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여수산단 기업들에게 독한 소리 좀 해야겠다. 누군가의 손에 피를 묻혀야 한다면 내 손에 피를 묻히겠다.

지난 17일 공석인 여수상공회의소 회장을 선출하는 자리가 있었다. 현재 여수상공회의소 정관상으로는 회장 궐위 시 지체 없이 새로운 회장을 선출하게 되어 있다고 한다.

그러나 여수상공회의소는 정관을 무시하고 남은 기간 동안 GS칼텍스 강송구 전무로 하여금 상공회의소 회장을 대행하도록 했다. 이렇게 된 이면에는 산단에 있는 몇몇 공장장들의 눈부신 활약(?)이 있었다는 불길한 소식이 전해진다.

이제는 여수상공회의소까지 산단의 공장장들이 좌지우지 한다는 것에 여수사람으로서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쪽 팔린다.

여수상공회의소의 존재 이유가 무엇인가? 과거에 대한민국 3대 상공회의소 중에 하나였던 여수상공회의소가 오늘날 있으나마나 한 존재가 된 원인이 무엇인가? 언제부터 여수상공회의소가 여수산단 대기업들의 하수인으로 전락했는가? 60억인지, 70억인지 쌓아 놓은 상공회의소 기금은 뭐하라고 만들어 놨는가?

왜 여수상공위원들은 지역민의 입장을 대변하지 못하는가? 상공회의소 위원들 대부분이 산단의 기업들을 통해 먹고 살아야 하니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 식으로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없는 그 ‘어쩔 수 없음’을 이해한다.

그러나 여수가 언제까지 산단 기업들에게 끌려 다닐 것인가에 대해서는 내면적으로는 지역 중소기업인들 대부분이 생각을 같이 하고 있음을 안다.

그러면 여기서 몇 가지 묻자. 지역 중소기업인들의 대변자 역할을 해야 할 상공회의소가 왜 이러한 문제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침묵하고 있는가?

한 해 수천억원에서 수조원에 이르는 순이익을 내는 기업들이 여수산단에 수두룩하면서도 이 기업들이 지역사회에 기여하는 것은 기껏해야 집수리 봉사나 해 주고, 어린애 용돈 주듯 찔끔찔끔 기여해도 우리는 왜 아무 말도 못하는가?

울산의 기업들이 어떻게 지역사회에 기여하는지, 그리고 포항이나 광양의 기업들이 어떻게 지역사회에 기여하는지 알면서도 우리는 왜 아무 말도 못하는가?

여수지역 20세 이상 남성의 후두암, 기관지암, 폐암 등 호흡기계 암과 임파종이나 백혈병 등 혈액계 암 발생률이 전국 평균 발병률보다 훨씬 높은 도시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우리는 왜 애써 외면하고 있는가? 호흡기 관련 암과 혈액계 암 환자가 대한민국에서 여수가 유독 많은 이유는 무엇인가? 이것도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인가?

한 해 수천억원에서 수조원에 이르는 흑자를 내면서도 그 기업들은 왜 지역사회를 따뜻하게 돌아보는 것에는 그렇게도 인색한가?
날이 갈수록 왜 지역의 중소기업들에 대해서는 외면하는가? 왜 어지간한 물품은 본사에서 구입하고, 지역 경제에 대한 배려가 부족한가?

이러한 것에 대해 “당신들 그러면 안 된다”고 누가 주장해야 하는가? 얘기할만한 사람은 모두 산단을 통해 먹고 벌어먹고 있으니 입이 있어도 말을 할 수가 있나.

여수상공회의소라도 지역중소기업인들의 대변자 역할을 해야 하는데 상공회의소가 산단 대기업들의 영향 아래 있으니 누가 이런 말을 할 수가 있나.

여수시장까지 지냈고, 여수상공회의소 회장까지 지낸 막강한 사람이 부도처리까지 갈 정도면 지역 내 어지간한 중소기업들은 알게 모르게 속으로 골병이 들어가고 있음을 쉽게 짐작할 수 있음에도 왜 우리는 침묵하고 있는가?

지역 중소기업들이 속으로 골병이 들어가고 있는데 여수시는 뭐하고 있는가? 언제까지 주구장창 박람회 타령만 할 것인가? 박람회 3개월이 시민들 밥 먹여 주는가?

수조원이 투자된다는 박람회 건설 현장에 지역 중소기업들은 과연 얼마나 참여하고 있는가? 돈을 눈앞에 두고도 지역 중소기업들은 왜 손가락만 빨고 있는가?

지역 중소기업들은 하루하루가 살얼음판인데 왜 이러한 문제에 대해 여수시는 인정머리 없이 그렇게도 외면하고 있는가? 이러한 것을 볼 때마다 쪽 팔려서 할 말이 없다.

김충석 시장은 왜 밖으로만 도는가? 기업 관계자들을 불러 “당신들 그러면 안 된다”고 왜 말을 못하는가? 똑같은 조건이면 지역의 인재들을 채용해 주고, 똑같은 조건이면 지역 기업에게 일을 주고, 똑같은 조건이면 지역에서 물품을 구입해 달라고 왜 말을 못하는가?

지역상공회의소 회장자리 조차도 왜 산단 관계자들이 좌지우지해야 하는가? 여수사람들은 이런 것에 대해 왜 침묵하는가? 여수에 인물이 없다는 말은 아프지만 그리 틀린 얘기는 아니다. 그러나 언제까지 그 타령만 할 것인가?

여수도 이제 인물에 대한 물갈이가 있어야 할 때다. 무식하고 용감한 사람들이 대장 노릇하는 도시가 아니라 모든 분야에 걸쳐 물갈이가 되어야 할 때다. 한번 자리에 앉으면 엉덩이에 곰팡이가 슬 정도로 오래 앉아 있는 정체된 이 도시에 새로운 바람이 불어야 할 때다. 사람 키우는데 너무나 인색한 도시가 아니라, 누군가 클만하면 두드려 패서 아예 싹을 잘라버리는 야박한 도시가 아니라 이제부터라도 새로운 인물을 키워야 할 때다.

여수산단도 반성하고, 여수시도 반성해야 한다. 더불어 우리 시민 모두가 정신 똑바로 차려야 한다. 지금 이 도시는 웃고 즐길 때가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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