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은 지금 휴가철을 맞아 계곡, 바다, 산 할 것 없이 휴가를 즐기는 사람들로 북적댄다.



한쪽에선 폭음, 한쪽에선 폭우가 쏟아지는 기이한기상변화지만 사람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생활전선에서 잠시 벗어나 재충전의 시간을 갖기 위해 짜증나는 더위에도 피서지로 몰려간다.



한두 해 전만해도 홀로 배낭을 메고 산과 계곡을 돌아다녔지만 더위에 지친 몸을 이끌고(피서 끝나면 몸이 더 지친다) 다니기 싫어 이젠 도서관가서 에어컨 바람 쐬면서 책을 읽는다.

최소한의 경비로 보고 싶은 책을 맘껏 읽을 수 있음에 옛 선비들의 피서법이 부럽지 않다.

그러나 이미 계곡이나 바다로 휴가가 계획되어 있다면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책 한권 들고 가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오늘 소개하고자 하는 책은 일단 두께가 얇다.

<홍길동전>의 저자 허균의 <한정록>을 대본으로 김원우씨가 현대적 감각으로 엮은 책이다.

중국의 고서들을 보면서 예전 선비들의 한적한 삶의 모습에서 자신의 취향에 맞는 이야기들은 손수 가려 편집한 일종의 독서노트라 할 수 있다. 세속을 떠나 숨어사는 사람들의 이야기와 고상한 생활을 한 사람들의 일화, 그리고 벼슬을 물러난 뒤 한가롭게 살다간 이야기, 산천을 두루 보아 정신을 수양하는 이야기 등이 담겨 있다.



하루하루를 바쁘게 살아가면서 자신을 망각한 채 살아가는 나날의 반복에서 차분한 성찰의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에서 몇구절을 싣는다.



송나라 조사서(趙師恕)가

"나에게는 평생 세 가지 소원이 있습니다.

그 첫째는 이 세상 모든 훌륭한 사람을 다 알고 지내는 것이요,

두 번째 소원은 이 세상 모든 양서良書를 다 읽는 일이요,

세 번째 소원은 이 세상 경치 좋은 산수를 다 구경하는 일입니다"라고 하였다.

이에 내가 말하였다.

"다야 어찌 볼 수 있겠소.

다만 가는 곳마다 헛되이 지나쳐버리지 않으면 됩니다.

무릇 산에 오르고 물에 가는 것은 도道의 기미機微를 불러일으켜 마음을 활달하게 하니 이익이 적지 않습니다."

그러자 그가 덧붙여 말하기를,

"산수를 보는 것 역시 책 읽는 것과 같아서 보는 사람 취향의 고하를 알 수 있습니다"라고 하였다.

- 학림옥로 -





입속에는 말이 적게,

마음속에는 일이 적게,

밥통 속에는 밥이 적게,

밤이면 잠을 적게,

이대로 네 가지만 적게 하면 신선도 될 수 있다.

-현관잡기-





허균/솔





마재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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