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 지겹도록 받았던 질문이 있다. “넌 꿈이 뭐니?” 어른이 된 지금 우리는 잘 알지 못하는 아이를 만나더라도 이렇게 묻는다. “넌 꿈이 뭐니?”

나중에 커서 뭐가 되고 싶은지, 네가 꾸는 꿈이 무언지에 대해 우리는 묻고 또 묻는 것이다.

그런데 아이에게 꿈을 물었을 때 “잘 모르겠는데요”라는 대답을 듣게 되면 우리들은 어이없는 표정을 짓게 된다.

그래서 아이라면 반드시 꿈에 대한 그럴듯한 대답을 준비해야 한다. 대통령이라든지, 유엔사무총장이라든지, 과학자라든지, 가수라든지. 아이가 꿈을 꾸는 건 의무이기 때문이다.

이쯤해서 하나 묻자. “여수, 너의 꿈은 뭐냐?” 또 묻자. “넌 커서 뭐가 되고 싶냐?” 하나 더 묻자. “네가 애달프게 꾸는 꿈이 무엇인지 말해 줄 수 있겠냐?”

여수라고 왜 꿈이 없을까. 크고 거창하고 원대한 꿈이 왜 없을까만은 내가 묻고 싶은 것은 시민들에게 그 꿈을 얘기해 줄 수 있느냐 하는 것과 그 원대한 꿈을 시민들과 얼마나 공유하고 있느냐 하는 것이다.

우리 여수가 이랬으면 좋겠다. 자동차가 늘어나니 도로가 늘어나는 그런 도시가 아니었으면 좋겠다. 자동차가 주인인 그런 도시가 아니라 사람이 주인인 그런 도시였으면 좋겠다.

즉흥적으로 도시 미래가 결정되는 도시가 아니라 앞으로 10년 안에, 10년 뒤에 도시가 이랬으면 좋겠다는 구체적 계획이 있었으면 좋겠다.
언제 어디서나 음악이 흐르는 도시였으면 좋겠다. 기업인들이 기업하기 좋은 그런 도시였으면 좋겠다.

거리마다 문화가 흘렀으면 좋겠고, 예술이 넘쳐났으면 좋겠다. 우리지역 출신인 허영만 화백의 식객거리도 있었으면 좋겠고, 만화거리도 있었으면 좋겠고, 세계적 사진 거장인 배병우 작가의 멋있는 전시관도 있었으면 좋겠다.

여수와 별 관계도 없는 하멜 전시관 짓는다고 30억원을 때려 붓기보다 전원일기 김정수 작가의 문학세계를 담은 문학관이 있었으면 좋겠고, 여수가 낳은 천재화가 손상기 화백의 기념관이 있었으면 좋겠다.

그렇게 여수의 거리거리마다 문학이 흐르고, 예술이 흐르고, 시가 흐르고, 음악이 흐르고, 그 안에서 우리 아이들이 초롱초롱한 꿈을 꿀 수 있었으면 좋겠다.

미국에 있는 스마일의 수도로 불리는 포카텔로르라는 도시가 있다. 이 도시는 모든 시민이 모르는 사람에게도 웃어야 한단다.

만약 상대방이 웃음을 보였는데 웃음을 보이지 않으면 그 사람은 경범죄에 걸린다. 벌금을 내거나 소양교육을 받아야 한다. 신기하게도 이 도시가 미국에서 범죄율이 가장 낮은 도시란다. 이렇게 여수의 거리도 웃음이 넘쳐났으면 좋겠다.

독일 북부에 있는 교육도시 뮌스터 도심에선 자동차 속도가 시속 30㎞로 제한된다. 자전거가 차 앞을 가로막으면 운전자는 경적 대신 창밖으로 손을 내밀어 먼저 가라고 해야 한다.

만약 자동차가 달리는 자전거 1m 안에 접근하면 벌금을 물어야 하기 때문이다. 자전거 전용 신호대기차선이 자동차 대기차선보다 3m 앞에 마련돼 있어 자전거의 안전한 출발을 돕는다.

인구 28만에 자전거 50만대인 뮌스터에선 자동차가 가장 불편한 교통수단이 된다. 주차장 부족해 그 원성이 하늘을 찌르는 여수가 참고했으면 좋겠다.

여수가 지금 내걸고 있는 대부분의 정책들에게서 공통적으로 아쉬운 점이 하나 있다. 이들 정책 대부분이 도로 건설과 같은 하드웨어적 측면에 국한된 도시개발 정책들이라는 점이다.

이제는 기업도 도시도 소프트웨어가 하드웨어를 이기는 시대다. 애플이 그렇고, 구글이 그렇고, 페이스북이 그러하듯이 이제는 도시의 하드웨어보다 도시의 품격을 높이는 소프트웨어에 좀 더 많은 배려를 해야 할 때다.

이왕 꿈 얘기를 했으니 교육문제도 언급하자. 애써 키운 지역 우수 인재들이 학업을 위해, 취업을 위해 속속 이 도시로 떠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지역이 키워야 할 인재는 결국 여수를 떠나버리는 사람이 아니라, 지역에 남아 지역을 지키고 지역에 맞는 발전을 이끌어 갈 지역 인재이기 때문이다.

선거철만 되면 사람 없다고 불평할 일도 아니다. 지역 내 인적 자원이 없는 이유는 원래 사람이 모자라서가 아니다. 지역에서 인재를 키우는데 인색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울산에 과기대가 있듯이 여수에도 과기대 하나가 있었으면 좋겠다. 인재가 있어야 기업도 들어오고 문화도 꽃이 피기 때문이다.

우수한 과학 인력이 있어야 벤처 기업이 둥지를 틀고, 뛰어난 예술가들이 지역에 뿌리내려야 문화가 번창하기 때문이다.

꿈에는 실현 가능한 꿈이 있고, 실현이 불가능해 보이는 꿈이 있다. 실현 가능한 꿈은 할 수 있는데 하지 않는 꿈이다. 꿈꿀 시간에 하면 되는 그런 꿈이다.

내가 말하려는 꿈은 불가능해 보이는 꿈이다. 하면 되는 꿈이 아니라, 하면 될지 안 될지 모르는, 그러나 꼭 하고 싶고 해야 하는 그런 꿈이다.

노력한다고 당장에 이룰 수 없지만 이 꿈이 실현된다면 너무나 좋을 것 같은 그런 꿈. 그 꿈이 있기에 오늘을 견디게 해주는 그런 꿈.

사람도 도시도 누구나 꿈을 꿀 권리가 있다. 지금이라도 우리만의 새로운 꿈을 꾸는 건 어떨까? 우리가 마음만 모으면 실현 불가능한 꿈은 아닐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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