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평공원 횡단도로 재추진 놓고 갈등

▲ 미평공원. 지역 시민사회단체와 일부 시의원은 이미 숲과 산책로가 있는 미평공원에 횡단도로를 건설하려는 것은 시대에 역행하는 환경파괴 행위라며 반대하고 있고, 인근 주민과 소상공인들은 교통 편의와 경제 활성화 등을 위해 개설 재개를 요구하고 있다. (사진=동부매일신문)


시민단체 “공론화 과정도 없이…공원 기능 훼손·시민 안전 위협” 반대

지난해 1월 지역주민의 교통 편익과 공원 접근성 향상을 위해 추진한 미평공원 횡단도로 개설을 ‘주민 뜻에 따라’ 공영주차장과 공원으로 전환하기로 한 여수시가 개설 재개를 요구하는 민원이 제기되자 재추진 움직임을 보이면서 갈등을 낳고 있다.

지역 시민사회단체와 일부 시의원은 이미 숲과 산책로가 있는 미평공원에 횡단도로를 건설하려는 것은 시대에 역행하는 환경 파괴 행위라며 반대하고 있고, 인근 주민과 소상공인들은 교통 편의와 경제 활성화 등을 위해 개설 재개를 요구하는 민원을 제기한 상태이다.

여수시는 2017년 5월부터 2018년 12월까지 접근성 개선 및 교통 편익을 위해 12억 원을 들여 미평동 주민센터에서 옛 미평역사 구간까지 길이 152m, 폭 8m로 미평공원을 남북으로 관통하는 도로를 개설하는 사업을 추진했다. 하지만 시민단체와 일부 주민들의 반대로 2018년 11월 공사는 중단됐다.

지난해 1월 25일 ‘전남 건강과 생명을 지키는 사람들’과 ‘여수진보연대’는 미평공원 도로건설 백지화를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하고 공원 관통 도로를 반대했다. 이들은 “보행권과 자전거 통행권을 위협하는 자가용 우선 정책은 구시대적 도시계획으로, 자가용의 편리한 이동권보다는, 자전거 통행권과 사람의 보행권 보장으로 보행 안전과 시민의 휴식공간이 있는 미평공원이 시민들에게는 더 소중하다”라고 했다. 공원을 관통하는 지하도로 사업에 대해서는 “첨두시에 미평공원으로 진·출입하는 차량의 병목현상이 일어나 오히려 자전거 이용자와 보행자가 지상에서 자가용과 상충돼 지·정체가 불을 보듯 뻔하다”라며 반대했다.

그러자 여수시는 2019년 1월 29일 보도자료를 배포해 “도로개설로 공원 구간이 단절되고 산책로(자전거도로) 이용 시민 불편과 교통사고 우려 등의 문제점이 제기됐다”라면서 “지역주민의 교통 편익과 공원 접근성 향상을 위해 추진한 횡단도로 개설을 주민 뜻에 따라 공영주차장과 공원으로 전환한다고”라고 밝혔다. 시는 당시 주민 의견수렴 결과 둔덕·미평동 대다수 주민과 공원 이용자가 미평공원을 가로지르는 도로개설을 반대했다고 철회 배경을 밝혔다.

하지만 지난 8월 출퇴근 교통체증 해소 등을 위해 횡단도로 개설 재개를 요구하는 다수 민원이 접수되면서 여수시는 온·오프라인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했다.

이 같은 소식이 알려지자 여수환경운동연합 등 여수지역 21개 시민단체는 지난달 24일 미평공원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번 결정된 사업을 2년도 채 지나지 않아 또다시 논의하는 것도 문제지만, 시민 휴식공간인 공원 훼손 정책을 충분한 설명과 공론화 과정도 없이 온라인 설문조사와 같은 방법으로 결정하겠다는 발상은 이해하기 어렵다”라고 했다. 또, “소수의 토지 소유주들과 일부 정치인 등 이해관계자들의 민원을 이유로 많은 시민이 이용하는 공원을 훼손하는 정책은 있을 수 없는 행정”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미평공원을 관통하는 도로를 개설할 경우 공원이 두 개로 단절돼 공원의 근본적 기능도 훼손되고 공원을 이용하는 시민들과 아이들의 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라고 주장했다.
 

▲ 지난 9월 24일 미평공원 내 도로개통을 반대하는 시민단체 회원들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여수시민협)

 

문갑태 “지역·주민갈등 등으로 공동체 위축…여수시 행정 답답” 

여수시의회 문갑태 의원도 지난 16일 제205회 임시회 본회의 10분 발언을 통해 “여수시와 민·관·산 거버넌스 조직이 협력해 자전거 길을 만들고 아이와 시민들의 휴식공간으로 만든 여수 푸른길의 정중앙을 관통하는 2차선 도로건설정책은 한마디로 생명과 평화의 공원을 파괴하는 것”이라며 반대했다.

문 의원은 “이미 시민 바람대로 공원과 주차장으로 활용키로 하면서 완료된 사업을 민원 핑계로 여론조사를 하면서까지 관통 도로를 내려고 하느냐”라며 “마땅한 대안이 없으면 민관이 머리를 맞대고 연구와 대안을 만들어 가는 상생 방법도 있는데, 굳이 찬반여론으로 지역갈등, 주민갈등, 공동체 의식을 위축시키는 여수시 행정이 답답한 따름이다”라고 했다.

