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민석 국립대학법인 UNIST 입학사정관, 前 여천고 교장







 

외국에서 귀국한 학생이 수업에 열중하고 있는 데 옆 학생이 바삐 무언가를 적고 있어서 살펴보니 학원 숙제를 하고 있었다고 한다.



학원의 선수학습에 매달리는 모습이 안타깝다. 수능이나 내신의 숨 막히는 점수 경쟁은 학생들의 창의력을 말살하는 주범이다.

사교육이 팽배한 우리의 현실이 사회에 대한 공적인 관심보다는 개인의 성적관리가 우선이다. 공동체 문화의 전통을 가졌다는 한국에서 이웃에 대한 배려가 부족한 이기적인 외톨이 인간을 양산하고 있음이다. 21세기 지식기반사회를 이끌어갈 인재는 창의성을 가진 사람이다.



새로운 대학입시제도의 키워드는 '입학사정관'이다. 대학의 자율성을 높이면서 점수 이외에도 환경과 잠재력 및 소질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2009년 236억원, 2010 년 350억원의 예산을 입학사정관제 전형을 도입하는 대학에 지원하였다.

대학마다 재정지원을 받기 위해 입학사정관제를 도입하려고 아우성이다. 심지어 외국어고·과학고 와 같은 특목고에서도 입시에도 입학사정관제가 도입되었다.



입학사정관제 전형 비율이 확대되자 이른바 맞춤형 스펙을 제시해 주는 입시 컨설팅 업체들이 생겨나 새로운 고액 사교육 시장이 형성되고 있다.



입학사정관 입시의 주도권을 사교육 업체에 뺏기지 않으려면 고등학교에서 더 많은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일선 학교에선 입시 컨설팅업체보다 입학사정관제에 관심이 부족한 편이다.



그 실례로 입학사정관제에 대비하여 교과부는 학생, 교사, 학부모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교과외 활동을 안내하는 포털 사이트를 개설하였으나 학교보다는 사교육 쪽에서는 이런 정보를 먼저 숙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믿고 활용할 수 있는 고등학교 생활기록부 작성이야말로 대입의 공정성과 신뢰성 확보의 첫걸음이 아닌가.

그런데도 일부 고교에서 작성이 끝난 학생부 기록을 대입에 유리하게 고치거나 교내 경시대회 성적을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은 매우 우려스러운 일이다.



최근 사교육을 줄이는 데 기여한 것 중 하나가 생활기록부에 교외 경시대회는 기록하지 할 수 없고, 교내 경시대회 결과만 기록하도록 한 조치이다. 사교육에 의존해 교외 경시를 준비하던 학생들을 교내로 끌어들이는 큰 효과를 내고 있음도 사실이다.



물론 부작용도 없지 않다. 교내 경시 입상자 수를 늘리기 위해 영어 경시라면 듣기, 말하기, 쓰기로 세분화하고 학기별, 학년별로 수상을 하기도 한다. 이처럼 입상자 수에서 인플레가 일어나기도 하지만 교내 경시의 활성화는 학생들이 사교육보다는 교사의 수업과 교내활동에 집중하도록 하는 효과를 내고 있어 다행이다.



이제 교내 경시대회의 공정성 확보를 위한 장치도 마련해야 한다. 신뢰성과 공정성 확보 차원에서 교사 1인이 출제하거나 평가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출제와 채점에 다수의 교사가 참여하도록 하고, 과목별 출제와 채점 기준을 제시하는 게 방법의 하나일 것이다. 대학이 고교의 학생부를 믿지 못하면 대학입시의 토대가 흔들린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봉사활동의 경우 서울의 특목고를 중심으로 대부분의 고등학교에서 자발적인 봉사활동이 아닌 사회복지기관을 정해 매년 기계적으로 내 보내고 있는 실정이다.



언뜻 보면 사회복지기관이라 의미 있는 봉사활동으로 보이나, 강제로 조를 이루어 나가는 봉사활동이 대부분이다. 자발성이 없는 봉사활동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어떤 학생의 경우 가장 중요한 3학년 1학기에 40시간의 봉사활동이 현실적으로 가능한 일인가. 사회복지사인 아버지가 자식의 200시간이 넘는 봉사활동 실적표를 가져와 기록을 요구한다고 해서 현실성 없는 봉사활동은 기록해선 안 된다.



우수성 입증자료로 모의고사 높은 점수를 낼 수 있도록 대학에 따라 허용하다보니, 모의고사 점수를 성적에 반영하지 않는 학교에서는 오픈북 상태에서 모의고사를 실시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모두가 신뢰를 허무는 일들이다. 우수성 입증자료의 분량보다 더 큰 문제는 객관성과 신뢰성이다.

입학사정관제 전형은 학교에서 준비하기 어렵다는 그릇된 인식이 퍼지면서, 사교육 업체들의 입시 컨설팅이 확대되고 있다.



이에 대응하는 고교와 대학의 노력이 요구됨은 물론이다. 공교육이 무너지면 가난한 학생들은 더 기댈 곳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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