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중소기업 탐방 인터뷰] (주)엘지테크 이영완 대표

엔지니어 경험 살린 27년의 경영, 중견기업으로 성장
무모하게 덤볐던 사업, 6개월 만에 ‘바닥’ 겪기도
코로나19로 경제 변화 불가피…지역사회 힘 모아야

 

▲ 27년 만에 석유화학업계 중견기업 성장시킨 이영완 대표.


‘스스로 이롭고 남도 이롭게 한다. (自利利他)’

1993년 잘 나가던 석유화학 대기업을 뒤로하고 직접 창업 전선에 뛰어들었다. 자신 있게 준비했다고 판단한 ‘무모함’은 6개월여 만에 바닥을 드러냈다. “정확한 목표의식 없이 뛰어든 사업은 필패한다”라는 교훈을 얻었다.

다시 시작이었다. ‘무모함’이 아닌 ‘가장 잘 알고 자신 있는 분야’로 선회했다. 성공이었다. 창업 27년 만에 석유화학 분야 중견기업으로 성장을 일궈냈다. 이 대표의 사업적 성공은 ‘스스로 이롭고 남을 이롭게 한다’는 경영철학이 밑거름됐다. 이는 곧 사회공헌 약속으로 이어졌다.

우연한 기회에 인연을 맺은 ‘문화예술’ 분야였다. 처음 접했던 터라 스스로 전문가가 되기 위한 노력 또한 잊지 않았다. 이러한 노력은 척박하기만 했던 지역 문화예술계에 단비와 같은 역할로 이어졌다. 지역민들을 위한 공연을 ‘통 크게’ 벌였고, 지역 출신의 문화예술인을 적극적으로 후원했다. 아예 여수를 세계적 문화예술 도시로 만들기 위해 노력으로 이어졌다. 여수상의 박용하 회장이 처음 제안한 ‘여수음악제’를 세계적 음악축제로 만들어가는 디딤돌을 함께 놓았다. 올해는 추진위원장을 맡아 한 단계 더 도약하는 음악축제를 준비했지만, 코로나19 여파로 뜻을 잠시 접기로 했다. 이영완 대표를 만나 30여 년 석유화학 업계 CEO로서, 지역 ‘문화예술 지휘자’로서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 회사의 사업영역과 추구하는 가치를 한눈에 담은 회사 홍보 포스터.


◇ ㈜엘지테크에 대해 간략히 소개해 달라.

저희 회사는 석유화학 공장에 부원료를 공급하는 업체다. 촉매(catalyst), 안정제(stabilizer) 등 여러 종류의 품목이 있는데, 그중에서도 특히 공정 중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촉매는 저희가 기술을 개발해 대기업에 OEM으로 위탁 생산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제조공장을 갖추는데 필요한 투자비용을 절감할 수 있어서 그만큼 경제적 부담을 덜 수 있었다. 이 중 일부 품목은 수출하기도 하고, 어떤 품목은 높은 가격에 수입하던 것을 국산으로 대체하기도 하여 비용을 절감하는데 기여하고 있다.


◇ ㈜엘지테크가 가진 가장 큰 경쟁력은 무엇인가?

회사의 경쟁력은 자율적인 근무환경을 통해서 개인의 능력을 향상하는 것이다. 리더가 본인의 생각만을 팀원들에게 지시하고 주입하는 것은 좋은 결과를 얻기 힘들다. 의견을 모아 목표를 설정하고 팀원들은 본인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해 만족할만한 결과물을 얻는 것이다. 이러한 과정이 안정적으로 자리 잡게 되면 매출은 자연스럽게 신장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선택된 목표에 집중할 수 있도록 팀원의 의견을 존중하고 격려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 처음 출발할 당시와 지금의 모습이 궁금하다. 어떤 변화를 겪었나?

회사는 1993년에 창립하였으니 벌써 27년이 되었다. 누구나 마찬가지겠지만 초창기 2∼3년간은 심히 어려운 과정을 겪었다. 사업 시작 6개월 만에 투자비를 소진하고 어려움에 부닥쳤었는데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며 마음을 다잡곤 한다. 정확한 목표의식 없이 사업에 뛰어들면 필패한다는 교훈을 얻은 것이다. 그래서 모르는 분야보다는 내가 잘 아는 석유화학 부원료를 공급하는 쪽으로 방향전환을 하였고, 다행히 많은 변화와 함께 발전이 이루어졌다.


