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의 출근길. 쌍봉사거리에 수십 명의 경찰들이 팻말을 들고 출근길의 시민들을 향해 웃고 있었다. 그 모습이 낯설었다.

여수경찰들은 시민을 향해 이렇게 호소하고 있었다. 교통질서를 잘 지키자고, 우리 도시를 교통문화의 선진도시로 만들자고, 그래서 엑스포 개최도시다운 자부심을 갖자고…….
손에 든 캠페인 전단지 대신에 교통위반 딱지를 들고 힘으로 단속하면 더 쉽고 편할 텐데, 경찰들은 시민들에게 마음으로 호소를 하고 있었다. 참으로 보기 드문 광경이었다.

지나가는 시민 누구라도 붙잡고 “여수가 반드시 고쳐야 할 가장 큰 문제 하나를 꼽아보라”고 물으면 “교통질서의 문란함”을 첫손가락에 꼽는 분들이 많다. 그만큼 여수의 교통질서가 엉망이라는 뜻이다.

여수의 교통문제는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불법 주차된 차들로 이미 점령당한 도로, 상대를 배려하지 않는 운전습관, 아무렇지도 않게 도로를 무단 횡단하는 시민, 매일 같이 보이는 교통사고 현장…….

심지어 빨간불의 신호등 앞에 서 있는데도 ‘사람 없으면 신호 무시하고 빨리 지나가라’고 빵빵거리는 뒤차의 모습에 몹시도 당황스럽기까지 한 도시다.

작년부터 올 6월까지 여수지역에서 교통사고로 사망한 시민이 47명이고, 2,936명의 시민이 부상을 입었다. 그 중에 보행 중에 사망한 사람이 19명으로 전체 사망사고 중 40%를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도시의 무질서에 경찰들이 가장 먼저 “엑스포를 앞두고 우리도시가 이러면 안 된다”며 시민들에게 호소하고 나섰다.
이러한 캠페인은 시민들이 앞장서서 해야 할 일인데 이를 단속해야 할 경찰들이 캠페인을 먼저 시작했다. 시민입장에서 미안하고 감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한기민 여수경찰서장은 “지역을 사랑하는 일은 결코 크고 거창한 것이 아니다. 내가 당하면 기분 나쁜 일, 누가 보면 눈살 찌푸리는 일을 나부터 하지 않는 것에서 지역사랑은 시작된다”고 말한다.

한기민 서장은 이러한 캠페인을 “지역의 연인이 되자”는 캠페인으로 설명했다.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는 누구나 함부로 담배꽁초를 버리지 않듯이, 사랑하는 사람과는 함부로 무단횡단을 하지 않듯이 우리 모두가 지역의 연인이 되자는 캠페인이다.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는 누구라도 예쁜 짓, 예쁜 말만 골라서 하게 된다. 이 도시도 그랬으면 좋겠다는 것이 한기민 서장의 바람이다.
이 모습을 보면서 과거 IMF 때 전 세계를 놀라게 했던 ‘금 모으기 운동’이 생각났다. 이 운동도 사실은 작게 시작됐던 일이다.

IMF로 온 국민이 고통을 겪고 있었던 1997년 12월 어느 날 서울 서초동 서울지검 형사1부장실에서 이종왕 부장검사는 '검찰가족 금 모으기 운동'을 시작했다.
달러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당시에 ‘작은 힘일지라도 금을 모아서 달러를 만들자’는 생각에서 시작된 운동이었다.

며칠 뒤에 서울지검의 검사들과 수사관, 여직원, 그들의 가족들까지 금반지와 금목걸이를 모아왔다. 자신의 금목걸이뿐만 아니라 아이의 돌 반지까지 챙겨서 몽땅 내놓은 여직원까지 있었다.

그 후 서울지검의 금 모으기 운동은 전국의 검찰청으로 확대됐고, 검찰의 금 모으기는 온 국민과 해외로까지 번졌다.
1997년 12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석 달간 ‘금 모으기 운동’에 349만명의 국민이 동참해 금 226톤을 모았다.

이 금은 21억2300만 달러로 바뀌었다. 1997년 말 한국의 외환보유고가 39억 달러에 불과했을 때의 일이다.

여수경찰서의 교통문화 캠페인이 지금까지의 캠페인과 다른 점은 공권력을 이용해 강력한 단속부터 시작한 것이 아니라 시민들을 상대로 ‘우리가 이렇게 하자’는 호소부터 시작한 점이다.

누구나 문제라고 느끼고 있었지만 선뜻 나서지 못한 일을 경찰들이 호소력 있는 모습으로 나서준 것이다.
그래서 우리 동부매일도 이 캠페인에 적극 동참하기로 했다. 다음 주부터 여수경찰서와 함께 신문에 공익광고부터 시작할 계획이다.

“지역을 먼저 생각하고, 지역적으로 사고하고, 지역의 것을 사고, 지역 사람이 되자!”는 캠페인에 모두가 동참할 필요가 있겠다.
이 도시에 우선 교통질서 하나만이라도 바로 설 수 있다면 우리 여수는 ‘교통질서가 확립된 아름다운 도시’가 될 것이다.

아름다운 도시를 만들기 위해 힘으로 단속하는 경찰이 아닌, 마음으로 호소하는 여수경찰의 모습에 오늘은 많은 박수를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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