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시민, 학부모, 공무원들을 상대로 강의할 기회가 많다. 강의를 할 때마다 강의 시작 전에 빠짐없이 하는 것이 있다. 바로 시민들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다.

설문 내용은 “여수의 각 분야별 평가를 어떻게 하시겠습니까?”라는 질문으로 시작된다. 그리고 여수의 정치, 경제, 교육, 문화예술 분야에 대해 각각의 평가를 내려달라고 부탁한다.

총 430명의 시민에게 설문지를 받았다. 평균 점수가 몇 점이나 나올 것인지 궁금했다. 남녀노소, 일반시민, 공무원... 층들이 다양하니 샘플분포 또한 괜찮았다.

100점 만점에 전체 평균을 냈다. 그 결과, 정치는 52점, 경제는 63.5점, 교육은 52.42점, 문화예술 분야는 57.57점이 나왔다.

내 아이가 학교 시험에서 이와 같은 성적을 받아왔으면 부모인 우리는 참 기가 막혔을 것 같은 그런 점수다.

그 다음 질문으로는 여수 인구가 지금 몇 명인 줄 아시냐고 묻는다. 대부분의 시민이 30만명 선으로 안다.

지금 여수 인구가 29만 3천명 선이 무너지고 29만 2천명 선으로 내려 왔다는 사실은 대부분 모른다.

인구가 줄어들면 도시경제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까도 묻는다. 인구가 줄어든다는 것은 한마디로 경제활동 전반에 걸쳐 치명적인 영향을 끼친다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인구가 줄면 도시 전체 구매력이 줄어들기 마련이다. 그렇게 되면 도시의 시장경제가 위축될 수밖에 없다.

이처럼 도시의 인구감소는 경제의 양면, 즉 수요와 공급 모두를 위축시키기 때문에 경제활동 자체가 둔화될 소지가 크다.

더구나 여수는 젊은 층의 인구 유출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젊은 층이 이탈한다는 것은 도시가 늙어간다는 불길한 징조이기도 하다.
도시의 인구 감소는 노동력 감소와 경제성장률 둔화로 이어지면서 총체적인 도시의 위축을 예고하기에 심상치 않다.

그러면 이처럼 여수의 인구가 줄어드는 원인은 무엇인가? 우선은 여수에 먹고 살 만큼의 충분한 일자리가 없기 때문이다.

장치산업 위주인 여수산단의 고용률은 이제 포화상태다. 시설은 거듭해서 늘어나는데 비해 신규고용은 더 이상 늘어나지 않는 악순환이 수년째 반복되고 있을 뿐이다.

이렇게 일자리가 부족하다 보니 여수의 젊은이들이 직장을 찾아 다른 도시로 떠나게 되고, 이러한 현상은 갈수록 여수의 미래를 쪼그라들게 만들고 있다.

수년째 이러한 현상이 되풀이 되고 있음에도 우리는 이러한 일자리 부족을 상쇄할 만한 양질의 교육환경이나 문화환경 등을 보완하는데 게을렀던 것도 부인하기 어렵다.

이러한 아픔을 어루만지고 대책마련을 해야 할 우리의 정치인들은 무능했고, 식자층들은 밥그릇 싸움하기에 바빴다. 우리의 아픔이다.

결국 여수의 인구를 늘리기 위해서는 기업유치 등을 통해 더 많은 일자리를 창출하는 수밖에 없다. 먹고 살 수 있는 일거리가 있다면 누군들 되돌아오지 않겠는가.

그리고 이 기회에 지나치게 편중되어 있는 여수산단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는 방안도 고민해야 한다. 이를 위한 대체방안으로 중소기업의 육성을 들고 싶다.

1만 명을 고용하는 한 개 기업을 유치하기는 어려워도 한 명을 고용하는 1만 개 기업을 유치하기는 쉽기 때문이다.

육상, 해상, 항공 등 물류에 많은 강점을 가지고 있는 여수가 준비하고 관심을 가지면 유치할 수 있는 신규사업과 중소기업은 얼마든지 있겠다.

이들 사업과 기업들을 유치하기 위한 세제혜택, 행정절차 간소화, 저렴한 산업단지조성 등 신규기업들에 대한 인센티브 제공을 대폭적으로 확대할 수 있는 우리의 열린 행정도 필요하겠다.

그리고 그 어떤 것보다 중요한 것은 최고의 교육환경과 문화환경을 이 땅에 조성해 이 땅에 사는 시민들을 행복하게 하는 일이다.

이러한 노력들이 하나씩 실천으로 옮겨질 때 여수는 사람들이 기분 좋게 북적이는 선진도시로 탈바꿈 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처럼 당장 박람회 이후도 예측하지 못하는 우리 모습이 아니라 지금부터 원대한 도시의 미래를 준비해야 할 때다.

많은 사람들은 미래란 먼 훗날에 오는 일이기 때문에 지금 당장에는 관심이 없다. 오늘 하루 먹고 살기도 바쁜데 무슨 미래냐 하는 사람도 있겠다.

그러나 미래는 항상 미래로 있는 것이 아니라 금방 현실로 다가온다. 미래가 현재가 되고 또 과거로 바뀌면서 금방 새로운 미래가 나타나는 것이다.

따라서 미래를 잘 예측하고 준비하는 사람, 그리고 도시만이 승자가 되는 것은 당연하다.

반대로 미래에 대한 준비를 소홀히 하면서 더 나은 미래를 기대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것은 어림없는 얘기다.

이것은 개인이나 기업이나 도시나 국가나 다 마찬가지다. 우리 도시가 성공적인 도시가 되기 위해서는 미래지향적 시정운영이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서는 시민들이 무엇을 원하는지를 알아야 하고 온 도시가 공사판이 되어 개조작업을 하듯이 이 땅의 정신문화에 대해서도 심각한 고민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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