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는 유구한 역사에 비해 최근 2~30년 동안 지나친 공업도시로 편향되게 발전해 왔다고 할 수 있겠다.

그 결과 여수의 산업화, 공업화는 일정 수준에 도달했지만 상대적으로 여수의 유구한 역사와 문화는 제대로 가꾸지 못한 채 오늘에 이른 것도 사실이다.

그러다 보니 시민들 가슴에 애향심이라든지, 이 땅에 대한 자부심이라든지, 사람을 사랑하는 마음이라든지 하는 정서적 안정감은 대체로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공업화로 인해 얻은 것도 많지만 잃은 것도 그에 못지않게 많다는 뜻이다. 이제라도 도시발전에 대한 새로운 패러다임의 마련이 필요한 이유다.
도시의 외형적 발전도 중요하지만 전통과 문화가 바탕이 되지 않은 도시발전은 더 이상 도시의 장기적 발전을 도모할 수 없기 때문이다.

여수는 지금 해가 갈수록 도시인구가 줄어든다고 난리다. 문제가 있으면 원인이 있기 마련이다. 인구가 줄어들면 줄어드는 이유가 있기 마련이다.

현재로서는 줄어드는 도시 인구를 갑자기 멈추게 하거나 도시 인구를 획기적으로 늘일 수 있는 마땅한 유인책도 없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 작지만 강한 도시를 추구하는 것이다. ‘토목·건축’에서 ‘교육·문화’로 도시정책의 방향을 옮겨야 하는 것이다.

더불어 소비, 상업, 유흥의 도시 이미지를 버리는 것이다. 무미건조한 회색빛 도시에서 문화와 예술을 가미한 '사람 중심의 도시'로 탈바꿈하는 것이다.

1년이면 수천억 원의 예산으로 콘크리트를 덧칠하는 도시가 아니라 도심에 나무를 심고, 숲을 조성하고, 문화와 예술을 장려하고, 자녀교육에 힘쓰는 지적인 도시로 바꾸는 것이다.

우리 도시를 그렇게 바꿔야 하는 이유가 있다. 시민들이 그것을 바라기 때문이다. 우리 후손들이 역사와 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여수를 더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어느 도시나 도시의 미래 기본계획에서는 친환경도시, 산업도시, 과학도시, 문화도시, 첨단도시, 전원도시라는 용어가 빠지지 않는다.

여수시도 예외는 아니다. 이미 작성해 놓은 미래 비전을 보면 문화도시, 친환경도시, 관광도시, 교육도시, 해양도시, 지식 기반도시 등 화려한 단어는 빠짐없이 다 들어가 있다.

그러나 이 도시가 애초 계획대로 발전하고 있다는 확신은 어디에도 없다. 도시의 장기 목표가 수시로 흔들리니 중간 점검을 하는 사람도 없고, 중간점검을 하자는 사람도 없다.

그러다 보니 이 도시에는 ‘무슨 심포지엄, 무슨 토론회...’ 하면서 실천 의지도 없고 성찰도 없는 미래도시 담론만 난무하는 모습이다.

도시가 가용할 수 있는 재원과 부지는 지극히 한정되어 있다. 그런데 누구는 산업도시를 만들자고 하고, 누구는 친환경 도시를 만들자고 한다.

한쪽에선 해안선을 훼손하는 개발행위를 계속하면서 다른 한 쪽에선 자연환경을 보전하겠다고 한다. 한쪽에선 산을 깎아 회색빛 고층 아파트를 건축하면서 다른 한 쪽에선 전원도시와 생태도시를 만들겠다고 한다.

앞뒤가 맞지 않는 이 모든 행위는 결국 대책 없는 사람들에 의한 허망한 욕심일 뿐이다. 사람이 바뀌고 정권이 바뀌면 이 모든 것은 한 순간에 날아갈 허상일 뿐이다.

대개 도시의 미래 담론은 이렇게 유토피아 이미지를 토대로 그려진다. 그러한 미래가 가져올 문제점이라든지 우리가 무엇을 대비해야 하는지에 대한 성찰은 찾아보기 어렵다.

그러한 도시를 만들기 위해서 우리가 어떤 것을 희생하고, 어떤 것을 수용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고민도 없다. 그냥 밀어붙이면 되는 것이다.

그 좋은 예가 수천억원이 들어간 이순신광장, 웅천인공해수욕장, 웅천생태터널, 문화의 거리, 야간경관사업 등 소모성 사업이다.

모두가 애초에 없던 것을 즉흥적으로 계획하여 일사천리로 밀어붙였다가 지금은 대개가 애물단지가 된 사업들이다. 그 돈만 수천억원이다.
그 수천억원의 그 돈을 우리가 오롯이 여수의 교육과 문화에 투자했다면 지금 여수는 대한민국에 빛나는 여수가 되었을 것이다.

이러한 실수를 우리가 다시는 반복하지 않을 자신이 있는가? 솔직히 말하자면 자신이 없다.

아무리 반대해도 시장이 밀어붙이고 시의원이 승인하고, 공무원이 밀어붙이면 막을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그동안 뼈저린 경험을 통해 내가 체득한 경험이다.

그렇다고 해서 앞으로 포기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필요한 때, 필요한 입을 가지고 다시 얘기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제 이 글을 마무리해야 한다. 오늘날 우리 여수는 새로운 도전에 직면해 있다. 그 도전은 도시는 급속한 산업화가 진행되고 있는데도 지속적으로 인구가 감소하는 아이러니와 그 궤를 함께 한다.

도시가 산업도시로 변해가면 일자리가 늘어나야 하고, 일자리가 늘어나면 도시인구가 늘어야 하는데 산업의 규모는 커 가는데 반해 인구는 계속해서 줄어들기 때문이다. 이는 결국 여수의 산업화가 여수를 먹여 살릴 수 있는 한계점을 이미 넘어섰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제 여수의 성장 동력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 할 시점에 온 것이다.
박람회를 위해 살아온 10여년 동안 우리가 잊고 살았던 것도 적지 않다는 것을 우리는 이제라도 인식해야 한다.

지금처럼 이 도시가 땅을 팔고 떠나겠다는 사람, 보상금을 받고 떠나겠다는 사람, 지역에 거주하지 않으면서 이 땅에서 사업만 하는 사람, 인근 도시에서 출퇴근하는 사람, 자녀교육 때문에라도 떠나겠다는 사람이 많은 도시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지금부터라도 너나할 것 없이 정신 똑바로 차려야 한다.

우리가 지금처럼 쭉 살지 않기 위해서는 이제 새로운 선택을 해야 할 시점이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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