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선소마을 가는 방법은 신화 아파트와 망마산 사이 오솔길과 신화 수영장 벽을 끼고 돌아가는 산길 그리고 시내 큰 도로를 이용하는 세 가지가 있다. 오늘은 오솔길을 걷고 싶었다.



길 양쪽으로 길게 늘어선 개나리도 보고 나무숲을 빠져나오면 낮은 언덕위에서 선소의 풍경이 한눈에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왼쪽으로는 망마산이 자리하고 있으며 오른쪽으로는 도로를 따라 상가들과 작은 동산이 있다.

가운데에 옹기종기 자리 잡은 선소라는 마을과 유적지가 바닷가에 있다.

멀리 바다 건너 장성마을이 있었는데 지금은 개발이 되어 아파트와 상가들과 학교가 보인다.



밭 길을 따라 내려가면 두서너 개의 묘와 벅수을 만나게 된다.

그러고 보니 벅수와 벅수 사이가 꽤 떨어져 있는 것을 보면 소달구지 정도는 넉넉히 드나듬직 했을법하다.벅수를 뒤로 하고 마을에 다다를 즈음엔  우물이 있다.

많은 사람들이 사용했던 모양이다. 규모나 물의 양을 보면 인심도 넉넉했을 것이다.



마을로 들어서면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갯벌을 메워 만든 주차장에 놓인 와상들이다. 마을부녀회에서 두부에 묶은 김치를 곁들인 안주 삼아 막걸리로 여름밤이면 많은 사람들이 술판을 벌려 여름밤이 가는 줄도 모른다.

예전에는 와상에 앉아 있지 못할 정도로 악취가 심하던 곳이다.



고락산에서 내려오던 개천은 쌍봉초등학교 앞과 마을을 지나 갈대가 무성했던 늪을 지나바다로 이어지게 된다.

그런 개천은 도로가 되기 위해서 복개되고 정화작용을 했던 갈대 늪은 매립되어 상가가 형성되면서 많은 생활폐수로 변하여 갯벌을 죽게 했던 것이다. 어느 해 바다 정화 사업으로 갯벌이 되살아나서 지금은 철새들도 많이 온다.



변화를 원했던 우리들은 많은 것을 잃은 난 후에야 깨달음을 얻는다.

건설에 대한 잘못된 인식이 우리 생활에 얼마나 많은 손실을 가져오는지를 보여주는 예이다. 그러나 잃어버릴 뻔 했던 바다는 되살아났지만 이곳에 사는 주민들은 이제는 떠나야 한다.



유적지를 보존과 관람객을 위한 부대시설이 들어서야 하기 때문이다. 아름드리 나무들이 자리하고 있는 선소 유적지를 한 바퀴 들아 보며서 굴강 대장간 세검정 창고 거북선과 판옥선을 정박해 놓던 곳에 선조 때부터 살아온 사람들과 같이 하는 모습이 사라진다고 생각하니 불현듯 악취가 심했던 바다가 떠오른다.



인적이 드문 유적지보다는 사람들이 유적지와 함께 살면서 보존하고 지키는 것이 더 바람직하지 않을까,사람이 살지 않는 집은 쉽게 허물어진다고 한다.



멀리 시청 뒤 동산은 섬이었던 시절을 그리워하듯 바닷물에 흔들리고, 선소 진입로에 흔적만 남아 있는 갈대들은 발전만이 전부가 아니라고 마른 손을 흔든다.



박용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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