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1, 2심 판결을 뒤집을 만한 근거 없다며 시 상고 기각
허가 행정절차 진행…주민들 “일조권·조망권 침해” 반발 여전

▲ 웅천 주민들이 지난해 5월 21일 현장 간담회에서 초고층 생활형 숙박시설 건립을 반대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마재일 기자)


여수시가 웅천지구에 추진 중인 46층 규모의 초고층 생활형 숙박시설 건립과 관련한 행정소송에서 최종 패소하자 여수시의 책임론이 불거지고 있는 가운데, 인근 주민은 물론 지역 시민단체가 여수시의 무능 행정과 방관 의정을 비판하고 나서는 등 후폭풍이 일고 있다.

16일 여수시 등에 따르면 A 건설업체는 웅천동 1701번지에 46층 높이의 ‘생활형 숙박시설’ 건립을 추진했다. 하지만 여수시는 해당 건물이 인근 아파트와 30m 이상 떨어져야 한다며 업체 측이 제출한 ‘건축허가 사전승인 신청서’를 반려했다. 이에 건설업체는 이격거리를 적용하는 기준에 문제가 있다며 여수시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1, 2심은 “업체는 건물을 건축선으로부터 3m 안쪽으로 이격시켜 설계를 변경해 인근 주민의 생활환경을 보호할 공간을 추가로 마련한 점이 인정된다”라며 업체 손을 들어줬다. 여기에 최근 대법원도 “1, 2심 판결을 뒤집을 만한 근거가 없다”라며 여수시의 상고를 기각했다.

이에 건설업체 측이 그동안 중단된 행정절차를 진행해 줄 것을 여수시에 요청함에 따라 시는 전남도에 건축허가 사전승인 심의를 상정하는 등 행정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 시는 전남도 등 관련 기관과 협의 등을 거쳐 최종 허가 여부를 판단할 계획이다.

시와 건설업체 간의 법적 다툼은 일단 마무리됐지만, 인근 아파트 주민들은 여전히 일조권과 조망권, 환경권이 침해된다며 반발하고 있어 향후 조율 작업이 가능할지 주목된다. 시는 사전승인에 앞서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등 관련 서류를 검토하고 있다.

해당 부지는 건물의 허용 높이를 두고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A 건설업체는 2017년 4월 여수시 웅천동 1701번지에 지하 3층, 지상 40∼46층, 4개 동 총 523세대 규모의 생활 숙박시설 및 판매시설을 짓겠다며 여수시에 사업 심의 신청서를 제출했다. 시는 2018년 6월 생활 숙박시설은 일반 주거지역에서 30m 이상 떨어져야 하지만, 28.01m밖에 떨어져 있지 않았다며 심의 신청을 철회했고 건설사는 행정소송을 냈다. 지난 2015년 여수시가 추진한 조례 개정으로 주거지역과의 이격거리가 30m로 완화되면서 특혜 의혹이 불거졌다.
 

   
▲ 여수시 웅천동 초고층 생활숙박시설 조감도.
   
▲ 여수시 웅천동 초고층 생활숙박시설 위치.

 

시민협, 무능 행정·방관 의정이 빚어낸 결과

시민단체도 강하게 비판했다. 여수시민협은 15일 논평에서 “건설사들의 행정소송에 패소한 것은 무능한 행정과 방관한 의정이 빚어낸 결과로, 책임지지 않는 행정과 의정은 청산돼야 할 적폐”라고 책임을 추궁했다.

시민협은 “건설업체들은 소송 불패의 신화를 이어가고 있지만, 여수시는 소송비용만 떠안게 됐고 막대한 소송비용은 고스란히 시민 세금이다”라며 “이렇듯 여수시 행정이 건설사들에 휘둘리고 결국에는 건설사 배 불리기에만 일조하면서 도시계획은 사라지고 난립하는 초고층 건물로 인해 정작 시민들의 생활환경 여건은 갈수록 저하되고 있다”라고 했다.

시민협은 “시의회 웅천 택지개발사업 실태 파악 특별위원회는 지난 6월 활동결과보고서를 채택하면서 불투명한 협약 체결과 잦은 계약변경, 일관성이 결여된 지구단위계획, 근거 부족의 선수 분양 정산방법, 다양한 의견수렴절차 미이행 및 반영부족, 환경권 침해에 대한 배제 노력 미흡, 교량 건설 등 공익기부 약속 미이행 등 6가지를 지적하며 제언했지만, 시민의 눈높이에 한참 모자라는 알맹이 없는 미흡한 활동 보고서로 시민에게 허무함만을 안겨줬다”라고 했다.

시민협은 특히 “여수시가 10층 이하가 10층 이상으로 바뀌었다고 해명했지만, 여수시민은 ‘이상과 ’이하‘도 모르는 무능력함과 최소한의 미래 판단능력도 없는 공무원에게 행정을 맡기는 실정으로 이를 견제해야 할 시의회는 방관자였다”라고 비판했다. 이어 “해당 업무를 맡았던 공무원들은 모두 승진을 했고, 일부 고위직 공무원은 퇴직 후 동종업체에 재취직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라며 “이런 현실 속에 시민은 누구를 믿어야 할지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라고 했다.
 

▲ 웅천 주민들이 지난해 5월 21일 현장 간담회에서 초고층 생활형 숙박시설 건립을 반대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마재일 기자)

 

“웅천 초고층 건물 부작용 우려…적극적인 대응 필요”

여수시의회 송하진 의원은 초고층 생활형 숙박시설에 대해 여수시의 적극적인 대응을 주문한 바 있다. 송 의원은 지난 5월 6일 제200회 임시회에서 10분 발언에서 “웅천에 추진 중인 46층 높이의 초고층 생활형 숙박시설이 건설될 경우 일조권 침해와 교통체증 심화 등의 부작용이 우려된다”라고 말했다.

송 의원은 “여수시가 건물 간 이격거리를 완화해주면서 발생한 일”이라며 “잘못 변경된 이격거리를 30m에서 50m로 반드시 원상회복해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송 의원은 “현재 사업시행자와 진행하고 있는 행정소송에서 패소할 확률이 높은데도 여수시가 관련 조례를 개정할 의지조차 보이지 않는 등 안일하게 대응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전남도 행정심판에서 여수시의 행정의 적법성을 인정했음에도 행정소송에서 결과가 뒤집힌 것은 초보적인 법적 대응, 책임감 미흡, 송사 경험 부족 등이 주된 원인”이라며 “이겨도 그만, 져도 그만, 누가 책임질 일 없는 소송에서 필사의 노력을 다할 리 없다”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누구 하나 책임지지 않는 난개발과 행정 특혜가 더는 우리 시에서 ‘아름다운 여수’라는 미명으로 자행돼서는 안 된다”라고 강조했다.

송 의원은 “행정소송에서 패소할 경우 경관심의 등의 허가 사항이 남아 있다”라며 “건축법에는 주거와 교육환경 보호를 위해 숙박시설과 위락시설 허가를 허가권자가 거부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는 만큼 초고층 건물로 인한 조망권과 일조권 침해 등의 부작용을 막기 위해 여수시가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송 의원은 이날 문제 해결을 위해 건축 규모의 하향 조정과 인근 공영주차장 복층화, 지상 주차장의 폐쇄화 등을 제안했다.

웅천 택지개발사업 실태 파악 특별위원회는 지난 6월 활동결과보고서에서 주민의 환경권 보호를 위해 생활숙박시설의 경우 현재 일반주거지역으로부터 30m 이상 떨어지도록 한 규정을 50m 이상 떨어진 대지에 건축할 수 있도록 조례 개정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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