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는 짧고 여수는 길다

윗길 벚나무들을 보며



5000년 전 메소포타미아 문명의 발상지인 티그리스강, 유프라테스강 유역에 자리 잡은 도시국가들은 한때 찬란한 번영을 누렸다.

그러나 지금은 사막화되어 사람이 살기 어려운 곳이 되었다. 길가메시라는 왕이 광대하고 울창한 삼나무 숲을 베어 건축물로 써버렸기 때문이다.

여수는 내년 엑스포를 대비해 윗길의 10년~40년 된 벚나무들을 자르거나 옮겨 심는다고 한다. 단지 차도를 넓히기 위해서다.
그 길은 2차선이었을 때 훨씬 운치 있고 새들에게도 숲의 기능을 할 수 있다. 과연 옮겨 심은 커다란 나무들이 잘 살 수 있을까?

큰 나무일수록 옮겨서 살 확률은 희박하다. 그 길의 나무들은 봄이면 여수에서 유일하게 꽃 터널을 이루어 가는 아름다운 길이다.
잘만 가꾸면 완전 터널을 이루어 진해나 군산처럼 장관을 이루게 할 수 있는 곳이다. 나는 이 길을 지날 때마다 이 나무들이 더 자라서 자녀들과 손잡고 걸을 수 있는 길로 가꿔지길 꿈꾸어 왔다.

만약 이렇게 된다면 여수의 또 하나의 명소가 되어 관광객들도 더 많이 찾아올 것이다. 담양의 관방제림과 메타세콰이어 가로수길을 보라.
나무 한 그루는 수분증발로 에어컨 20대와 맞먹는 역할을 한다. 전국에서 제일 덥다는 대구는 도시 녹화사업으로 여름 평균온도가 3도 내려갔다. 1도가 내려가면 전력량이 7% 감소된다니 돈으로는 10억 가까이 절감할 수 있다고 한다.

도시 열섬의 완화, 대기오염물질 제거, 소음방지, 기상완화, 방풍, 생물종 보존 등 환경적 가치와 문학, 예술, 교육 등 숲 문화적 가치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을 만큼 크다.

아이들에게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 학교에서는 환경보호를 위해 쓰레기를 줍고 나무를 심어야 하고 자동차를 적게 타야 한다고 가르친다.

그런데 어른들은 단지 3개월 쓰일 자동차 길을 위해 수십 년 된 나무들을 지키기 어렵다? 교육은 이론이 아니라 먼저 살아온 사람이 직접 보여주는 것이다. 자연은 우리만이 아닌 후손들도 살아가야 하는 곳이므로.

지속가능한 사회란 어떤 곳일까? 인간이 자연과 공존해야만 가능하다. 그럼 외지에서 몰려오는 많은 차들을 어떻게 하느냐는 문제에 대해 생각해 보자.

짧은 소견으로는 엑스포장에 차를 몇 대나 주차할 수 있을까를 생각하면 진남경기장이나 석창외곽에 주차장을 만들고 분산시켜 셔틀버스를 운행하면 될 일 아닌가.

엑스포장으로 들어가는 길은 윗길뿐 아니라 웅천으로 돌아가는 길, 아랫길, 만성리 길이 있다. 또 배를 타고 들어오는 바닷길도 있지 않은가. 좀 돌아가고 분산시키면 될 일이다. 행정하시는 분들도 고심이 많았을 줄 안다. 그러나 시민 공모 등 숲을 지키기 위한 노력을 더 했어야 한다.

지금은 기독교의 고난 주간. 2000년 전 예수께서 십자가에 못 박히시기 전 일주일간을 묵상하는 기간이다.

예수 처형에 묵인한 로마 총독 빌라도는 나와는 무관하다고 손을 씻었지만 인류는 대대로 죄없는 예수에게 고난을 준 사람으로 기억한다.

지금 김충석 시장이 이를 묵인한다면 빌라도처럼 여수 시민에게 대대로 아름다운 벚나무 숲길을 없앤 자라고 기억될 것이다. 그리고 그 벚나무들을 살리지 못한다면 나도 이 도시를 떠나겠다.


박경희 / 숲 해설가, 연등지역아동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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