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회 ‘정신과 표현’ 시부문 신인작품상 수상





그의 수상소식을 듣고, 그렇게 바쁜 사람이 어느 짬에 글은 또 썼을까 싶었다.

중요한 일은 바쁜 사람에게 맡기라고 하더니만, 그에게서 다시 한번 그 진리를 깨닫는다.



신인작품상을 심사한 윤강로 시인은 임호상의 신인작품상 심사평에서 이렇게 평가해 놓았다.

“임호상의 시들이 사실적 상황이나 사물대상을 예민한 감각적 발상으로 긴장감을 흩트리지 않고 있다. 지나치게 촘촘하거나 느슨하지 않은 시의 밀도가 편안하다. 삶의 갈증을 순하게 수용하면서 그 자체로써 정감있는 체온을 담담하고 자연스럽게 표현했다”



신인작품상으로 당선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자신보다 아내가 더 활짝 웃었다고 임호상은 말한다.

그러면서 그는 “시를 쓴다기에 밤마다 문학이야기를 하면서 아기자기하게 살 줄 알았는데, 매일 밤늦게 들어온다고 투정하던 아내가 오늘은 웃었다. 오랫만에 아내의 방을 활짝 열어갈 수 있게 되었다”며 사람 좋은 웃음을 짓는다.

그는 현재 <여수문협><갈무리문확회>회원으로 있고, (주)소리기획 대표이기도 하다.





<16회 '정신과 표현' 시부문 신인작품 당선작>



겨울노동





1

전선 파이프를 묻기 위해 콘크리트 벽을 헐어내는 공사장 칼바람에 온몸이 얼어붙고 터진 면장갑 새로 우리들의 멍든 겨울이 신음한다. 한나절 내내 불을 쬐며 작업을 지켜보던 사장이 점심을 먹으러 간다며 쥐색 소나타를 타고 사라지자 두개씩 포개 낀 면장갑을 벗으며 달려든 우린 자유로운 새가 된다.

신발을 벗고 불을 쬐다 양말을 태워 먹은 정씨가 자꾸만 몸을 태우며 살아도 풀리지 않는다며 공사장 양철 불통을 안고 허기진 배를 막걸리 한 사발 깍두기 몇 쪽으로 채울 때 아직 다 오르지 못한 건물을 울리는 젓가락 연주가 빤히 들여다 보이는 하늘을 휘젓고 있다.



2

해가 저물면 돌아오는 아버지의 몸에선 언제나 시멘트 냄새가 났다.

마루엔 시멘트 가루가 피곤처럼 떨어져 쌓이고 얼큰하게 취하여 돌아오던 아버지의 겉 옷 주머니에선 숨기고 싶은 과로가 서 너 개의 못으로 쓰러져 내렸다.

실직한 형의 방에도 땀 냄새 섞인 아버지가 젖어있다. 자명종 시계가 어머니를 깨우고 어머니가 다시 형을 깨우는 새벽, 며칠째 어머니의 한숨 소리를 뒤적이며 신문하단 사원모집광고를 오려내다 ‘곧 좋은 소식 있을 거예요.’ 파스냄새 섞인 목소리를 남기고 황급히 빠져나가는 어수선한 형의 발자국 소리를 뒤따르는 버릴 수 없는 어머니의 새벽기도,

어둠속을 오래오래 견디다 보면 언제 어둡지 않은 길이 보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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