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북이라는 말은 이럴 때 사용하는 단어가 아닐까 싶다. 서울 중앙지검의 수사지휘를 받은 경찰청 특수부가 수개월에 걸친 수사 끝에 야간경관사업과 이순신광장사업에서 연이어 대형비리를 적발해 내자 이제는 순천지청에서 본격적인 칼을 빼들었다.

순천지청의 수사 대상은 웅천터널, 웅천인공해수욕장, 여문지구 문화의거리, 돌산 진모지구사업 등 그동안 지역에서 끊임없이 의혹이 제기됐던 사업들이다.

그런데 최근 목포지청에서 느닷없이 여수시 모 사업소를 대상으로 압수수색을 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참으로 동네북이 따로 없다.

이처럼 여수에서 진행된 사업 중에서 의혹이 가는 사업들을 수사당국이 집요하게 추적하고 있는 마당에 비리의 끝은 과연 어디인지 현재로선 가늠조차 어려운 실정이다.

지금까지 밝혀진 수사결과만 가지고도 여수시민들은 너무 아픈데, 앞으로 얼마나 더 이 매를 맞아야 할지 알 수 없으니 그저 하루하루가 가시방석에 앉아 있는 느낌이다.

더구나 수사기관에서는 지금까지 밝혀진 비리규모보다 더 큰 핵폭탄급의 대형 비리가 곧 터져 나올 가능성 또한 은근히 내비치고 있어 그것이 무엇인지 두렵기조차 하다.

현재까지 뇌물사건과 관련된 지역 인사가 50여명이 넘는다는 소식도 전해져 온다. 오늘은 여수시 간부공무원이 야간경관 비리와 관련해 대기발령 조치를 받았다.

이렇게 정치인, 공무원, 민간인 할 것 없이 전방위 수사가 진행되다 보니 수사가 진행될수록 비리와 관련된 인사들의 숫자도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여수가 그야말로 쑥대밭으로 변해가고 있는 모습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차라리 잘 됐다”는 생각도 없지는 않다. 지금은 비록 이러한 사건들로 인해 우리가 아픔을 겪고 있지만, 이 사건들이 우리로 하여금 헌 것을 버리고 새 것을 찾을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주고 있기 때문이다.

먹구름이 짙으면 비가 오는 법이고, 닭이 울면 날이 밝아오는 법이다. 지금 우리가 받고 있는 상처가 비록 깊다 할지라도, 이 기회에 그동안 도시 전체를 무겁게 드리웠던 짙은 어둠을 걷어내고 우리는 새날을 맞이할 준비를 해야 한다.

연일 누가 검은 돈을 주고, 누가 검은 돈을 받았다는 암울한 소식이 들려온다 할지라도 남아있는 우리는 우리의 내일을 차분히 준비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가 새로운 미래를 준비해야 하는 이유는 지금 우리 앞에 놓여 있는 것은 ‘눈물’만 있는 것이 아니라 ‘희망’도 우리와 함께 하고 있기 때문이다.

너무 아파하지 말자. 너무 의기소침하지도 말자. 비리가 터질 때마다 도시 전체가 흔들리는 약한 모습도 더 이상 보이지 말자.
지금은 우리가 잃어버린 것에 좌절할 때가 아니라 우리에게 남아있는 것, 우리 앞에 펼쳐져 있는 미래를 논해야 할 때다.

어느 자리에서든 당장 이 도시가 망할 것같이 비관적으로 얘기하지도 말자. 생각을 바꿔 이번 일을 계기로 우리가 감사하게 생각할 부분도 있다는 것을 잊지 말도록 하자.

곧 뇌물을 받은 상당수 정치인들이 법의 심판을 받게 될 것이다. 그러면 그 분들에게 우리의 미래를 맡기지 않아도 되니 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이번 사건의 발단이 되었던 사람이 현직 시장이 아니고 전직 시장이었다는 것은 또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선거 과정에서 부정한 돈을 받은 상당수 지역인사들이 더 이상 여수의 주인 행세를 할 수 없으니 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이 도시에서 이렇게 엄청난 대형비리가 존재하고 있었음에도 침묵하거나 동조했던 지난날을 우리가 반성할 수 있으니 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이번 일을 계기로 언론인이 반성하고, 정치인이 반성하고, 공무원이 반성하고, 지역유지들이 반성하고, 나아가서 시민 전체가 반성할 수 있게 되었으니 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그리고 박람회 준비가 소홀하다고 해서 비관할 것도 아니다. 지금 시민들이 박람회를 비관적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은 위정자의 무능이 단단히 한 몫을 하기는 했지만, 박람회에 대한 우리의 기대치가 너무 높았기 때문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부터 우리가 가졌던 기대치를 조금만 낮춰볼 필요가 있다. 그래서 편한 마음으로, 그리고 즐거운 마음으로 박람회를 준비한다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겠다.

박람회 규모가 조금 작으면 또 어떤가. 규모만 크고 시민들에게 실속 없는 박람회보다, 차라리 규모는 조금 작더라도 시민들에게 실익이 되는 박람회를 지금부터 우리가 차분히 준비하면 될 일이다.

우리 도시가 박람회를 유치한 이유가 시민이 행복한 도시를 만들기 위함이라고 했을 때, 박람회의 외형보다는 오히려 내실을 추구하는 박람회가 될 수 있도록 준비하는 것이 훨씬 더 시민들을 이롭게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지금부터 없으면 없는대로, 부족하면 부족한대로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보는 거다. 잔칫날 잡아놓고 스트레스를 받으면 그 잔치가 우리에게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굳이 없는 돈 빌려서 잔치를 치를 것이 아니라, 있는 옷 깨끗이 갈아입고 즐겁게 준비해 보는 거다. 잔치는 그저 잔치여야 하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에게는 모든 것이 준비되어 있지만 단지 희망만이 없을 뿐이다. 그 희망의 씨앗을 지금부터 우리가 함께 심어보는 거다.

비관하지도 말고, 위축되지도 말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쁜 얼굴로 희망을 얘기해 보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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