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만 부지런떨면 싱싱한 개불,낙지,해삼 등을 만날 수 있는 곳,

더불어 사람 사는 냄새도 맡을 수 있는 곳.





새벽 4시 반에 일어나 조금은 여유롭게 중앙동 수산시장으로 향했다.

5시쯤 되니 날이 훤히 새는 게 아닌가!

아니나 다를까 도착해보니 이미 시장은 하루 장사를 위해 경매가 이뤄지고 있었다.일찍 일어난다고 일어났건만, 이곳은 벌써부터 부산하다.



가끔 나태해지거나 무언가에서 활기를 얻고 싶을 때 이곳을 찾곤 했다. 특히 한 겨울 새벽시장의 매서운 추위는 몸을 움츠려 들게 했지만 마음만큼은 뜨거운 삶의 열정을 갖게끔 동기 부여가 되곤 했다.



간만에 다시 찾게 된 새벽의 수산시장.

4시 정도면 경매가 시작된다. 활어, 선어를 사이에 두고 중개인과 도매상들의 사고파는 모습은 싱싱한 활어만큼이나 활기찼다. 교동시장, 서시장, 진남시장, 도깨비시장 등에서 오신 상인들이 중개인들과 적정가격을 협상 후 현장에서 즉시 거래가 이루어진다.

일부는 즉시 거래되지만 일부는 전국 각지로 팔려나간다. 조금만 부지런떨면 싱싱한 병어, 개불, 낙지, 해삼과 각종 선어들을 만날 수 있고 사람 사는 냄새를 맡을 수 있다.



요즘은 ‘아침형 인간’이 되기를 갈망하는 도시인들이 많지만 이곳은 1년 내내 새벽에 하루를 시작하는 사람들이다. 젊은 사람들에서 나이 지긋한 어르신들까지 이른 새벽 피곤한 몸을 이끌고 생계를 위해 열심히 사는 모습을 보고 또 누군가는 삶의 활력소를 얻어간다. 하지만 이런 활력소 뒤에는 깊은 시름이 배여 있다.



“어무니! 요즘 장사 어떠세요? 하고 물었더니 "암도 말어? 재미가 엄써, 그래도 어쩌끄여! 묵고 살랑께, 그래도 쌔가 나게 해봐야지" 억센 말투엔 무수한 세월을 삭힌 우리 어머니들의 억척스러움이 묻어난다.

하지만 정겹기도 하다. 수산물을 카메라에 담으려니 돈 내고 찍으라면서 웃는다.



90년대 중반까지 수산업 하면 단연 여수였다. 하지만 여러 가지 국제적인 협정(입어료 인상, 쿼터 조절, 국제유가인상 등)으로 인해 고기잡이가 제한되었고, 어린 물고기나 산란기의 물고기 등을 마구잡이식으로 잡아 어획량이 크게 줄어들었다.



속칭 '고대구리'라고 불리는, 소형선박들에 의한 불법어업은 연근해 어장을 말살하는 주범으로 오래 전부터 단속의 대상이 되어 왔는데 다행히 정부와 관계 기관에서 고대구리에 대해 집중적인 단속을 펼쳐 현재는 거의 사라졌다.(근본적인 생계를 위한 대안 없이 단속을 펼쳐 일부 어민들의 원망을 많이 들었지만).



하지만 문제가 아주 사라진건 아니다.

대형 트롤링 어선들의 연근해 불법 조업이다. 먼 바다 어장이 줄어들자 덩치 큰 배들이 가까운 바다로 몰려들고 있는 것이다.

불법 트롤링 어선들이 사용하는 그물은 40m 정도 높이의 중첩망이다. 바깥쪽 그물은 합법적인 그물로 위장하고 안쪽 내장망 그물은 손바닥만 한 치어조차 빠져나가지 못할 정도로 촘촘한 그물로 이루어져 있다.



이런 불법그물을 사용해 어종에 관계없이 무조건 잡아들이는 ‘싹쓸이’조업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거기에 더해 고성능 어군탐지기를 이용해 회유하는 물고기들을 찾아다니면서 씨를 말리고 있다.

이런 식으로 잡아들이는 어획량은 소형 기선저인망어선(속칭 ‘고대구리’)들이 잡는 불법어획량의 수십배를 웃도는 엄청난 물량이다.



불법 트롤링 어선들은 단속을 피하기 위해 가격이 4~5천만 원 정도 하는 고성능 레이더를 탑재해, 해양경찰, 어업지도선 등 단속 선박들의 이동경로를 미리 파악해, 도망을 다닌다고 한다. 수산업에 종사하는 우리 부모형제들을 위해서라도 지속적인 해결책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조금씩 사람들의 발길이 뜸해진다.오랜 세월 여수 수산업의 주춧돌이 되어온 중앙동 수산시장은 더운 여름에도, 추운 겨울에도 싱싱하고 인심 많은 먹거리들을 여수시민에게 제공해왔다.

예전처럼 수산업이 다시 전성기가 다시 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마재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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