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대 거짓말이 있다. 처녀 시집 안 간다. 노인 빨리 죽고싶다. 장사꾼 밑지고 판다.

그런데 밑지고 판다는 말이 거짓말이 아닌 경우가 있다. 오늘 못 팔면 어차피 상하는 생물이라든지, 하루 밤이 지나면 시들어가는 과일이나 야채의 경우가 그렇다.



저녁 무렵 재래시장을 찾으면 잘 정돈되지는 않았지만, 조그마한 그릇에 나물을 다듬는 할머니나, 생선 비늘을 치는 아주머니들을 쉽게 만난다.



조그마한 그릇에 고구마 몇 개, 감자 몇 개 올려놓고, 하염없이 손님들을 기다리는 할머니들을 만날 수 있는 곳도 재래시장이다. 이 곳에 가면 꼭 어떠한 물건을 산다는 것보다, 이리저리 세상을 볼 수 있어 좋다.



돌산에서 오신 김귀자 할머니가 가지고 나온 좌판에는 고사리와 이런 저런 푸성귀가 작은 그릇들에 담겨 손님들을 기다리고 있다.

“고사리는 올 봄에 뒷산에서 딴 것이고, 상추는 새벽에 텃밭에서 딴 것이다”고 말하는 김 할머니는 허리는 꼬부라지고, 이마에 깊게 패인 주름이 영락없는 내 할머니 모습이다.



손님이 뜸한 이른 오후시간이라 할머니 앞에 쪼그리고 앉았다.

“할머니! 처녀 적에는 이뻤겠어요?”하고 묻는다. 이 말에 “별 시덥잖은 놈 다 봤네” 하지만 처녀 같은 웃음은 어찌할 수 없다.

이 말 한마디에 잠시 후 사게 될 3천원어치 고구마에 한 두개의 덤이 더 올라올 것임을 안다. 더 얹어주면 재미에 고맙고, 안 얹어줘도 괜찮은 것이 재래시장이다.

“왕년에 안 이쁜 사람 있으면 나와 봐” 처녀 적에 별로 예쁠 것 같지 않은 할머니도 이때 만큼은 자신 있는 말투다.



이 할머니들의 물건은 어디서 구입 것이 아니니, 딱히 정해진 가격도 없다. 그 날 사정에 따라 대충 가격이 정해진다. 그래서 할머니들과의 가격 흥정은 기자가 재래시장을 찾는 또 다른 재미가 되기도 한다.



이 할머니들 대부분은 혼자 살거나, 할아버지와 단 둘이 사는 분들이다. 자식들이 없으니 사람이 그립고, 사람이 그립다 보니 무엇이든 주고 싶은 마음이다.



그래서 만원짜리 한 장만 가지고도 부자가 된 듯 마음이 풍성해지는 곳도 이곳이다. 우리의 할머니들도 부자가 된 듯한 기분으로 집으로 돌아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박철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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