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찾은 곳은 남면 금오도.



여름이면 태풍이 올라오는 길목, 겨울이면 북서풍이 돌아나가는 바람 골. 그렇지만 평상시에는 사방이 호수같이 잔잔한 바다로 둘러싸인 섬이다. 금오도는 이제 전국적인 등산 명소로 자리 잡았다. 휴일이면 전국에서 수많은 등산 인파가 이곳을 찾는다.



금오도 주위 금오열도에는 총 38개의 섬이 있다. 화태도, 대두라도, 소두라도, 나발도, 대횡간도, 소횡간도, 금오도, 안도, 연도, 대부도, 소부도, 삼도, 형제도, 수항도...



오늘 찾은 비렁길은 금오도 주민들이 과거에 지게를 지고 다녔던 구불구불한 옛길을 여수시가 친환경적으로 잘 복원한 길이다.



여수에 와서 어디를 가볼까? 생각하는 분이나, 여수의 새로운 아름다움을 찾고 싶은 분이라면 나는 주저 없이 여수의 섬을 방문해 보라고 권하고 싶다. 그리고 여수가 가진 미래 가치를 알고 싶은 분이라면 여수의 섬 가치를 가늠해 보라고 권하고 싶다.



우리나라 국민 중에서 지난해 여객선을 타고 섬 여행을 떠난 여행객 수는 1천 500만명. 참 많다. 이 숫자는 연륙교로 연결된 섬의 여행객 숫자를 제외한 숫자이니 그 여행객 숫자까지 포함하면 거의 전 국민이 1년에 한 번쯤 섬으로 여행을 떠났을 것이라는 추정이 가능하다.



여수의 섬은 모두 몇 개나 될까? 총 317개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에 있는 섬은 모두 몇 개나 될까? 우리나라 섬 개수는 귀신도 모른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몇 년 전까지 대충 3,000여개로 불리다가 좀 더 정확하게 표현하는 대통령 업부보고서 등 각종 정부보고서에는 3,151개, 3,153개 등 보고서마다 그 숫자가 들쑥날쑥했다.



이처럼 우리나라 섬 개수가 정확하지 못한 배경에는 지적도에 잡히지 않은 무인도 때문이다. 결국 전국의 섬, 열 개 중 하나가 바로 우리 여수에 있다는 뜻이다.



국토해양부 연안여객 실태 자료에 따르면 여객선을 타고 섬으로 떠나는 여행객 숫자는 매년 큰 폭으로 늘어나고 있다. 도심 속에서 지친 삶들이 섬에서 휴식과 위안을 받고 싶은 것이다. 그래서 317개나 있는 여수의 섬은 곧 여수의 미래라고 할 수 있겠다.



바람, 고깃배, 여객선, 섬사람, 갈매기, 오솔길, 갯내음, 솔향기, 호젓함, 일출, 일몰, 바지락, 고막, 개펄, 미역, 등대... 섬처녀, 섬아이들, 섬마을 선생님... 섬에는 이렇게 무수히 많은 그리움이 있다.

그곳에는 갯벌을 온몸으로 기어가는 갯지렁이의 삶과 찬바람 맞으며 굴 따는 팔순 할매의 구부정한 삶이 저녁 노을빛에 함께 어우러져 있다.



뿐만 아니라 하루 해가 저물면 만선이거나 빈배이거나 포구로 돌아오는 섬사람들의 잔잔한 애환도 있다.

이제 여름이면 해수욕장만 찾는 시대는 지났다. 끝없이 펼쳐진 수평선을 바라보면서 이 풍진 세상 살아가는 지혜를 배우게 되고,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를 보면서 끝없이 반복되는 좌절과 도전이 곧 우리네 인생과 같다는 고귀한 지혜를 배우게 된다. 옛날에는 이러한 섬에 대한 모두의 관심이 적었다. 객선도 부족했고 먹고 살기에도 모두가 바빴기 때문이다.



그러나 세상이 변했다. 사람들은 육지에서의 고단한 삶을 이제 갈매기 울어예는 하늘 구만리... 어머니 품 같은 그 시름을 섬에서 달래고자 한다.



여수박람회가 개최되면 1,000만명의 관광객이 여수를 찾아온다고 한다. 그래서 하게 되는 생각 하나!

‘1천만명의 관광객들이 여수에 와서 그들이 밥을 먹든, 잠을 자든, 미역을 사든, 1만원씩만 더 쓰고 가게 할 수는 없을까...’



그러면 3개월 동안 1천억원의 돈이 여수시민의 호주머니에 들어가게 될 텐데... 박람회장을 찾아 온 관광객들의 절반만이라도, 아니 그 절반의 절반만이라도 여수의 아름다운 섬으로 보낼 수만 있다면 이 일이 불가능한 일도 아닐 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다. 그래서 여수의 섬이 더 소중하게 느껴지는 것이다.



여수의 섬은 개발의 덫을 용케도 피했다. 자연 그대로 고스란히 보존되어 있다. 그것이 여수 섬의 빛나는 자산이다. 3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도시, 막다른 반도로 호리병같이 생긴 도시, 그래서 변화에 둔감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던 여수.



이제 그러한 도시가 바다라는 주제의 무대가 막이 오르면 그 숨겨진 가치가 곧 밝혀질 것이다. 이제 겨우... 막... 세상을 위한 여수의 무대는 막이 오르게 될 것이다...





박철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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