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동계올림픽 개최지로 강원도 평창이 확정되었습니다. 늦은 밤, 삼삼오오 모여 최종 발표를 기다리던 평창군민들의 초조함을 보았습니다.

개최가 확정되자 기쁨으로 환호하는 평창군민들도 보았습니다. 그리고 그들의 눈에 흘러내리는 감격의 눈물도 보았습니다.

그 눈물은 우리에게 낯선 눈물이 아닙니다. 박람회 개최가 확정되던 4년여 전, 우리 시민들이 흘렸던 그 눈물 그대로였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그 때 믿었습니다. 이제 우리는 잘 살게 되었다고.. 여수인구가 40만을 넘어 50만이 될 거라고..

후손들에게 이 지긋지긋한 가난을 물려주지 않아도 될 거라고... 도심에는 고층빌딩이 들어서고, 사람들의 얼굴에는 웃음꽃이 피게 될 거라고... 그래서 이제는 우리의 꿈이 실현될 날만 남았다고...
불과 엊그제 같은 그 때에 우리는 그렇게 눈물을 흘렸습니다.

그러나 지금, 여러분의 살림살이는 좀 나아지셨습니까? 박람회는 여러분의 마음속에 지금 어떤 의미로 다가오고 있습니까?

어제 독자에게서 이런 전화가 왔습니다. 박람회가 여수에서 개최되는 것 맞냐고... 우리 시민들은 지금 뭘 해야 하냐고... 우리가 이렇게 손을 놓고 있어도 되는 것이냐고...

독자의 이 말이 많은 시민들의 심정을 그대로 대변해주고 있는 것 같습니다.

누구나 박람회를 성공시켜야 한다고 얘기들을 하지만, 우리가 무엇을 어떻게 해야 박람회를 성공시킬 수 있는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얘기해 주는 사람은 없습니다.

기관은 기관대로.. 사람은 사람대로.. 머리는 머리대로, 손은 손대로, 발은 발대로 각각 따로 노는 모습을 보면서 시민들은 이렇게들 얘기합니다.

“즈그들이 알아서 잘 하겠지...”
이렇게 남의 동네 불구경하듯 시민들은 점점 구경꾼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4년 전, 뜨거운 햇빛 아래에서 박람회 실사단을 3시간 이상 기다리면서도 인상 한 번 쓰지 않던 여수 시민이었습니다.

실사단이 지나가는 길목마다 고운 한복 갈아입고 “꼭 개최할 수 있게 해주세요... 여수는 박람회가 꼭 필요해요..:” 목청껏 외쳤던 시민들의 열정과 눈물도 이제는 사라지고 없습니다.

길거리에 휴지 하나 굴러다니지 않게 했던 우리의 순수했던 마음도 이제 간 곳이 없습니다. 지금 시민들 가슴에는 오직 고요한 적막만이 남아있을 뿐입니다.

그 간절했던 우리의 열정은 모두 어디로 갔습니까? 누가 우리를 이처럼 가라앉게 만들었습니까?

우리가 비록 말은 비판적으로 하지만 이 도시에 애정을 갖지 않은 시민이 어디 있겠으며, 박람회를 성공시키고 싶지 않은 시민이 어디 있겠습니까.

여수는 10여 년이 넘도록 오직 박람회 하나에 도시의 온 힘을 쏟았던 도시입니다. 그동안의 험난한 여정을 끝내고 이제 우리는 햇살을 마주하려 하고 있습니다.

그 세월에 서려 있는 역경을 우리가 어찌 말로 다 형언할 수 있겠습니까. 도중에 못된 시장만나서 우리 얼굴에 오물을 뒤집어쓰기는 하였지만, 지금도 덜떨어진 정치인들 때문에 부끄럽기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시련에 겨워 흐트러진 우리의 마음을 다잡아야 할 때입니다.

여수에 박람회가 개최된다고 하여 우리의 꿈이 이루어지는 것은 결코 아닐 것입니다. 박람회는 단지 우리에게 미래의 꿈을 펼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뿐이기 때문입니다.

300여일 남은 박람회입니다. 이제 우리는 옷깃을 여미고 그 옛날 뜨겁고 순수했던 그 때의 초심으로 돌아가 새로운 미래를 준비해야 할 때입니다.

우리의 가슴에 흐르는 여수의 역사와 문화, 그리고 정신을 온전히 가다듬어야 할 때입니다.

우리 가슴에 꺼져가는 불씨를 우리 스스로 되살리고, 이제는 중앙정부 탓하지도 말고, 조직위도 탓하지도 말고, 그들은 그들이 해야 할 일이 있듯, 우리는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부터 차분히 준비하는 그러한 우리가 되어야 할 때입니다.

비록 우리의 도시 수준이 세계적인 도시에 비해 객관적으로는 조금 떨어질지는 몰라도 여수를 찾은 사람들에게 세계에서 가장 때 묻지 않은 도시, 세계에서 가장 순박한 도시, 세계에서 가장 친절한 도시, 세계에서 가장 열정적인 도시, 세계에서 가장 착한 시민들이 사는 도시를 경험하게 해주면 되는 것입니다.

시간은 흘러가는데 이렇게 마냥 손을 놓고 있을 것이 아니라 우리는 지금 그러한 준비를 해 나가야 할 때입니다.

박람회 기간 동안 몇 명의 관광객이 오느냐가 박람회 성공의 기준이 아니라, 몇 명이 오더라도 우리가 그분들에게 무엇을 보여주고, 어떤 감동을 주느냐가 박람회 성공의 잣대가 되기 때문입니다.

시민들은 언제라도 옷깃을 여밀 준비가 되어있는데, 박람회 관계자들께서는 잘 좀 해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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