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년이 넘은 여수시청 앞 시위를 보면서 -



오늘도 어김없이 여수시청 앞에서는 확성기 소리가 귀를 때린다. 이렇게 시위가 거의 매일 반복된 지 1년이 훨씬 넘었다.

지난 해 여수시청 앞 도로변은 전국에서 가장 많은 시위가 벌어진 곳으로 오명을 떨쳤다. 언론에도 크게 보도 되었다. 한 해 동안 총 322회, 연중 거의 쉬지 않고 시위를 했다는 것인데, 2012세계박람회를 통해 국제도시로 나아가고 있는 여수시로서는 참으로 불명예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이대로라면 작년에 이어 올해도 전국 최다 집회․시위도시라는 달갑지 않은 이름이 여수시민 전체에 뒤집어 씌워질 것 같다. 지금도 거의 매일 시청 앞에는 자신들의 요구를 관철시키기 위해 다른 사람들의 피해에는 아랑곳 않고 확성기를 틀어대고 있으니 말이다.

필자가 알기로 과거 여수시는 수 십년 동안 이렇다 할 시위가 없는 산업평화 도시였다. 그러던 것이 언젠가부터 점점 시위가 많아지고 더러는 격렬한 시위도 있었다. 주로 큰 시위가 하나 둘 늘어나기 시작한 것은 2000년대 초반에 들어오면서부터가 아닌가 한다. 여수산단의 대기업, 건설업 노조, 시내버스 노조 등 격렬한 시위와 그에 따른 파업도 점점 많아졌다.

시위는 정당한 요구와 절차를 거쳐서 하되 서로 한 발짝씩 양보하는 자세를 가질 때, 원만하게 해결되지만 억지를 쓰면 결코 목적을 달성 할 수 없다. 또한 시위에는 주장에 합당한 명분도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시민들이 공감할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언젠가부터 집단의 힘을 빌려 억지로 자신들의 요구를 관철하려고 하는 문화가 자리 잡은 것 같아 안타깝다. 오죽하면 헌법위에 ‘떼법’이 있다는 우스갯소리까지 생겼겠는가?

정당한 요구는 필요하고 또, 그 요구를 법령의 테두리 안에서 제기하는 것은 국민의 권리다. 파업도 법령이 인정하는 국민들의 요구관철 수단의 하나이다. 그래서 집회나 시위, 파업이 무조건 비판받아야 할 이유는 없다. 아니 오히려 민주국가에서는 정당하다면 적극적인 보장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명분 없이 시민들의 지지를 받지 못하면 목적달성은커녕 비난을 면치 못할 것이다.

지금 시청 앞 시위를 보자. 이 시위는 명분도 약하고 불특정 다수의 시민들에게 심각한 불편을 주고 있기 때문에 문제다.

시청이 어떤 곳인가? 특정 이해관계가 있는 사람들만 전유물처럼 사용하는 공간이 아니다. 시청은 시민 모두의 재산이고 시민 누구나 이용하는 공공서비스의 핵심적 장소다.

여기에다대고 매일 확성기를 틀어서 시청을 이용하는 시민들이 불편을 겪고, 시청에서 하루 종일 일하는 공무원들은 소음스트레스로 업무를 제대로 수행하기 힘들 정도다.

소음 때문에 옆 사람의 말도 알아듣기 힘들어 회의를 제대로 할 수가 없고, 요즘처럼 날이 더워 창문을 열어 놓으면 업무방해는 물론, 스트레스 때문에 병원신세를 져야할 정도다.

시청 주변 상가와 주택가의 시민들은 어떤가? 하루 이틀이 아니고 연중 일상화 된 확성기 소리에 얼마나 많은 영업상의 손실과 스트레스를 겪고 있는가? 누가 이 많은 시민들과 공무원들에게 이런 불편을 수용하도록 강요할 권리가 있단 말인가?

법망을 피해서 사람들을 고통 속으로 몰아넣는다면 그런 시위는 시민들로부터 외면을 당할 것이다. 시민들의 인내에 한계가 오기 전에 지금 당장이라도 끝내야한다.

다시 한번 말 하건데 시위는 합법성의 테두리 안에서 해야 하고 합당한 명분도 있어야 한다. 그렇게 하면 시민들이 시위에 공감하고, 박수치고 격려할 것이다.

고생한다고 물 한잔이라도 건넬 것이다. 그러나 생업에 지장을 주고 불편을 주는 시위는 격려는커녕 뒤에서 손가락질 할 것이다. 이런 시위는 시민의 마음을 살 수 없어 종국에는 실패하게 돼있다. 주민들의 마음을 살 수 없기 때문이다.

시청 앞 시위뿐만 아니라 종종 벌어지는 다른 시위들을 보면서 생각나는 게 있다. 첫째, 1차적으로 이해당사자들끼리 허심탄회하게 만나 대화와 타협을 통해서 문제를 해결하려는 자세와 상대방을 설득하려는 진심어린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이다.

무조건 시청으로 와서 기자회견하고, 시설물을 점거하고 업무를 방해하는 것은 자신들의 1차 당사자를 배제하고 시청을 압박해서 목적을 달성하려는 것으로 정당하지 못할뿐더러 떳떳하지도 못한 행동이다.

둘째, 이 사회에서 자신보다 더 약자에게 사랑과 관심과 배려가 있어야한다. 이제까지 나보다 더 약자에게 권력으로 군림하다가 자신보다 강자가 나타나니까 내가 약자라고 지나치게 과장하며 집회와 시위로 의사를 관철하려는 것도 올바른 행동은 아니다.

그들의 입장을 무조건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것이 아니다. 주장을 제기하는 방법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말하는 것이다.

지금 여수시는 유사 이래 최대의 기회를 맞고 있다. 2012여수세계박람회! 천년에 한번 오기도 힘들 이 기회가 이제 320여일 남았다.

시민 모두가 한마음이 되어서 준비해도 부족한 예산과 촉박한 준비기간 때문에 힘든 상황이다. 이런 때에 ‘전국 제1의 집회․시위 도시’라는 오명은 써서는 안 된다. 우리 시민 모두 깊이 생각해 봐야할 문제이다.



김동석 여수시 홍보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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