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광주광역시 등 갑질 근절·피해자 지원 조례제정
갑질 실태조사, 중장기 계획 수립 등 체계적으로 대응

▲ 여수시청 정문. (사진=마재일 기자)


공직사회에서도 이른바 ‘갑질’ 문화를 바꾸려는 움직임이 없는 것은 아니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지난 2018년 12월 공무원 행동강령에 직무권한 등을 행사한 부당행위를 금지하는 항목을 신설했다. 이를 어기면 국민권익위에 신고할 수 있으며 해당 공무원을 징계할 수 있다.

국민권익위원회가 지난 3월 26일 발표한 ‘공무원 행동강령’상 갑질 행위자에 대한 중앙행정기관, 시·도, 시·군·구, 시·도교육청, 공직유관단체 등 각급 공공기관의 징계처분 현황과 갑질 근절 노력 분석 결과를 보면 2019년 갑질로 적발되거나 ‘견책’ 이상의 징계를 받은 공직자 셋 중 둘이 중간관리자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 내부직원에 대한 갑질 비중이 컸다.

각급 기관들의 갑질 징계는 중징계 처분이 경징계에 그친 사례보다 많은 것으로 나타나는 등 엄격해지고 있었다. 갑질 징계를 받은 51명 중 29명(56.9%)이 정직·강등·해임 등 중징계 처분을 받았다. 견책·감봉 등 경징계 처분을 받은 공직자는 22명(43.1%)이었다. 권익위는 2018년 12월 공무원 행동강령을 개정한 이후 일선 공공기관들이 ‘공무원징계령 시행규칙’과 ‘지방공무원 징계규칙’을 개정해 자체 갑질 근절 노력을 꾸준히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일부 지자체는 공직사회 내부의 갑질 신고를 활성화하고 갑질 피해자의 체계적인 지원을 위해 법·제도적 기반을 마련했다. 경기도와 광주광역시, 대전광역시 대덕구 등은 갑질 행위 근절 및 피해자 지원 조례를 제정해 ‘갑질 행위’ 예방을 위한 단체장의 책임을 명시하고 피해자에 대해 자치단체 차원의 보호와 지원이 이뤄질 수 있는 법령상 근거를 마련했다. 조례에 따라 이들 지자체는 갑질 실태조사를 하고 ‘갑질 행위’ 근절을 위한 중장기 계획을 수립해 시행하는 등 갑질 문제에 더욱 체계적으로 대응할 수 있게 됐다.

지난해 4월 제정된 광주광역시 갑질 행위 근절 및 피해자 지원 조례의 경우 갑질 행위에 대한 신고·지원센터 운영과 직장교육 의무화, 갑질 행위 근절 대책 수립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또, 갑질 행위가 근절되도록 갑질 피해에 대한 조사가 착수되면 행위자를 직위해제하고 중징계 등 처벌이 이뤄져야 한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대전광역시 대덕구 갑질 행위 근절 및 피해자 지원 조례는 갑질은 상대방보다 우월적 지위에 있는 공무원 등이 권한을 남용해 부당한 처우나 요구를 하는 행위로 규정했다. 인가·허가 등을 담당하는 공무원 등이 그 신청인에게 불이익을 주거나 제3자에게 이익 또는 불이익을 주기 위해 부당하게 그 신청의 접수를 지연하거나 거부하는 행위, 직무 관련 공무원 등에게 직무와 관련이 없거나 직무의 범위를 벗어나 부당한 지시·요구를 하는 행위, 공무원 등이 자신이 소속된 기관이 체결하는 물품·용역·공사 등 계약에 관하여 직무관련자에게 자신이 소속된 기관의 의무 또는 부담의 이행을 부당하게 전가하거나 자신이 소속된 기관이 집행해야 할 업무를 부당하게 지연하는 행위 등이 해당한다.

구청장은 갑질 행위 근절 대책을 매년 수립·시행해야 한다. 구청장은 또 갑질 행위 근절을 위해 갑질 피해신고·지원센터를 설치할 수 있도록 했다. 센터에는 전담 감사, 감찰 직원을 배치하고 변호사, 심리상담사 등을 위촉해 운영할 수 있도록 했다. 센터는 갑질 피해 상담 및 접수, 피해자 심리·법률 상담, 2차 피해 모니터링 등의 역할을 하게 된다. 또 구청장은 갑질 행위 피해에 대한 설문조사나 사례 분석, 센터 이용 만족도 조사, 인터뷰 등을 통해 갑질 행위 실태조사를 반기별로 할 수 있도록 했다.

갑질 행위자에 대해선 지방공무원 징계 관련 법령에 따라 징계할 수 있다. 또 갑질 행위자의 관리자 또는 상급자가 갑질을 은폐하거나 피해자를 보호하지 않을 때도 징계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신고자에 대해선 신분상·근무상 등 불이익 처분을 하지 못하도록 하는 규정도 담겼다. 구청장은 갑질 행위의 신고 접수 및 상담 후 조사가 필요한 경우 경찰서 또는 감사·감찰 부서에 넘기고, 처리 결과를 인계받아 신고자 또는 피해자에게 통보해야 한다.

여수시도 갑질 행위 근절을 위해서 이번 기회에 제도 마련까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 권오봉 여수시장이 지난 12일 기자회견을 열고 조직쇄신안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여수시 제공)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공직사회도 필요

공직사회에도 지난해 7월 16일 시행에 들어간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을 적용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이 금지법은 근로기준법 대상으로, 현재 국가·지방공무원법의 적용을 받는 공무원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 금지법과 달리 ‘공무원 행동강령’에 명시한 갑질 금지의 범위가 좁다는 것이다.

직장 내 괴롭힘은 직장에서 지위나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해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 다른 노동자에게 신체적, 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를 말한다. 정당한 이유 없이 성과를 인정하지 않거나 의사결정 과정에 배제하는 등의 개인사 뒷담화나 소문 퍼트리기, 음주·흡연·회식 강요, 온라인에서 모욕감 주는 언행 등 세세한 것까지 괴롭힘에 들어간다. 직장 내 괴롭힘이 확인되면 사업주는 가해자를 즉시 징계해야 한다. 이에 권익위의 공무원 행동강령만으로 괴롭힘을 막기에는 턱없이 부족해 공무원 복무규정과 행동강령을 개정하거나 공직사회에도 괴롭힘 금지법을 적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꾸준하다.

공무원은 부당지시나 언어폭력 등 일반 직장인과 유사한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해도 폭행·상해·모욕·명예훼손·협박 등 경찰 고발할 수준이 아니면 마땅한 구제 방법이 없고, 특히 상사에게 잘 맞춰야 승진할 수 있는 구조라서 참고 견뎌야 할 때가 많아 필요성이 절실해지고 있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보다 앞서 정부는 2018년부터 공공분야 갑질 근절을 추진해 왔다. 이낙연 전 국무총리는 2018년 7월 5일 ‘공공분야 갑질 근절 종합대책’과 관련해 “우리 사회의 못난 갑질은 이제 세계적 수치가 됐다. 갑질은 우리 사회의 대표적인 생활 적폐다. 그것을 없애야 완전한 적폐청산으로 갈 수 있다”며 “사회에서 갑질을 없애기 위해 공공부문이 먼저 실천해야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우리는 갑질을 없애고 갑을 자체를 없애야 한다”며 “세상을 위아래로만 보는 우리 사회의 수직적, 단세포적 의식과 문화를 바꾸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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