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여가 통합된 지 올해로 14년이란 세월이 흘러갑니다. 짧지 않은 세월입니다. 이 세월이면 강산이 한 번 바뀌고도 남는 세월입니다.

3여의 통합은 전국 최초로 주민 발의에 의해 이루어진 통합이었습니다.

여수시민 스스로가 만들어 낸 자랑스러운 통합이었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외형상으로는 3여가 통합되었다 할지라도 서로의 마음까지 통합되었다고 하기에는 여러 가지 안타까운 일들이 아직 많습니다.

시민들은 그냥 여수시민으로 살고 싶은데 일부 정치인들과 일부 몰상식한 사람들은 아직도 여수를 따지고 여천을 따집니다. 그들은 기어코 지역을 찢어놓아야만 직성이 풀리나 봅니다.

공무원 조직 안에서도 어느 지역 출신이 인사상 이익을 봤니, 손해를 봤니 하는 얘기가 아직까지 회자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여수시 의회도 마찬가지입니다. 구 여수지역 출신인 갑지역 의원들과 구 여천지역 출신인 을지역 의원들이 사사건건 의견을 달리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시장통에 있는 여수시 교육지원청 이전 문제가 최근 불거졌습니다. 비좁은 교육청을 이제는 옮길 때가 되었다는 의견들이 오랫동안 지역 내에서 거론되었기 때문입니다.

그 교육청이 원도심에 있는 자산초등학교로 이전한다는 소식에 구 여천출신 정치인 몇 명이 발끈하고 나섰습니다. 전남도를 상대로 100억원이 넘는 교육청 이전 예산을 아예 주지 말라는 요구까지 한 모양입니다.

여수에서 여수로 가는데 여천이 어디 있고 여수가 어디 있습니까? 여기나 저기나 자동차로 10분이면 도착할 거리인데 느그 동네가 어디 있고 우리 동네가 어디 있습니까?

그렇게 여수와 여천을 따지는 사람은 밤 9시 넘어서 여수 원도심을 한 번 방문해 보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그 거리를 한번 걸어 보시기 바랍니다. 한 마디로 귀신 나옵니다.

그런데 그 원도심은 여수 땅이 아니고 일본 땅입니까? 손바닥만한 땅 덩어리에서 여수가 어디 있고 여천이 어디 있습니까?

그렇게 속 좁은 생각으로 지역을 분열시키는 정치인들이 여수의 지도자로 나서고 있으니 여수 정치가 해가 거듭될수록 뒷걸음질 치는 것 아니겠습니까?

적지 않은 시민들은 그동안 여수와 여천을 나누는데 나름대로(?) 기여한 국회의원 선거구가 이번 기회에 아예 하나로 통합되었으면 좋겠다는 극한 얘기까지 합니다. 시민들은 하나이고 싶은데 자꾸만 펌프질 하는 사람들이 꼴보기 싫다는 얘기입니다.

국회의원 수가 줄어들면 지역에 득보다 실이 많음을 시민들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국회의원 수를 줄이자는 의견이 많은 이유는 둘이 있음으로 해서 얻는 이득보다 둘이 있음으로 해서 지역에 끼치는 해악이 더 크다고 시민들이 느끼기 때문일 것입니다.

한 도시에 국회의원 지역구가 둘이 있다 보니 그들의 영향력 아래에 있는 시의원들도 덩달아서 여수를 따지고 여천을 따지는 일이 10여년이 넘도록 반복되고 있습니다.

여수시의회 의장 선거를 해도 갑 지역과 을 지역으로 편이 나누어집니다. 느그 쪽이 한 번 했으면 이제는 우리 쪽에서 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여천지역에 무엇을 하자고 하면 여수지역 출신 의원이 반대를 하고, 여수지역에 무엇을 하자고 하면 여천지역 출신 의원이 반대를 합니다.

이번 교육청 이전에 관한 파문도 같은 맥락입니다. 여천에서 여수까지 가는데 몇 분이나 걸립니까? 길어야 10분 15분입니다.

우리가 사는 이 땅이 서울만큼 큽니까? 부산만큼 큽니까? 손바닥만한 도시를 이렇게, 기어이 찢어 놔야 직성이 풀리십니까? 어찌 생각의 크기가 그것 밖에 안 되십니까?

도시 전체로 봤을 때 우리 도시는 부족함 투성입니다. 그 부족한 것들을 서로 보완하면서 같이 성장하면 얼마나 좋습니까?

말로는 통합을 외치면서 실제 행동은 지역의 분열을 부추기는 사람들에게 조심스럽게 말씀 드립니다.

그러는 거 아닙니다.

정치의 목적은 시민을 사랑하는 것입니다. 시민보다 자기 자신을 먼저 사랑하면 안 되는 것이 정치입니다.

오해와 갈등을 이해와 화합으로 바꾸는 것이 정치입니다. 막힌 곳을 뚫고 묶인 매듭을 풀어가야 하는 정치인이 시도의원이고 국회의원이고 시장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지금 어떻습니까? 그러한 사람들이 솔선수범(?)해서 사랑보다는 미움을 강조하고, 화합보다는 분열을 강조하고, 협력보다는 대결을 강조하고 있지 않습니까?

시민에게 희망을 주는 정치인은 어디에 있습니까?
시민들을 그렇게 나눠서 어떻게 하겠다는 것입니까?

지역문제를 자신들의 정략에 이용하지 말 것을 당부 드립니다. 전라도와 경상도를 나누듯이, 그냥 여수시민이고 싶은 시민들에게 바람 넣지 마시라는 얘기입니다.

지역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그렇게 목소리를 키워서 자신의 존재감을 나타내려는 하급의 짓을 더 이상 하지 말라는 얘기입니다.

3여가 통합될 당시 33만명이 넘던 인구가 이제 29만명도 지키기 힘든 도시가 되었습니다. 통합해서 이정도 쪼글아 들었으면 됐지 더 이상 무엇을 어떻게 하자는 얘기입니까?

그동안 도시를 이끌었던 정치인들이 뭘 잘했다고 도시를 이렇게 찢어 놓습니까?

이제 2011년이 역사의 저편으로 조용히 사라지려 합니다. 박람회가 개최되는 2012년은 새롭게 주어지는 백지위에 새 역사를 써나가야 하는 대단히 중요한 한 해가 될 것입니다.

새롭게 다가오는 역사는 지금 앞서 나가고, 지금 더 가진 자들이 그릇된 욕심과 미움을 내려놓고 사랑과 통합으로 우리 사회를 보듬어 주는 아름다운 역사였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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