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생각, 따스한 눈물, 느낄 수밖에 없는 인간적인 감동.

그 모든 것을 내게 느끼게 해준 친구에게 감사한다. 살아가는 의미를 알려주었다. 삶에 대한 강한 욕구를 새삼 가져본다. 고맙다. 친구야“

10년 전 방황하는 친구한테 빌려주고 되돌려 받은 책 표지 안쪽에 적힌 글이다. 처음 책을 접했을 때의 느낌을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작가는 가난한 소작농의 아들로 태어나 가난에서 벗어나고자 서울로 왔는데 전쟁이 터져 가족과 생이별하는 아픔을 겪었다. 미술을 공부하겠다고 일본으로 밀항해 헌책방에서 <인간 가족>이라는 사진집을 보고 인생이 바뀌었다고 한다.



작가 최민식씨는 한국 사진예술에서 리얼리즘 사진의 독보적인 존재로 평가받는다. ‘인간이 거기에 있기에 나는 셔터를 눌렀다’ 고 할 만큼 작가는 평생 가난하고, 짓밟히고, 소외된, 시대적 아픔과 삶의 무거운 짐을 진채 살아갈 수밖에 없는 서민들과 자연을 카메라에 담았다. 그 어떤 책보다 사진 한 장 한 장이 줄 수 있는 감동, 아니 아픔 자체다.



“진실한 사진이란 서민적이고 사람의 냄새가 물씬 풍기는 사진이다. 사진 예술이 현란한 색채로 아름다운 풍광만 담는 것에 그쳐서는 안 된다. 인간의 고뇌, 인간의 진실을 나타내지 않을 때는 작품이라 운운할 수 없다. 진정한 작가 정신은 곧 건강한 비판 정신이며, 진정한 사진가는 언제나 소외된 계층의 편에 서야 한다.”작가는 진정한 리얼리즘의 사진은 현실을 직시하고 현실을 보다 올바른 방향으로 돌이키려고 하는 저항 정신이라고 한다. 그 중심엔 항상 인간이 있었고, 특히 가난한 서민들의 삶을 통해 사진이 가져야 할 사명을 이야기해 왔다.



“지난날과 오늘을 보며, 우리는 우리의 삶이 지금 올바른 위치에 서 있는지 반성하고 자기의 삶을 재정립해 볼 필요가 있다. 그럼 이제 우리는 어디에 있는가? 적어도 우리 사회의 삶은 어떤 의미로는 어둡다. 우리들 모두를 지배하는 가치관의 모습은 무엇인가? 돈, 권력 등 우리의 삶은 물질적인 것에 좌우되고 있다. 무엇보다도 인간적.정신적인 가치를 높이 평가하는 풍요로운 사회가 되어야 한다.”



흑백의 사진들이 뿜어내는 깊이는 오래간다. 화려한 것들은 곧 싫증이 나기 마련이다. 물론 읽어본 독자들의 판단은 제각각이겠지만 작가의 개인적 아픔들과 시대적 아픔들이 함께 녹아 우리가 나아가야할 방향을 잡는데 보이지 않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인간과 자연이 함께 공존해야 한다는 단순한 사실을 작가는 오로지 사진으로 끊임없이 질문을 던진다.



그의 작품에서 우리 역사를 읽어낸다면 그것도 충분히 가능하다.

신채호 선생이 우리 역사를 읽다 떠올렸다는 가슴 아픈 시가 생각난다.



콩대를 태워 콩을 삶으니

콩이 가마솥 속에서 우는구나

본래는 같은 뿌리에서 나왔는데

서로 지짐은 어찌 이리 각박한가!







글/사진 최민식 /현문서가



마재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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