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만도 되지 않은 여수에 기업형 슈퍼마켓(SSM)이 속속 진출하고 있다. SSM은 롯데마트, 이마트 등 대기업이 운영하는 슈퍼마켓이다.

현재 1개 매장은 이미 입점을 완료했고, 4개 매장은 입점을 준비하고 있다. 앞으로 대기업들의 본격적인 입점경쟁이 시작되면 여수의 골목상권은 치명적인 아픔을 겪게 될 것이다.

소매점만 곡소리가 나는 것이 아니다. 소매점에 물건을 납품하는 수많은 도매점들도 곡소리가 날 것이다. 그 여파는 또 도미노 현상처럼 재래시장까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이렇게 중차대한 문제에 대해 반발하는 세력이 여수에 없다는 점이다. 당장 죽게 생겼는데도 당사자들까지도 남의 일처럼 수수방관을 한다.

다른 도시들처럼 그 점포 앞에 드러누워 “우리도 좀 먹고 살자”고 외칠 수 있는 세력이 있어야 하는데 여수에는 그러한 움직임이 없다. 서로 단합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박람회 숙박시설이 들어설 덕충동 지역의 이주민들도 현재 이주만 했지 그에 상응하는 대접이나 소득을 얻지 못한 모양새다.
대책위원회라는 것이 있지만 현재 둘로 갈라진 내분 때문에 제대로 된 과실을 얻고 있는지 의문이다.

같이 한 몸이 되어 협상하고 요구해도 될까 말까 한데 내부의 싸움 때문에 당연히, 그리고 마땅히 얻어야 할 과실조차도 얻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서로 단합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1년이 넘도록 시청 앞에서 농성을 벌이던 화양면 주민들도 마찬가지다. 골프장의 오폐수 시설 등에 관한 민원을 제기하면서 1년 가까이 농성을 벌였지만 별 소득이 없어 보인다.

이것도 결국 주민 내부의 문제가 원인제공을 했다고도 할 수 있겠다. 지금은 오히려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한, 수세적인 입장에 처해 있는 것 같다. 이것도 서로 단합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골프장이 들어서는 경도는 어떤가? 주민들 간에 구심점이 없어 보인다. 오늘은 이 요구를 했다가 내일은 저 요구를 한다고 오히려 업자가 투덜댄다.

그러다 보니 자연히 협상력이 떨어지고 결국 그 손해는 고스란히 주민들 몫으로 남게 될 공산이 크다. 서로 단합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오늘, 여수의 영혼까지 들먹이며 이러한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우리가 이래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우리는 항의를 해도 너무 서툴다. 항의를 하더라도 좀 더 악랄하게 하던지, 아니면 좀 더 체계적으로 품위 있게 하자는 것이다.
어느덧 우리 여수는 전국에서 집회가 가장 많은 도시가 됐다. 시청앞 로터리는 하루라도 깃발이 나부끼지 않은 날, 확성기 소리가 나지 않는 날이 드물다.

오늘은 이 팀이 왔다 가면, 내일은 저 팀이 왔다 간다. 이제 여수에 살면서 우리의 품위는 우리가 좀 지켜가면서 살았으면 좋겠다.
기자 입장에서 오죽했으면 이렇게 길거리로 나왔겠냐 싶어 찾아가면 그들 내부의 모습을 보고서 기가 찰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급기야 얼마 전부터 이를 참다못한 시민들이 “제발 데모 좀 그만하자”고 데모 군중 옆에서 데모를 하는 사태까지 발생하고 있다.

과거 베트남이 패망했을 때 “데모하지 말자”는 데모까지 하다가 결국 나라가 망했다는 얘기가 이제 남의 얘기처럼 들리지 않는다.

일반 시민들의 감정에 구애받지 않고 습관적으로 도시 전체를 벌겋게 물들이는 사람들을 보면서, 우리는 우리 자식들에게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를 고민한다.

지켜보는 시민들은 속으로 인상은 쓰지만 대놓고 대응하기를 꺼려한다. 무슨 말을 들을지 모르기 때문이다. 데모를 하려거든 약자의 권익이 보호될 수 있도록 명분을 가지고 해야 한다. 그래야 시민들이 공감하고 호응하는 것이다.

그러나 여수의 데모는 만성질환이다. 이 만성질환을 즐기는 사람들도 있다. 군중을 동원해 힘을 과시한 뒤 자신의 입지를 키워가는 사람도 없지 않다는 뜻이다. 이들은 여수의 영혼을 갉아 먹는 암적인 존재들이다.

데모를 하지 말자는 것이 아니다. 일당을 줘서 군중을 동원하고, 안 나오면 징계를 하는 그런 관제 데모는 이제 그만하자는 얘기다.
내가 시장이라면 시청 앞 잔디밭은 이미 파서 없애 버리던지, 아이들 놀이 시설로 개조해 버렸을 것이다.

그곳은 어른들의 악쓰는 소리보다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훨씬 더 어울리는 장소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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