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째 방치…주민과 바다만 고통

 

▲ 지난 2018년 8월 동부매일신문 마재일 기자가 배수펌프장 수문 앞에 고여 있는 축산폐수를 삽으로 젓고 있다. (자료=동부매일신문)


‘살아있는 바다 숨 쉬는 연안’을 주제로 2012년 여수세계박람회를 개최했던 여수 앞바다에 돼지 똥물이 흘러 똥 찌꺼기가 둥둥 떠다니고 갯벌이 악취를 풍기며 썩어가는데도 행정은 방관하다시피 해 논란이다.

여수시 율촌면 신풍리 도성마을의 축산폐수와 생활 오·폐수가 제대로 정화되지 않은 채 수년째 바다로 무단 배출되면서 해양생태계를 파괴하고 있고 심한 악취로 주민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11일 마을 주민이 촬영한 영상에는 분뇨 공동처리장 아래 배수펌프장에 관로를 통해 검은 폐수가 흘러나오고 있고 분뇨와 섞인 생활 오·폐수가 굳어 있다. 제방 수문 앞바다에는 똥으로 추정되는 오염물질과 뿌연 거품이 떠 있고 물길이 생긴 갯벌 위로 검은색 물이 흐른다.

하태훈 도성마을 재생추진위원장은 “물이 빠지면 누런 갯벌이 드러나 악취가 난다. 갯벌을 파보면 검게 썩어 있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 5월 여수해수청이 높아진 갯벌 때문에 배수펌프장 바다 쪽 수문 작동이 잘 안 된다는 주민들 지적에 따라 갯벌을 제거하는 과정에서 검은 변한 갯벌이 드러났다.

도성마을은 1920년대부터 한센병 환자들이 모여 살던 정착촌이다. 주민들은 100년 가까운 세월을 사회와 격리돼 온갖 차별과 편견 속에서 냉대를 받으며 살면서도 숨소리조차 내지 못했다. 단지 한센병을 앓았다는 이유로 고통의 질곡은 2세, 3세들에게 대물림되고 있다. 국가에 의해 강제 격리된 한센인들은 영농조합을 꾸려 돼지, 닭 등을 키우며 생계를 자체 해결해왔다.

축산 농가는 한때 120여 곳에 이르렀지만, 고령화, 축산물 수입 개방과 사룟값 인상에 따른 부도, 태풍 피해 등으로 자포자기하면서 현재 원주민이 운영하는 축사는 없다. 지금의 축사는 마을로 살러 들어온 주민이 소규모로 운영하거나 외지인이 운영하는 기업형 축사만 몇몇 남았다. 상당수 축사는 빈 채 폐허로 남아 있다.

영상 2020년 9월 11일 (하태훈 도성마을 재생추진위원장 제공)
 

   
▲ 배수펌프장 수문 앞 바다. (사진=마재일 기자)
   
▲ 지난해 5월 여수해수청이 높아진 갯벌 때문에 배수펌프장 바다 쪽 수문 작동이 잘 안 된다는 주민들 지적에 따라 갯벌을 제거하는 과정에서 검게 변한 갯벌이 드러났다. (사진=하태훈 위원장 제공)
     
   
▲ 배수펌프장 수문에 고여 있는 축산폐수. (사진=마재일 기자)
   
▲지난 2018년 8월 동부매일신문 마재일 기자가 배수펌프장 수문 앞 갯벌을 삽으로 파고 있다. (자료=동부매일신문)

 

배수펌프장 수문 앞 갯벌. (사진=마재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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