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동석(여수시 문수동)
나는 여수사람이다. 여수에서 태어나 여수에서 자랐고, 여수에서 직장을 다니고, 결혼해서 아이 둘 낳아 기르며 살고 있다. 이렇기에 사람들이 모인 장소, 특히 술자리에서 여수를 비하하는 말들을 들을 때면 몹시 귀에 거슬린다.

“여수에는 인물이 없다” “여수는 밀수 도시다” “바닷가 사람들이라 거칠다.” “인근 도시는 국회의원이나 시장 출마자들만 봐도 인재가 차고 넘치는 데 여수는 그렇지 않다” 이런 다분히 냉소적인 말들이 그것이다.

이참에 나도 고백을 해야겠다. 나도 가끔 친구들과 모임이라도 있을 때면 그런 말들을 아무 생각 없이 한 적이 더러 있었다. 그러면서 “여수가 인물이 많지 않은 것은 ‘여․순 사건’ 때 많은 인재들이 희생되었기 때문이다.”라는 단서를 붙인다. 많은 사람들이 이런 단서에 동의하기도 한다.

나는 “여수에 인물이 없다.”라는 말을 무심코 하면서도, 여수출신이 아닌 사람들이 이런 말을 하면 듣기 싫다. 왜일까? 그 구실을 찾아보았는데, 적당한 생각이 떠올랐다. 그것은 “어느 부모든 내 자식이 잘못을 저지르거나 부족한 구석이 있으면 혼을 내기도 하고, 실망도 하지만 다른 사람이 내 자식을 흉보거나 나무라면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라는 변명이다.

그러면서 다시는 내가 앞장서 고향을 비하하는 말들을 하지 않겠다는 다짐을 한다. 특정한 사건에 대한 특정한 비판과 비난은 있을 수 있으나 문화적, 학문적으로 뒷받침될 수 없는 여수사람들만의 일반화된 낮은 수준의 기질은 있을 수 없는 것이다.

흔히 사람들에게 회자되는 인재의 기준이 과연 무엇인가? 국어사전에는 인재가 “학식․능력이 뛰어난 사람”이라고 적혀 있다. 학식과 능력이 뛰어난 사람이 분명 인재이기는 하지만, 이제 시대가 변하여 능력을 판단하는 기준이 많이 변하고 있다.

영화, 음악, 미술, 디자인, 광고, 바둑, 심지어 컴퓨터 오락게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국위를 선양하는 인재들이 존재한다. 아마도 이제는 대다수 사람들이 예전처럼 공부 잘해서 고시합격하고 입신출세하면, 그것이 곧바로 인재의 기준을 모두 충족한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인재 또는 지도자가 될 수 있는 사람을 판단하는 데는 정직과 성실, 청렴, 지역 또는 국가에 대한 헌신과 봉사, 지속가능한 환경을 생각하고 공존하려는 노력 - 정말이지 이제 환경을 배제한 패러다임으로 아무 것도 안 된다 - 이런 것들이 고려되어야 한다.

공부 잘해서 사회적인 성공을 해도 지역에 대한 애정도 없고, 헌신적인 자세도 없으며, 단지 자신의 욕심만 채우기 위해서 산다면 그 사람은 인재가 아니라 재앙이 될 수도 있다. 이제 똑똑한 소수의 사람이 나라와 지역을 좌지우지 할 수 있는 시대도 아니다. 지역이 발전하려면 공동체에 소속된 많은 사람들의 평균적 의식이 높아져야 하고, 공동체를 사랑하고, 공동체를 위해 헌신하고 봉사하는 사람이 많아져야 한다.

누군가가 우리 고장을 얕잡아 보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는 우리 스스로 긍지와 자부심을 가져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 고장 여수는 좋은 기회를 맞고 있다. 눈앞에 다가오고 있는 2012여수엑스포가 그것이다.

여수사람들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고, 어느 대도시도 감히 꿈꾸지 못했던 국제 행사를 시민들이 지역의 미래에 대한 희망을 공유하면서 단합된 힘으로 유치하고, 성공개최를 향해 서로를 격려하고 있다. 국내는 물론 해외 유수의 도시들과 경쟁에서 이겨 나오고, 어려운 준비 과정을 헤쳐 오면서 스스로 자부심이 높아졌다.

시민 모두가 일치단결하여 엑스포를 성공시킨다면 여수는 새롭게 태어날 것이고, 누구도 위대한 일을 해낸 여수사람들을 가볍게 볼 수 없을 것이다. 더 중요한 것은 큰일을 해낸 시민들의 자긍심이 높아질 것이라는 점이다. 본디 타인이 나를 업신여기는 것은 그렇게 보이도록 한 자신에게도 책임이 있는 것이다.

내가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고 아끼지 않고 자존감을 갖지 않을 때, 다른 누군가가 나의 빈틈을 비집고 들어와 가볍게 볼 수 있는 틈을 주는 것이다. 우리 시민들은 여수엑스포를 지역공동체가 물질적, 정신적으로 한 단계 상승하는 기회로 만들었으면 한다.
 

김동석  여수시 문수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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