문 의원은 특히 “시가 시민 휴식공간인 공원을 훼손하는 중대한 정책을 충분한 설명과 공론화 과정도 없이 온라인 설문조사 등의 방법으로 결정하겠다는 발상은 이해하기 힘들다”라면서 “다수 시민의 이익을 실현하는 공공재인 시민공원은 특정 땅 소유주들, 그리고 그들과 이해를 같이하는 집단들의 이익을 위해 전 시민의 가치 있는 환경자산을 훼손할 수 없고, 결국 시민들의 공분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라고 했다.

아울러 “미평공원을 훼손·관통하는 도로는 여수시와 민원인들이 핑계로 든 ‘해당 구간 인근의 교통 정체’를 전혀 해결할 수 없다. 오히려 시민의 안전은 심각하게 위협받게 되고 공원의 기능 또한 근본적으로 훼손될 것”이라며 “둔덕삼거리, 11호 광장사거리, 문수삼거리로 이어지는 구간의 출퇴근 시간 교통 정체는 미평공원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현상으로 충분한 조사와 분석을 통한 교차로의 구조변경 등 심도 있는 대책이 요구된다”라고 말했다.
 

▲ 미평공원 횡단도로 건설 반대 SNS 릴레이 홍보를 벌이는 시민단체 회원. (사진=여수시민협)


인근 주민·소상공인들 “교통 편의·경제 활성화 위해 개설 재개”

반면 여수시에 ‘미평공원 횡단도로 개설’ 민원을 접수한 인근 주민들과 소상공인들은 여수시가 약속을 어겼다며 교통편의 등을 위해 개설 재개를 요청하고 나섰다.

이들은 민원을 통해 “도로가 완성 단계인데도, 일부 주민의 반대로 현재 공원 내 횡단도로 구간만 도로를 개설하지 못한 상태”라면서 “이로 인해 주변 도로가 제대로 역할을 못 할 뿐만 아니라 주차장 용도로만 방치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여수시는 2018년 10월까지 도로개설을 완료하겠다고 현수막을 설치했고, 이후 12월까지 개통하겠다고 했으나 공원 이용 일부 시민과 시민단체가 공원을 가로지르는 도로라는 이유로 반대하자 공사를 중단해 시민과의 약속을 어겼다”라고 밝혔다.

특히 “공원 내 자전거도로와 보행 인도를 지하로 개설하는 대안을 제시했는데도 주민공청회를 통해 인근 주민이나 소상공인 등에게 의견도 들어보지 않고 철회해 이들의 교통편의, 경제적 계획은 무산됐다”라면서 “미평9길 일부 약 70m 도로를 개설해 주차장 용도로 사용하는 것은 시민의 혈세 낭비이며, 도시 미관상 문제가 많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공원 내 자전거도로, 보행 인도는 지하로 개설하고 공원 횡단도로는 공원존(zone) 등으로 지정해 건널목, 과속방지턱, CCTV 등을 설치해 관리하면 된다”라며 “인근 주민과 소상공인 대부분은 교통편의 및 경제 활성화를 위해 과거 도시계획도로 개설 원안대로 미평공원 횡단도로 개설을 요청한다”라고 했다.
 

▲ 지난해 1월 미평공원의 자전거도로를 이용하는 시민. 여수시는 2018년 자전거 이용 활성화 노력이 인정돼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사진=마재일 기자)


여수시 “찬반 의견 대립 첨예…다각적으로 검토해 신중히 결정할 것”

여수시는 시민단체 반발 등으로 논란이 일자 2300여 명의 집단 민원이 제기돼 의견청취 과정의 일환이라고 한발 물러섰으나, 여론조사 결과가 팽팽하게 나오자 충분히 검토해 신중히 결정하겠다는 변화된 입장을 보였다.

시 도로과 관계자는 지난 20일 전화통화에서 “여론을 충분히 수렴해 장기적으로 검토할 사안으로, 현재로서는 개설 재개 계획은 없다. 재개한다 해도 고가 또는 지하도 설치에 수십억 원의 예산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교통 정체 등의 민원은 세밀한 조사가 필요하며, 큰 틀에서 고민하겠다”라고 했다. 이와 함께 “해당 구간은 장기 미집행 도시계획도로로, 지난 7월 1일 자로 실효됐다”라고 덧붙였다.

여수시는 지난 9월 9일부터 10월 8일까지 온‧오프라인으로 실시한 ‘미평공원 횡단도로 개설 시민 설문조사’에서 찬성과 반대 의견이 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가 지난 23일 낸 보도자료에 따르면 설문조사는 6개 항목이며 온라인 2391명, 오프라인 1076명이 참여했다. 온라인 설문조사는 개설 찬성 70%, 반대 30%로 찬성이 2배 이상 높게 나타났지만, 오프라인 설문조사는 도로개설 찬성 52%, 반대 48%로 의견이 팽팽했다.

온라인 설문조사에서 찬성하는 이유로는 교통체증 해소가 59%로 가장 높았고 차량 이동시간 단축 19%, 인근 지역 활성화 19%가 뒤를 이었다. 반대하는 이유로는 교통사고 등 안전의 문제 43%, 공원 기능 훼손 38%, 사업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함 10%로 조사됐다.

오프라인 설문조사에서 찬성하는 이유로는 교통체증 해소가 52%, 차량 이동시간 단축 25%, 인근 지역 활성화 20%가 뒤를 이었다. 반대 이유는 공원 기능 훼손이 61%로 가장 높았으며, 교통사고 등 안전의 문제 29%, 사업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함 9%로 나타났다.

개설 재개 계획이 없다던 여수시는 이날 보도자료에서 “도로개설의 찬반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어 어려움이 있다”라며 “다각적으로 충분히 검토해 시민들을 위한 최선의 방안이 도출될 수 있도록 신중히 결정하겠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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