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태룡 (사)무지개봉사단 중앙회 회장



그들은 생선가게의 못된 고양이들이었다. 가게를 지키라 했더니 생선을 다 먹어치웠다. 오 현섭 전 시장과 시청 관계자, 전·현직 도의원 시의원, 오 전시장의 사돈 등이 관련된 대규모 뇌물 스캔들이 일파만파의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경찰 수사에 따라 이 사건은 앞으로 더 확대될 여지가 크다. 이 정도로 끝이 날 사건이 아닌 것 같다. 한 점 의혹도 남기지 않는 엄정한 수사로 여수의 청정(淸淨)한 이미지를 빨리 회복할 수 있어야 한다. 동시에 2년도 채 안남은 여수엑스포 개최에 장애가 되지 않도록 사태 수습을 최대한 서둘러야 옳다.

한 고을의 뇌물 사건치고 이렇게 큰 사건은 아마 지방자치 실시 이후 이번이 처음일 것이다. 이 전대미문의 뇌물 잔치로 여수와 여수 시민이 입은 명예 훼손, 이미지 추락이 쉽게 복원될지 참으로 걱정스럽다. 어디 가서 여수 사람이라고 낯을 들고 말하기가 부끄러울 지경이다. 더구나 해양 엑스포 개최가 다가오면서 여수에 국내외의 관심이 집중되는 가운데 이런 지저분한 일이 터졌으니 이를 어쩌면 좋은가.

우리 시민 모두는 어딜 가나 누가 시켜서가 아니라 스스로 알아서 엑스포를 홍보하는 자원 홍보대사 역할을 톡톡히 해왔다. 그런데 이제 누구를 만나든 엑스포 얘기를 꺼내기 전에 여수의 뇌물 잔치 얘기부터 먼저 듣지 않으면 안 되게 됐다. 전국적으로 큰 화제 거리다. 그리고 꼭 덧붙여 들어야 하는 얘기는 ‘뇌물 사건으로 엑스포 개최가 괜찮을까’하는 걱정들이다. 어디를 가든 어깨 못 펼 이유가 없는 우리 여수 사람들인데 솔직히 얼굴이 화끈거린다. 편하게 말해서 열 좀 받는다.

이렇게 ‘엑스포의 도시’를 ‘뇌물의 도시’로 만들어, 여수라는 깨끗한 연못을 흐려 놓은 이 미꾸라지 같은 사람들은 법정에서 유죄가 입증돼 형(刑)을 살더라도 그것으로 면죄부가 주어져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다.

그럼 어찌해야 하는가. 우리 시민 차원에서 여수와 여수 시민이 입은 명예 훼손에 대해 보상받을 법적 조치를 집단적으로 취할 수 있는 방법이 있는지 검토해보아야 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지금부터는 우리가 뽑은 공복들이 깨끗하고 정직하게 시민을 위해 본분을 다 하고 있는지 감시하는 일을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한다.

해는 져가고 갈 길은 먼데…. 엑스포 개최 날짜는 성큼 성큼 다가오는데 해야 할 ‘숙제’는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여수가 세계와 만나고, 여수를 세계 속의 명품(名品) 도시로 변신시켜줄 행사가 ‘여수 해양 엑스포’다. 그런데 엉뚱한 뇌물 사건으로 우리는 주춤거리고 있다. 이를 어쩌랴. 하지만 우리에게 주춤거리고 있을 시간이 없다. 심기일전의 자세로 반드시 엑스포를 성공시킬 수 있도록 다시 지혜와 힘을 모아야 한다.

이번 사건으로 우리 여수 시민이 느끼는 배신감과 충격은 이루 헤아릴 수가 없지만 빨리 떨쳐 버리고 새롭게 시작해야 한다. 우리 시민이 뭉쳐 관련 기관을 독려해 나가는 한편 앞을 다투어 산더미 같은 과제들을 서로 밀고 끌고 하면서 엑스포 개최에 차질이 없도록 하나하나 서둘러 해결해 나가야 할 것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엑스포를 성공적으로 치러내 여수의 진면목을 세계에 알리고 엑스포가 진정으로 여수의 발전과 주민의 삶의 질과 행복을 획기적으로 증진하는 계기가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우리는 틀림없이 할 수 있을 것이다.

뇌물 사건은 참으로 기가 막혀 말이 안 나오지만 독버섯이 피는 음습(陰濕)한 곳을 드러내어주기도 했으므로 우리는 이를 사건의 재발을 막는 교훈으로 삼을 수가 있을 것이다. 어째서 그러한가. 여수 시민에게는 우리가 부리는 일꾼들을 정말 잘 뽑기도 해야 하고 눈을 부릅뜨고 잘 감시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경각심을 심어주었다.

공직자들에게도 본분으로부터의 탈선과 그들이 섬기고 봉사해야 할 시민에 대한 ‘배신’이 얼마나 큰 불명예와 피해를 지역 사회와 시민에게 안겨주게 되는지를 똑똑히 인식하는 계기가 됐을 것이다. 정말이지 공직자들의 독직(瀆職)은 형벌의 대상이기도 하지만 양심을 파는 몰인격적인 행위이며 죄과(罪科)를 씻기 어려운 시민에 대한 배신이다.

공직자들에게 이런 메시지가 분명하게 전달됐기를 기대한다. 따라서 우리는 모두가 참담한 심정에만 침잠해있을 것이 아니라 전화위복(轉禍爲福)을 위해 이번 사건을 교훈으로 활용해야 한다. 청정한 여수의 이미지를 복원하고 깨끗한 행정의 표본 도시로 거듭나도록 해야 한다. ‘여수에서 배우라’가 전국의 화두(話頭)가 되도록, 해양 엑스포를 성공시켜 세계의 화두가 되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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