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 칼럼] 권 시장 먼저 스스로 변화해야 한다

▲ 2018년 지방선거 운동하는 권오봉 시장.


전반기 시정 난맥상 원인 되짚어봐야

민선 7기 권오봉 시정이 후반기로 접어들었다. 권 시장은 지난 2일 시청 상황실에서 취임 2주년 기자간담회를 열어 “지난 2년은 시 미래 비전을 수립해서 시정 운영 기틀을 마련하는 데 주력했다면, 남은 2년은 여수의 미래 100년을 준비하는 역점사업의 가시화를 통해 시민 행복과 자부심을 높여 나가겠다”라고 밝혔다. 권 시장은 “여수 발전을 견인할 도시발전전략을 담은 2040 중장기종합발전계획과 2035 도시기본계획, 2030 관광종합발전계획을 수립하고, ‘섬섬여수’ 브랜드 슬로건을 개발해 여수 미래 비전을 제시하고 시정의 기틀을 확고히 했다”라고 자평했다. 민선 7기 전반기 성과로는 낭만포차 이전과 화양∼적금 해상 교량 개통, 경도 해양관광단지 착공, 진모지구 영화 촬영장 조성 등을 꼽았다.

중요한 것은 권 시장이 2년간 얼마나 시민과 시의회, 시민사회, 공무원과 함께 소통하고 미래를 공유해 왔는가 하는 것이다. 민선 7기 전반기 2년의 여수시정은 성과보다는 아쉬움이 큰 시기였다. 시와 시의회는 돌산 진모지구 영화세트장 설치 지원비, 낭만 포차 이전 문제, 남산공원 조성 방안, 여수세계박람회장 사후활용 부지 민자 매각, 국립해양기상과학관 건립 부지 제공, 문수청사 폐지와 통합청사 건립 계획, 만흥지구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 건립, 여수형 재난지원금 지급 여부 등 주요 현안마다 견해 차이를 보이며 충돌했다. 이 때문에 권 시장이 의욕적으로 추진한 사업이 의회에서 번번이 제동이 걸렸다.

시의회하고만 갈등한 것이 아니다. 일부 사업들은 해당 주민들과도, 시민단체와도 소통 부재를 드러내며 갈등을 빚었다. 후반기 전창곤 의장은 “과거 사례처럼 집행부의 일방적인 정책 결정이나 의회를 경시하는 비민주적 행정절차가 드러날 때는 저는 의회에 부여된 법적 권한을 최대한 행사해 강력하게 견제하고 분명히 바로잡아 나갈 것”이라고 경고한 상황이다. 물론 집행부와 관계 개선을 위해 의장으로서 노력하겠다는 약속도 했다.

권 시장은 시정의 각종 난맥상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당장 시급한 현안 처리도 제대로 못 하는데, 지속해서 도시의 미래 먹거리를 제기하고 100년 미래의 여수를 이끌어갈 여력이 있겠느냐는 우려를 쉽게 넘겨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물론 시정 난맥의 잘못 책임을 권 시장에게 모두 지울 수 없다. 지방자치제도의 존재가치는 자치단체와 지방의회의 균형이다. 시 집행부가 의회를 경시하게 되면 불합리한 행정이 만연하게 되고 이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시민의 몫이다. 반대로 의회가 사사건건 집행부의 발목잡기에만 나선다면 이 역시 지역발전에 걸림돌이다. 전반기 시 정부와 의회는 협치의 실패였다. 사실 시장이나 시의원은 시민이 기간제로 고용한 사람들이다. 시민은 먹고살기 바쁘니 대신해서 협치로 도시 살림을 잘해보라고 월급도 주는 것 아닌가. 그런데 매번 싸우는 모습만 보여준다면 고용주로서는 답답할 노릇이다. 시민은 국회가 싸우면서 일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신물이 날 지경이다.

앞으로 2년, 해야 할 일은 여전히 많고, 시간은 그리 넉넉하지 않다. 권 시장에게 지역 정치 구도나 전반기 행정 난맥에 따른 여파로 여건도 녹록하지 않다. 이러다 보니 성과에 대한 조급증이 생길 만도 하다. 그렇더라도 전반기처럼 일방통행식은 곤란하다. 사업이 제대로 추진되지 않는 것은 권 시장의 정치력 부재도 한몫했다고 본다. 시장이 행정만 열심히 한다고 해서 모든 일이 쉽사리 마음대로 풀리지 않는다. 시의회를, 주민을, 시민사회단체를 탓하기에 앞서 권 시장 자신을 먼저 살펴야 한다. 엉킨 실타래는 처음 꼬이게 했던 장본인이 풀어야 한다.
 

▲ 박람회장 민자 유치 시민청원 답변.


불통·권위적 리더십 고착화 우려

권 시장은 2년 전 도시 비전 5대 실천 핵심전략 중 하나로 ‘시민공감 감동시정’을 제시했다. 이를 위해 시장이 직접 찾아가는 사랑방 좌담회, 열린 시민 청원제도 등을 운영하고 있다. 그런데도 불통과 권위적 리더십으로 비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주요 현안 사업들이 시의회와 주민, 시민사회단체와 등과 대립·갈등하면서 생긴 것일 수도 있다. 그런데 여러 시민과 공무원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권 시장의 불통과 공감 능력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작지 않다.