◇ 수십여 년 회사를 이끌어 온 경영인으로서 변함없이 지키고 있는 경영관은 무엇인가?

한마디로 정리해 볼 수 있다. ‘자리이타(自利利他)’다. ‘스스로 이롭고 남도 이롭게 한다’ 는 의미의 제 개인과 저희 회사의 경영철학이라 하겠다. 개인결제란 옆에 전 직원이 매일 한 번 읽을 수 있도록 표시되어 있다.
 

▲ 경영 CEO이자 문화예술계 CEO로 탈바꿈한 이영완 대표. 최근 새롭게 둥지를 튼 사옥 내에 갤러리 공간을 마련해 지역민들과 함께 호흡하고 있다.


◇ 엔지니어 출신인 것으로 알고 있다. 편견일 수 있겠지만, ‘엔지니어’와는 다소 거리가 멀 것 같은 문화예술에도 큰 관심을 두고 있는 것으로 안다. 특별한 계기가 있는지?

말한 대로 저는 엔지니어 출신이다. 졸업 후 석유화학 회사에서 재직하다 1993년 지금의 사업을 시작했다. 조금 전에 말씀드렸다시피 초기에 큰 어려움을 겪었으나 주위의 많은 도움과 응원으로 안정적인 길로 접어들게 되었다. 그러던 중 IMF를 맞게 되자 사회적 분위기가 크게 침체하고 사람들에게는 위로가 필요한 시기였다.

우연치 않은 기회에 예술인 모임에 초대를 받았고, 이 인연으로 서울발레시어터 (발레단 S.B.T)를 우리 지역 여수에 초청하게 되었다. 당시만 해도 일반인들에게 생소할 수 있는 발레 공연에 대한 주최 측의 우려와 달리 여수 시민의 관심과 환호는 대단했다.

한 무용평론가(지금은 작고하셨지만)께서는 지방에서 이토록 무용수들과 관객과의 교감이 크게 이루어진 경우는 처음인 것 같다고 평하기도 했다. 이때의 강렬했던 경험을 계기로 차츰 문화예술 분야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내친김에 2007년도에는 한국예술종합학교 최고 경영자 과정 (CAP)을 공부하게 되었다.

7∼8년 전부터는 한예종 발전재단 이사를 역임하고 있으며 10년간 시민연극단 단장직도 지내게 되었다. 평소 문화, 예술에 대한 관심이 높았던 저는 여수상공회의소 부회장으로 활동하면서 관광도시 여수, 산업도시 여수를, 문화도시 여수로 변모시키고 여수 시민들이 자긍심을 가질 수 있도록 문화예술 축제를 여수에 만들어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여러 번 가졌던 적이 있었다.

이 바람은 감사하게도 여수상공회의소 박용하 회장님께서 그 문을 열어주셨고, 여수 시장님, KBS 교향악단 사장님들께서 큰 힘을 모아 주셨다. 격 있는 클래식 음악축제를 여수에 만들어 주셔서 이 모든 분께 다시 한번 깊은 감사를 드린다. 저는 현재 여수음악제 추진위원장으로 소임을 맡고 있다.
 

◇ 코로나19 여파로 지역 제조업계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실제 경영 일선에서 느끼는 분위기가 궁금하다. 또, 경영인으로서 코로나19 이후 지역경제 상황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 전망과 대안이라면?

실제 경영 일선에서 느끼는 분위기 그대로일 것 같다. 우리는 지금까지 예측 가능한 틀 속에서 살아왔다고 봐야 한다. 그러나 코로나19 경제위기는 자본주의의 흐름을 바꾸는 계기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 누구도 여기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며, 저희 회사 역시 마찬가지다.

최근 몇 개월간 실제로 대기업의 수출량 감소에 따라 매출이 줄어드는 상황을 겪고 있고, 불투명한 앞으로의 불황에 적응하기 위해 몇 가지 대안을 준비 중이다. 우리 지역도 석유화학을 비롯한 미래 핵심 산업을 적극적으로 유치해야 하고 자재를 제작, 설치, 관리하는 전 과정을 지역 중·소기업이 담당할 수 있도록 지자체와 상공회의소, 대기업이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 여수를 세계적 문화예술 도시로 성장시키고 싶은 이영완 대표. 여수음악제를 준비 상황을 문화예술계 주요 인사들과 공유하고 있다.


