나 될지 의문이다. 정치인들이 여기에 철저히 부합했다면 ‘기회주의 철새 정치’라는 말은 생겨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판단과 선택은 오롯이 유권자의 몫이다.

지역 민주당의 한 인사는 “물론 민주당이 자초한 측면도 있지만, 더는 민주당이 잠시 머물다 떠나는, 그리고 다시 돌아오는 정치 철새 도래지가 돼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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