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웅 스마일치과 원장




신묘년 새해가 밝았다. 지난 연말에는 연평도 포격, 예산 날치기 통과 등으로 조금 뒤숭숭하더니 언제 그랬냐는 듯 대체적으로 평온한 분위기다.

주가가 연일 최고치를 갱신한다는, 경기가 풀리는 듯한 기사들까지 가세하며 이 평온을 확신시키려는 듯하다.

지난 연말에는 교수신문에 '장두노미(藏頭露尾)'라는 사자성어가 2010년도의 최고의 사자성어로 선정되더니 신년에는 동신문에 신묘년 희망의 사자성어로 ‘민귀군경(民貴君輕)’을 선정했다고 한다.

작년에는 한명숙 전 총리의 재판을 보면서 '장두노미(藏頭露尾)'를 다시금 생각하게 됐던 것 같다. 이어서 올해는 맹자의 진심 편에 나오는 ‘민귀군경(民貴君輕)’이라는 글귀를 인용하여 위정자들에게 따끔한 경고의 메시지를 보내는 사자성어가 선정되어 많은 생각이 들게 한다.

한국의 정치인들은 한 목소리로 국민과 정부간, 여야 간, 지역 이기주의 간, 이해 집단 간, 노사 간, 진보와 보수 세력들 간 등 다양한 사회계층간의 소통과 포용의 부재를 스스로 인식하고 걱정하는 듯하다.

그걸 바라만 보고 있는 국민들도 답답하긴 마찬가지이며 답을 찾고 싶다. 하지만 생업에 종사하느라, 또는 우매(?)해서 답을 스스로 내기는 힘들다.

그래서 우리의 목소릴 듣고 해답을 찾아 줄 것 같은 정치인들에게 한 표를 행사했다. 표를 달라며 몸을 낮추고 유권자의 의견들에 귀를 기울이며 공약을 만들고 발표하던, 지극히도 몸을 낮추던 그들의 모습에 매번 속으면서도 이번이 마지막이길 기대하며 말이다.

백성은 임금이 스스로 몸을 낮춘다하여 임금을 감히 천히 여기거나 깔보지 못한다. 임금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천하디 천한 내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준 귀한 사람의 크나큰 아량에 존경심만 커질 뿐이다.

백성은 단순하다. 그냥 내 배부르고 큰 걱정 없으면 된다. 아니면 근심거리가 생겼을 때 해결은 안 되더라도 내 고충을 들어 줄 친구나 가족이 있으면 좋을 것이다. 더 나아가서 인심 좀 쓴다면 남이 나보다 잘되는 걸 보면서도 배 아프지 않을 정도의 내 것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정도일 것이다.

얼마 전 우연찮게 밤늦은 시간 TV에서 미국 하버드대의 유명한 마이클 센델 교수의 ‘정의(Justice)’라는 대학 강의를 그대로 방영하는 프로를 보게 됐다.

그날은 벤담과 존 스튜어트 밀의 ‘공리주의(功利主義)’를 소개하며 인간의 행복은 고통과 쾌락이라는 두 명제를 놓고 전자를 줄이고 후자를 늘리려고 하는 본능이 강한데, 고급, 저급쾌락의 기준을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개인적인 가치차이가 생길 수 있다는 여러 가지 실험을 재미있게 진행했다.

말은 안했지만 요점은 우리의 도덕적 직관과 어긋날 수 있는 다수의 쾌락 추구권이 행복을 지향한다고 해서 윤리적으로 정의롭다고 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내가 듣기에는….

물론 그날 답을 내리지는 않았다. 아니 내리지 못했다. 질문만 던질 뿐. 최소한 철학이나 이러한 윤리학적인 사상에 문외한인 내가 보기에는 진행형인 과제일 것 같았다.

위의 얘기는 솔직히 나 자신도 잘 모르면서 썼다고 고백한다. 하지만 소개한 이유는 따로 있다. 국민과 시민의 행복추구는 저처럼 철학사상적으로 구분한다는 것 자체가 군더더기이며, 사치일 것 같다.

그저 나만 배부르고 큰 걱정 없으면 된다. 나만의 이익을 위한 삶의 과정에서 생겨난,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제3의 피해자까지는 생각할 여유가 없다.

아니 나무만을 보고 산을 볼 줄 모르는 우매한 백성이라서 일수도 있다. 그래서 나보다는 지역, 더 나아가서는 나라를 보살피는 정치인이 될 꿈조차도 꾸지 못한다.

그럼 그걸 누군가가, 우리가 뽑아준 누군가가, 소통의 장을 열고 깨닫게 해주고 설득하고 또 공익이라는 이름으로 파생된, 희생으로 내몰릴 우리 구성원들을 포용할 수 있게 다리를 놓아줬으면 하고 기대한다.

신년부터 우리 여수시의 엑스포사업 예산배정에 있어 소외됨을 억울해하는 목소리가 드높다. 힘 있는 여당 국회의원들의 해당 지역구 예산들이 과다하게 책정되는 걸 보면서 더 그러는 것 같다.

국민들은 깊게 생각 않는다. 그냥 남이 잘되어 배가 좀 아프더라도 나에게도 조금은 있어야 덜 춥다고 느낀다. 그러면서도 한편 속 좁은 우리는 여수시에 교부될 국비배정의 소외보다도 가계대출 금리가 인상될까봐 더 걱정이다.

기름 값이, 공공요금이 들썩이는 게 더 큰 시름이다. 우매하다면 우매하기 그지없다. 산을 못보고…….
신묘년에는 정치는 정치인에게 다 맡기고 무관심하게 우리네 먹고 사는 일에만 바쁘게 매달릴 수 있을 때 소박한 행복이 찾아오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해 본다.

모 개그프로에 나오는 “그래서 우리는 다 행복한거에요”라는 말이 우리들의 복잡하고 지친 마음을 잠깐 웃게 해준다면, 그런 마음들을 소통하고 포용하여 진정으로 달래줄 사람들은 개그맨이 아니라 우리가 뽑은 우리의 리더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그들에게 기대하며 신묘년이 조그만 행복의 시작으로 기억될 수 있기를 조심히 소망해 본다. 우매함으로 가득한 백성의 소박한 이기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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