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의 명물인 만성리 해수욕장은 10년 전만 해도 길이 540m의 해변에 검은 모래가 깔려 있었다. 전국에서도 희귀한 검은 모래는 모래찜질 시 신경통이나 관절염, 피부미용 등에 좋다고 알려지면서 피서 철이면 전국에서 찾아온 인파로 크게 북적였다.

최근 수년 사이 만성리 해수욕장의 검은 모래는 거의 절반가량이 유실되어 황량한 모습으로 변모하였고, 검은 모래가 사라지면서 만성리 해수욕장을 찾는 관광객도 크게 감소했다. 심지어 여수 시민들도 발걸음이 끊어져 여느 때 같으면 진작 개장해 인파가 북적여야 할 지금, 해수욕장은 텅 비어 한산하기만 하다.

만성리 해수욕장은 서서히 자취를 감추며 없어지고 있다.

전남대학교 해양시뮬레이션센터의 분석에 따르면, 2003년 태풍 매미로 방파제가 파손되자 만성리 입구 쪽에 길이 186m의 방파제와 63m의 물량장을 조성하면서 검은 모래가 유실됐으며 최근에는 자취를 거의 감추다시피 하였다. 이는 당시 방파제를 설치하면서 해류이동에 대한 시뮬레이션이나 기타 과학적인 검증 없이 방파제를 만들어 검은 모래가 빠져나간 것으로 분석된다.

여수 시민이라면 만성리 터널을 걸어서 해수욕장을 찾았던 추억을 지금도 간직하고 있을 것이다. 지금은 사라진 만성리 역에는 여름마다 전국의 인파가 몰렸었고, 검은 모래 해수욕장은 수만 명의 피서객으로 들썩이던 그 시절. 아름답던 추억의 저편으로 놓아 버리기엔 그 경제적, 문화적 가치가 매우 크다.

지리적으로도 만성리 해수욕장은 바로 앞에 탁 트인 남해를 두고 있어 우수한 조망 권을 확보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천연의 검은 모래사장은 대단히 매력적인 조건으로 타 지역과 분명한 차별화 포인트가 되어 경쟁력이 있다 하겠다. 실제로 일본 남 큐슈에서는 검은 모래찜질 욕과 온천을 상품화하여 한국의 관광객을 유치하고 있다.

유실된 검은 모래사장을 다시 조성하는 대책이 최우선적으로 시행되어야 한다. 철저한 검증과 계획적인 마스터플랜을 수립하여 해수욕장을 원래의 모습으로 되돌려야 할 것이다. 근시안적인 단기 계획이 아닌, 해변을 살릴 수 있는 실질적인 대책이 시행될 수 있도록 민, 관, 학의 연대가 필요하겠다.

단순히 해변을 예전의 모습으로 되돌리는 것 뿐 아니라 여수시의 관광 자원으로서 활용하기 위한 계획이 함께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여수시는 내년 여수엑스포 개최를 앞두고 도시 기반시설 구축이 한창 진행 중이며, 예술문화공원과 해양관광단지 등 레저문화 관광단지를 조성하고 있다. 이번 해양 엑스포는 만성리 해수욕장을 알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다. 현재 진행 중인 사업과 연계하여 여수 관광의 큰 한 축이 될 수 있도록 육성해야 한다.

엑스포 준비를 위한 교통 인프라 구축 사업으로 여수~순천간 자동차 전용도로, 순천~완주간 고속도로 등 주요 도로와 전라선 KTX 개통이 이루어져 교통 환경은 한층 편리해진다. 만성리 해수욕장 또한 KTX 열차가 만성리 옆을 경유하게 되어 관광객의 접근성이 높아지게 될 것이다.
만성리 해수욕장은 검은 모래 이외에도 개발 가능성이 높은 주변 환경을 근거리에 두고 있다.

만성리 터널은 타 지역에서는 볼 수 없는 이채로운 환경으로 개발 여하에 따라 독특한 볼거리로 조성할 수 있을 것이다. 오동도와 아름다운 남해의 섬을 바라보는 해변의 벼랑길을 거닐 수 있는 둘레 길을 조성한다면 어떨까? 만성리 환승주차장에서 바다의 경관을 바라보며 엑스포장까지 도보로 가는 낭만적인 산책로가 될 것이다. 입지적 특성과 주변 시설에 대한 연계 등을 조금만 깊게 고민해본다면 발전 가능성은 무한하다고 본다.

체계적인 개발에 의한 많은 예산 투입으로 말이 많았던 웅천 인공 해수욕장은 개발 초기 그 성공 여부를 단언할 수 없었다. 지금은 정돈된 주변 환경과 편리한 야영지 조성으로 여수의 새로운 명소로 부상하였고, 수많은 시민들의 휴식처가 되어 가족끼리, 연인끼리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장소가 되었다.

물론 모래 유실 등 당면한 문제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제한된 환경 조건을 어떻게 개발하느냐에 따라 사람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웅천 인공 해변은 만성리 해수욕장에 그 시사하는 바가 크다.

천혜의 자연조건을 지닌 만성리 해수욕장은 한려해상 관광권역의 큰 축이 될 자질을 갖추고 있다. 여수 시민의 관심과 사랑으로 쇠락한 해변을 되살리고 관광 사업의 첨병으로서 그 위상을 드높일 수 있도록 해야 하겠다.


윤문칠 전남도 교육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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