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의 공기 속에는 어떤 보약이 들어있나--------



하늘이 시커멓다. 산단에서 품어져 나온 검은 연기 때문이다.

우리지역은 어느 때부터인지 ‘산단기업은 건들면 안 된다’는 불문률 같은 것이 횡행하고 있다.



마치 거대한 공룡 대하듯 산단기업들을 대할 때는 모두가 조심스럽기만 하다. 비난이라도 할라치면 ‘지역경제 운운...’에 목소리는 기어들어 간다. 여수시나 지역사회단체 운영의 적지 않은 돈줄을 산단기업들이 쥐고 있기 때문일 수도 있다.



지역의 많은 단체가 행사만 있으면 산단 기업들에게 손을 벌린다. 또 많은 단체들이 100만원, 200만원 때문에 상처만 받고 돌아오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러나 지금까지 적지 않은 지원금을 받아썼고, 앞으로도 많은 지원을 받아야 할 수많은 단체들은 할 말이 있어도 입을 닫기 마련이다.



산단기업들도 이에 대해서 적지 않은 불만들이 터져 나오고 있다. 이러한 표현 써도 되는지 모르겠지만 속칭 ‘개밥’이라는 표현까지 쓰는 기업도 있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이것은 시민들의 자존감과도 직결되는 문제이다. 기업들은 기업들대로 적은 사회비용으로 큰 비용을 줄일 수 있으니 결코 밑지는 장사는 아닐 것이다.



진즉부터 이 문제를 신문사에 얘기해 왔던 시민 최 모씨는 “이제는 바뀔 때가 되지 않았느냐?”고 시대의 조류를 얘기한다.



이렇게 우리 사회는 각자에게 주어진 역할이 있다. 누군가는 신랄한 비판을 하고, 또 누군가는 그것을 다독이면 된다. 비판은 신문이 하고, 다독이는 것은 시민들의 몫이다.



그래서 신문은 힘들지라도, 그 혜택이 시민들에게 돌아오면 신문은 주어진 역할을 다 한 것이다. 오늘도 힘든길이지만 그 길을 간다.큰 사고를 당한 기업들에게 이러한 글을 남기게 되어, 참으로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이 글을 쓴다.



---------잊고 살지만 잊어서는 안 되는 진실----------

지금도 저녁이나 새벽녘에 무선지역을 가면 케케한 냄새가 코를 찌른다. 이것이 무슨 냄새인지는 모른다. 화장동에 사는 정 모씨는 "오랫동안 맡아 온 냄새라 이제는 옆집 밥 태우는 냄새거니 한다"고 이 냄새들에 무감각하다.



지난 96년 KIST (한국과학기술연구원)는 2년 4개월에 걸친 조사 끝에 여수산단이 사람 살기에 부적합한 곳이라는 극단적인 보고서를 낸 적이 있다.



그리고 그 당시 환경부 조사 결과에서도 여수산단에서 대기에 배출한 휘발성 유기화합물에 의해 여수가 전국 최고의 암 발생 가능지역이라는 충격적인 내용도 그 속에 담아 놓았다.여수 인구 1만 명당 23명이 암에 걸릴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그 수치는 미국 환경보호청 기준의 2,300배에 달하고, 세계보건기구 기준의 230배에 이르는 충격적인 수치였다.세계보건기구는 전세계에서 한 해 120만 명이 폐암으로 사망하며, 이 가운데 6만 2000 명은 대기오염에 의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미국암학회 암예방 조사 대상으로 등록한 성인 50만명을 추적한 미국 브리검영대학과 뉴욕대학의 연구진도 대기오염 물질과 폐암 사망률 사이에 상당한 상관관계가 있다고 보고했다.



공기㎥당 미세먼지가 10㎍ 증가하면 폐암 사망자 수가 8% 늘어난다는 것이다. 또 단국대 권호장 교수와 서울대 조수헌 교수팀의 조사에서도 미세먼지 오염과 심장병 환자의 사망률이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발표하였다. 이러한 대기오염은 호흡기뿐 아니라 순환계에도 지장을 준다.



