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정치인의 말 중에 “일국의 정치수준은 그 나라 국민수준을 넘어설 수 없다”는 말이 있다. 이 말은 곧 “한 도시의 정치수준은 그 도시 시민수준을 넘어설 수 없다”는 말과 다르지 않다.

나라살림이나 도시살림이나 가정살림이나 다를 것이 없다. 전시성 사업, 경제성 없는 사업에 투자하면 손실이 발생하고 그러한 손실이 계속되면 반드시 망하는 법이다.
이와 비슷한 예를 우리 도시는 지금까지 수년 동안 겪어왔고 지금도 그 후유증에 몸살을 앓고 있다.

여수에 살고 있는 시민이라면 누구나 다 안다. 우리 여수가 얼마나 아름다운 도시인가를. 지금 이 도시가 가진 것에서 아쉽게 생각되는 한두 가지만 보완하면 대한민국 최고의 도시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너도 알고, 나도 알고, 우리 모두가 안다.

저녁이면 가끔 미평 봉화산 정상까지 후레쉬 불빛에 의지해 야간산행을 한다. 왕복 2시간이 넘는 거리다.
달뜨는 밤, 산 정상에서 여수를 바라보면 멀리 달빛아래 어린거리는 밤바다가 보이고 깜빡이는 가로등 불빛이 보인다. 그 전경이 그렇게 아름다울 수가 없다. 이 아름다움을 보고 감탄하지 않는 이가 한 사람도 없다. 이 아름다운 도시가 바로 지금 우리가 함께 있는 곳이다.

이제 박람회가 코앞이다. 지금 여수시는 내년 예산편성을 준비하면서 예산의 상당부분을 박람회 준비에 집중할 것으로 알려졌다. 모두가 성공적인 박람회를 위해서 일 것이다.

그러면 성공적인 박람회란 어떤 것이어야 하는가에 대한 정의가 필요하다. 이 정의는 지금까지 정부가 예상한대로 800만명의 관광객들이 여수를 방문해 성황리에 박람회를 마치는 것이 성공적인 박람회일까의 문제와 직결된다.

그러나 우리 시민입장에서는 그것만이 성공의 전부는 아니라고 본다. 장터가 끝난 뒤의 휑한 바람이 시민들의 가슴마다 불어올까 그것이 두렵기 때문이다.

개인적인 바람이라면 박람회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800만명이라는 숫자에 연연할 것이 아니라, 차라리 백만명의 관광객이 오더라도 내실 있는 박람회를 준비했으면 싶다.

수백만명의 사람들이 여수를 왔다 가게 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이 땅에서 평생을 살아가야 하는 시민들에게 하나라도 도움 되는 박람회가 될 수 있도록 준비했으면 싶다.

그래서 시내 곳곳에 주차장을 만들어 박람회 이후에도 시민들이 편해졌으면 좋겠고, 시내에 혹은 섬지역에 다양한 볼거리와 즐길거리를 만들어 박람회 이후에도 시민들이 먹고 사는데 조금이나마 도움 되었으면 좋겠다.

박람회 기간 동안 800만명이 찾아오고 천만명이 찾아온다 한들, 박람회 이후에 시내는 여전히 주차장이 없어 도로는 혼잡하고, 마땅한 볼거리나 즐길거리 하나 없는 허접한 도시가 된다면 그것은 결코 시민들에게 성공적인 박람회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준비들은 절대 중앙정부가 대신해 줄 수 없다. 오직 여수시와 여수시민의 노력에 의해서만 가능한 일이다.

박람회 개최가 확정된 이후 3년여 동안 우리 지역이 가장 많이 노력했던 것이 있다. 실천이 담보되지 않은 무수한 논의와 검토 들이다.
지금도 그러한 논의는 쉼 없이 계속되고 있다. 이제 결론도 없는 그러한 탁상행정의 논의들은 그만했으면 좋겠다. 하루하루 절대적 시간은 지나가고 있는데 3년여 동안 논의만 하는 모습은 시민들을 지치게 하기에 충분한 모습들이다.

그만하면 됐다. 지금까지 논의된 그 내용 중에서 실천 가능한 것들을 선택해 하나씩 행동으로 옮겼으면 좋겠다.
지금까지 논의하고 준비하는 그 비용과 시간이었으면 벌써 복잡한 시내에 주차장 몇 개는 만들었을 것이다. 시내 곳곳에 볼만한 명소 몇 개는 여유있게 만들었을 것이다.

중앙정부는 보여주는 박람회에 주력하도록 하고, 우리는 시민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박람회를 준비했으면 싶다.
박람회 개최기간 3개월이 지나면 흔적 없이 사라져버릴 수많은 예산의 일부만이라도 아껴서 도심 속에 공원을 만들고, 나무를 심고, 생태숲을 조성하고, 제주 ‘올레 길’, 지리산 ‘둘레 길’, 안동 ‘예던 길’, 해운대 ‘문탠로드’나 부산 ‘갈맷길’처럼 누구나 걷고 싶은 그러한 숲과 길을 만들었으면 좋겠다.

박람회 기간 동안 잠시 설치했다 뜯어버릴 그 돈으로 도심 한 가운데 썩은 냄새가 진동하는 연등천이나 깨끗이 정화했으면 좋겠다.

도시의 자투리땅에 나무를 심고, 관공서와 학교 벽에 제비콩을 심고, 미분양 상업용지에는 땅이 팔릴 때까지라도 꽃을 심는 운동은 어떨까.
박람회 규모에 연연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시민의 삶에, 도시 미래에 도움 되는 방향으로 내실 있게 준비했으면 좋겠다.

시민들은 박람회를 축제라 생각하고 박람회를 통해 SOC시설이 좋아졌으니 그것으로 우리 시민들은 감사해 하고, 박람회장에 그래도 몇 개의 영구적인 건물이 들어서니 그것으로 감사해 했으면 좋겠다.

중앙정부는 3개월의 박람회에 최선을 다해달라고 당부하고, 우리는 우리대로 박람회 이후를 차분히 준비했으면 좋겠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시민들이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시민들이 지금 어디가 가려운지를 알았으면 좋겠다. 결국 시민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방법밖에 달리 방법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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