일부 공무원들은 시장 업무보고 자리에 들어가기 싫다고 할 정도다. 인격적 모멸감까지 느꼈다는 공무원도 있다. 무시하는 듯한 언행에 받은 상처 받은 공무원도 있다.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 반말에 대해서도 언짢게 느끼는 공무원도 있다. 일부 시의원들도 권 시장의 다짜고짜 반말투에 심히 언짢아했다. 무엇보다 시의원들을 무시한다고 했다. 주목할 것은 공무원, 시의원뿐만 아니라 권 시장을 만나 대화를 해본 시민은 하나같이 ‘권위적’이라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권 시장에게 시급한 것은 도시 미래 100년 비전 제시나 의제 설정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시민과 의회, 시민사회와 공감대를 형성하고 함께 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더 필요해 보인다. 권 시장은 행정이 진정 시민의 공감을 얻어 감동을 주고 있는지, 시민 삶에 녹아들고 있는지, 자신에게 근본적인 문제가 없는지 살펴보기 바란다. 시장이 아무리 소통을 하고 싶어도 그 소통을 가로막는 여러 가지 인적 장애물들이 있을 수 있다. 과연 ‘내가 무슨 잘못을 했는지’ 알고 싶다면 주변의 장막을 걷어 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장막을 걷어낸다 한들 당사자가 변하지 않으면 아무짝에도 쓸모없다. 단순히 많은 행사장을 쫓아다니고 많은 사람을 만나는 것은 소통이 아니다.

권 시장이 갈등이 있는 ‘불편한 자리’는 가지 않는다는 지적이 많다. 애꿎은 공무원들만 잡아 족치지 말고 시장이 역할이 필요한 곳이면 어디라도 가서 행정력과 정치력을 발휘해야 한다. 그게 없으면 손이라도 잡아주고 따뜻한 말이라도 건네라. 몇 번 해보고 말 안 듣는다고 문 걸어 잠그지 말고.
 

▲ 취임 2년 기자회견하는 권오봉 시장.
수산물특화시장 상인들은 400일 넘도록 시청 옆에서 생계 대책 마련을 요구하며 노숙농성하고 있다.

 
‘시민이 어떻게 받아들일까’를 먼저 생각해야

권 시장은 지난해 10월 29일 언론인 간담회 자리에서 “최근 일련의 사업들이 원활하게 추진되지 못한 점 송구하게 생각한다”라면서 “여수의 미래 발전을 위한 사업들이 지역 갈등으로 무산되거나 지연되지 않도록 많은 협조와 성원을 당부한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 뒤에도 상황은 별반 달라지지 않았다. 협조와 성원을 구하기에 앞서 선행해야 할 것은 자신의 변화이다. 그렇지 않으면 설득력이 없다.

특히 400일이 넘도록 노숙 농성을 하는 수산물특화시장 상인과 만흥 매립장 주민들과도 다시 대화에 나설 것을 주문한다. 권 시장은 시민을 설득하려고 얼마나 노력했는지 되돌아봐야 한다. 알만한 사람은 안다. 시장의 의지만 있으면 해결이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것을. 잘못이 있다면 바로잡고 협조를 구할 것이 있다면 진정성을 갖고 다가가야 한다. 우리 지역에는 말 못 할 고통을 겪는 사회적 약자들이 여러 형태로 존재한다. 시장은 그들의 낮은 목소리에 좀 더 귀 기울여야 한다. 리더로서 가져야 할 가장 중요한 덕목의 하나로 ‘타인의 아픔에 대한 공감 능력’을 강조하고 싶다. 타인의 아픔을 깊이 이해할 줄 아는 지도자를 판별하려면 어떤 곳에서 어떻게 살아왔는지 살펴보면 된다. 그런 점에서 권 시장은 이 덕목에 근접한 인물인지 되물어봐야 한다.

또한, 시민이 요구하는 것은 ‘35년 행정·경제통’의 화려한 경력만큼 능력을 보여달라는 것이다. 그런데 그 능력도 발휘하기 전에 불통, 권위적 이미지 프레임에 갇혀 기회가 줄어든다면 결국 지역의 손실 아니겠는가. 여수시민은 민선 6·7기 사법·행정 고시 출신 시장을 경험하고 있다. 권 시장이 주철현 전 시장의 전철을 밟는 것 같아 안타까울 따름이다. 한 번 굳어진 이미지는 환골탈태하지 않는 이상 좀처럼 회복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에서 관료 출신인 권 시장은 하루빨리 ‘권위적이고 관료적인 사고’에서 벗어나길 바란다. 자신의 관점을 관철하기에 앞서 ‘시민이 어떻게 받아들일까’를 먼저 생각하면 소통의 길이 열릴 것이다. 문제는 역대 여수시장들이 시민이, 의회가, 시민사회가 왜 ‘불통 시장’이라고 하는지 잘 모르거나 뒤늦게 깨닫는다는 데 있다.

권 시장이 시정을 잘 한다는 사람도 있고 기대보다는 못 한다는 사람도 있다. 관점이 다양하기 때문이다. 권 시장도 사람이기 때문에 실수할 수 있고 부족한 점도 있기 마련이다. 그러나 반복될수록 피해는 시민이 입는다. 나머지 2년도 지금까지와 같은 기조로 시정을 운영한다면 권 시장의 배는 언제 다시 기우뚱거릴지 모른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후반기 2년 권오봉 시정의 최대의 적은 권 시장 자신이 될 것이다.
 

▲ 마재일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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