한양대 이종태 교수 등이 급성 뇌경색에 의한 사망률을 조사한 결과 먼지. 아황산가스. 오존 등 대기오염이 심해지면 뇌경색 사망률이 3~6%포인트 높아진다고 발표했다.



뇌졸중의 하나로서 뇌혈관이 막힐 때 발생하는 뇌경색은 대기오염 물질이 인체 내 혈액의 응고성을 높이고, 혈액순환을 방해하는 것으로 분석된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하였다.



2002년 발표된 인하대. 한양대 등 국내 대학팀과 미국 하버드대 공공보건대학과의 공동 연구에서도 뇌졸중으로 인한 사망자 수와 대기오염 간에 높은 상관관계가 있음을 발표하였다.



임신부가 높은 농도의 아황산가스. 먼지 등에 노출되면 조산하거나 저체중아를 출산할 가능성이 커진다는 내용도 보고되었다.



지난해 미국 컬럼비아대 연구팀은 PAH에 심하게 노출된 임신부가 낳은 아기는 노출이 심하지 않은 여성이 낳은 아기에 비해 체중이 평균 9%, 머리둘레가 2% 작았다고 보고했다.



하버드대 공중보건학과 연구팀도 미세먼지 오염이 증가하면 유아 사망률이 최고 40%포인트 증가하는 사실을 확인했다. 또 전체 유아 사망의 11%가 미세먼지가 원인이라고 추정했다.



지난 30년 이상을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 하나로, 묵묵히 이를 감수한 여수시민은 반복되는 이러한 사고들을 접하면서 ‘여수산단이 과연 누구를 위한 산단이어야 하는가’를 이제 묻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어차피 신문이야 춥고 배고픈 길이니 고픈 배 주려잡고서라도 할 소리는 해야 하겠다.



지난96년 KIST(한국과학기술연구원)의 여천산단 환경조사보고서 내용이 한 언론에 의해 밝혀지면서 우리지역의 공해문제가 터져 나왔다. 당시 보고서는 여수산단 주민들의 발암 위험이 우리나라 연평균 발암률 보다 27.5% 높다고 밝혔다.



이 조사 보고서를 보면 여수산단은 벤젠, 포스겐, 에칠렌 등 각종 유해물질 678종과 톨루엔, 카드뮴 등 유독물질 41종을 취급하고 있다고 했다. 지난 99년, 대표적 발암물질인 벤젠의 전국 배출총량 124만kg 가운데 34만kg을 여수산단 기업들이 대기에 내보내, 전국 공단 중에서 가장 많이 배출한 것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A급 발암물질인 벤젠으로 인한 발암노출 가능성은 10만 명당 5.3명으로 미국 연방환경청이 지정한 모든 발암물질을 합친 것보다 53배나 초과한 양이다.



지금은 오염물질이 많이 줄었다고 산단기업들은 항변하겠지만 산단에 근무한 근로자들이나 시민들은 그때까지 그러한 환경 속에서 살아왔던 것이다.



이 보고서에는 또 대표적 환경호르몬 물질인 비스페놀A는 국내전체 제조 취급양의 반 이상을 여수산단이 다루고 있으나 이에 대한 조사는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밝히고 있다.



그럼에도 아직 어느 곳에서도 기업별 공해 배출량에 대한 자료를 찾아보기 힘들다. 광양만권 환경영향보고서에 의하면 96년과 비교해 2011년에는 아황산가스 97%, 질소산화물 173%, 분진110%, 일산화탄소 183 %, 탄화수소 92%가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래서 그러한지는 몰라도 우리 주위에는 유달리 암 환자가 많다. 이는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사실이다. 보이지 않는 곳으로부터 다가오는 죽음의 공포가 화면 속의 검은 연기를 타고 우리들 곁으로 전해져 온다.

박완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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