◇ 여수상의 부회장을 맡으면서 지역 상공인들의 숙원이던 신회관 건립을 40여 년 만에 풀어냈다. 감회가 새로울 것 같다.

여수상공회의소는 40여 년간의 광무동 시대를 마감하고 봉계동 석창사거리에 신 회관을 마련했다. 8,913m² 부지에 지상 4층 규모로 건축되었고 대회의실을 비롯하여 홍보관, 상시 검정관, 임대사무실 등을 갖추고 있다. 이미 한국 수출입은행, 상공인 지원기관, 지역 중소기업 등이 입주예약을 마친 상태다. 충분한 논의 끝에 지금의 봉계동으로 자리하게 되었다. 상의회관이 지역 최대 경제 단체의 역할과 위상을 강화하고, 지역민들과 회원사들의 열린 공간으로 활용되기를 바란다.

여수상의가 KBS 교향악단과 손잡고 미래 음악 영재 배출을 위해 뜻을 모아 3년째 ‘여수음악제’를 개최해 오고 있다. 올해는 아쉽게도 코로나19 여파로 ‘취소’라는 어려운 결정을 하게 됐다. 아쉬움이 클 것 같다. 코로나19 사회적 거리 두기 격상으로 개최 5일을 앞두고 공연이 취소된 것은 참으로 아쉬움이 크다.

이번은 여느 때보다 더욱 준비를 많이 했었는데, 여수음악제 사무국을 중심으로 여수시, 여수상의, KBS 교향악단 관계자 모두가 차분하고 알차게 코로나19를 이겨내기 위한 희망의 메시지를 공연에 담아내려 노력했다. 그중에서도 여수음악제 음악학교 학생들이 KBS 교향악단 단원들과 피날레 무대를 준비하던 6개월은 그 어느 해보다 열기가 뜨거웠다.

지난 5월 지역 학생들 대상의 오디션을 통해 선발된 36명의 학생은 KBS 교향악단 단원들과 김대진 예술감독 (현, 한예종 음악원장)의 지도로 베토벤 7번을 준비해 왔다. 여의치 못한 상황 속에서 비대면, 온라인 수업들을 병행하며 준비에 집중했다. 사실, 올해는 음악학교를 시즌2로, 외연을 확대하는 데 공을 들여왔다.

2017년부터 KBS 교향악단 단원들과 음악인을 꿈꾸는 여수 학생들 간의 교육프로그램은 교향악단의 특성상 관현악 중심이었는데, 올해부터는 지역민들의 요청도 있고 음악학교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서 피아노, 성악 부문도 확대해서 프로그램을 편성 운영해 왔었다. 그래서 아쉬움이 더욱 크다. 이번 4회 음악제는 잠정 취소된 상태지만, 작은 무대라도 만들어서 아쉬움을 달랠 수 있도록 실무차원의 협의가 진행되고 있다.
 

▲ 27년 만에 석유화학업계 중견기업 성장시킨 이영완 대표.


◇ 끝으로 상의 회원들과 지역민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린다.

여러분들이 잘 아시겠지만, 여수는 국가산업단지와 관광 등 경제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좋은 환경을 두루 갖추고 있다. 또한, 세계적인 공연장 예울마루가 있다. 몇 년 후 경도가 개발되고 나면 여수는 그야말로 세계적인 도시의 면모를 갖추게 될 것이다.

앞으로 여수가 더 여수다워지기 위해서는 한층 업그레이드된 콘텐츠 개발이 필요하다. 몇몇 사람의 노력만으로는 부족하다. 우리 고장 여수가 아름답고 빛나는 도시로 세계 속에 자리할 수 있도록 시민 모두가 한마음으로 힘을 모으고 관심을 가져주시길 부탁드린다.


여수지역신문협회와 여수상공회의소 공동기획으로 여수지역 경제를 선도하고 있는 경영인 탐방 기사를 공동으로 게재합니다. 여수지역신문협회 (여수뉴스타임즈, 여수신문, 남해안신문, 동부매일신문) 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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