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년 동안 여수시에서 진행된 대형사업마다 지금 문제되지 않은 사업이 없다. 날만 새면 이 사업에서 몇 억, 저 사업에서 몇 억, 또 다른 사업에서 몇 억, 끊임없이 들려오는 소식에 시민들은 “무슨 이런 경우가 있나?” 싶다.

그런데 이렇게 되기까지 해당 사업을 기안하고, 추진했던 공무원들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그것이 궁금하다.

담당 공무원으로서 전직 시장의 비리 의도를 몰랐다면 그것은 무능한 것이고, 비리를 알고도 사업을 추진했다면 그것은 엄연한 직무유기가 된다.

공무원이란 영어로 'public servant'다. 한자어로는 '국민의 종'이라는 뜻의 '공복(公僕)'이라 불린다.

우리 헌법 제7조에는 “공무원은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이며”라고 규정하고 있다. 법은 공무원들로 하여금 권력자에게 봉사하지 말고, 국민에게 봉사하라는 의미로 신분과 정년을 ‘철밥통’ 같이 보장해 주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그 신분보장이 오히려 도시경쟁력을 떨어트리는 결과를 가져온다면 그 철밥통은 의미가 없다. 공무원이 권력자에게 휘둘리기 시작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시민들 몫으로 남기 때문이다.

지난 선거기간만 보아도 선거에서 철저하게 중립을 지켜야 하는 공무원들이 일은 팽개치고 일반 시민들보다도 더 열심히 선거운동에 참여하는 것을 보고 철밥통의 그 밥그릇을 뺏어 버리고 싶은 생각이 간절했다.

그렇게 선거운동에 열심이었던 공무원들이나, 전직 시장의 숙원사업(?)을 실무선에서 적극 뒷받침 했던 공무원들에게 하나 묻자.

그렇게 시민들이 하지 말자고 했는데도, 그렇게 해야 한다고 우긴 그 책임을 어떻게 질 것인가.

도시발전에 도움 되는 사업이 아님을 뻔히 알면서도 그 사업을 추진했던 이유가 결국 시장 뒷돈이나 챙겨주려는 의도였다면 그에 대한 책임은 어떻게 질 것인가.

공개경쟁 입찰이 아닌 수의계약을 고집하는 진짜 이유가 무엇인지 너무나 잘 알면서도 그 사업을 추진했다면 그에 대한 책임은 또 어떻게 질 것인가.

지역 업체가 충분히 할 수 있는 사업임에도 외지의 특정 기업들을 지정해 사업권을 주는 의도를 뻔히 알면서도 사업을 추진한 그 책임은 어떻게 질 것인가.

이러한 일들이 한두 건이 아니고 4년 동안 수도 없이, 그리고 반복적으로 지속됐다면 이것은 공무원의 무능인가. 부패인가.

지방자치단체에서 ‘시장은 제왕’이라는 말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인사권으로서 공무원들을 휘어잡은 뒤에, 예산편성권으로 돈이 되는 사업을 추진하는 것이 비리시장의 전형적인 수법이다.

공무원들이 살아남기 위해서 어쩔 수 없었다는 것을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그러나 지난 세월동안 여수시에서 진행됐던 사업을 보면 ‘해도 너무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그러면 지금이라도 반성하고 뉘우치는 기색은 있는가.

내가 보기에는 그런 것 같지는 않다. 수백억, 수천억원의 돈이 삼베바지 방귀 새듯 새고 있었음에도 반성하거나 책임지는 공무원이 없다.

이것이 지금 여수의 문제다. 시장의 지시사항이라고 해서 예산이 낭비되든 말든 맹목적으로 사업을 추진했던 공무원들은 지금 아무 죄가 없고, 모든 죄를 전직 시장에게 뒤집어씌우면 되는 일인가.

어림없는 얘기다. 왜 어림없는 얘기냐 하면 앞으로 이러한 일이 또 다시 반복되지 말란 법이 없고, 앞으로 두 번 다시 반복되어서도 안 되기 때문이다.

“시장이 시키니까 할 수 없이 했다”는 말은 그 공무원에게 영혼이 없다는 말이다. 영혼이 없는 공무원에게 봉급을 줄만큼 우리 시민들은 주머니 사정이 여유롭지가 못하다.

시민들은 하루를 살기에도 팍팍한데 책상에 앉아서 수백억원의 세금을 눈도 깜짝하지 않고 낭비하는 공무원은 마땅히 공직에서 퇴출 되어야 한다.

지금 우리 여수에는 썩은 암 덩어리들을 도려내는 대수술이 진행 중이다. 마취제도 없이 진행되는 수술이기에 시민들은 지금 말도 못하게 아프다. 그럼에도 시민들이 이 아픔을 견뎌내고 있는 것은 이 수술이 끝나면 다시 정상적인 예전의 몸으로 완쾌될 것이라는 믿음과 희망 때문이다.

여수가 다시 태어나기 위해서는 지금이 절호의 기회다. 비리와 관련된 사업을 적극 추진했던 공무원이 있었으면 이 기회에 그에 대한 책임을 엄중하게 물어야 한다.

칼자루 쥐고 있는 시장 무서운 줄은 알아도 주인같이 모셔야 할 시민 무서운 줄 몰랐던 공무원이 있었으면 이 기회에 단호한 조치를 취해줘야 한다.

공무원이 긴장하지 않으면 도시 전체가 긴장하지 않는다. 긴장하지 않은 도시가 발전할 턱이 없다.

지금 김충석 시장이 해야 할 일은 느슨해진 기강을 다잡는 일이다. 노력도 하지 않으면서 철밥통을 안고 있는 공무원에게는 과감히 그 밥그릇을 뺏어야 한다.

누구 밥그릇을 뺏어야 할지 모른다면 그 명단을 넘겨줄 용의가 있다. 시민들의 숱한 제보가 이미 들어와 있기 때문이다.

모든 오물을 전직 시장에게 뒤집어 씌우고, 자신들이 추진했음에도 자신들은 상관없다고 생각하는 공무원이 있다면 “당신도 상관이 있다”고 말해 주어야 한다.

시장에게 잘 비비는 공무원은 출세하고, 비비는 능력은 부족해도 도시를 위해서 열심히 노력하는 공무원은 대접을 못 받는 풍토를 없애기 위해서라도 조치는 취해져야 한다.

그렇게 낭비된 수백억원, 수천억원의 돈은 시민들의 피와 땀으로 만들어진 돈이기 때문이다. 김충석 시장의 결단을 촉구한다.

끝으로 열심히 노력하고 있는 대부분의 공무원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안고 이 글을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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