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새벽, 천둥번개를 동반한 비로 우리는 섬 일정을 연기할까 하는 고민을 했다. 하지만 우리들을 기다리고 계실 어르신들을 생각하니 꼭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짐을 챙겨들고 뱃머리로 나섰다. 다행히도 비바람이 잦아들기 시작한다.



‘섬의 어르신들을 만나라고 하는 하늘의 뜻인 가보다’ 하고 설레이는 마음으로 강주희 서비스.연계 조정자(여수네트워크), 김용 선생님(남산요양원), 그리고 나 셋이서 배를 타고 광도로 향했다.



섬으로 가는 길, 높아지는 파도와 굵어지는 빗줄기 속에서 우리는 정신을 차릴 수 없을 정도로 심한 멀미와 한참을 파도와 싸우면서 섬에 도착했는데 이를 어쩌나, 파도가 높아 광도에 배를 안전하게 댈 수 없는 상황이었다.

배에 시동을 켠 채로 우리는 부둣가로 뛰어 내렸다. 다행이 모두가 안전하게 광도의 땅을 밟을 수 있었다.



잠시 갯바위에 앉아 지친 몸을 추스르고 있는데 멀리 케이블카에서 우리를 바라보는 할아버지의 모습이 보였다.

“할아버지 안녕하세요!” 큰 소리로 인사를 전했지만 바람결에 목소리는 흩어져 버렸다. 밑반찬과 구급약상자를 나눠들고 끝이 보이지 않을 것 같은 길을 천천히 올라갔다.

“누군가?” 할머니의 정다운 목소리. 서둘러 내려오시며, 손을 잡아 주신다.

할머니는 우리를 기억하고 계셨다. 한번 뵈었을 뿐인데, 기억해 주시다니 마음이 흐뭇했다.



할머니, 할아버지와 함께 마루에 걸터앉아 마을 어르신 소식을 물었다. 광도엔 모두 아홉 분이 사신다. 65세 어르신이 제일 젊다.

한분 한분의 소식을 물으니 뭍으로 치료차 나가셨다고 한다.

마땅한 의료시설이 없기 때문에 큰맘 먹고 한 번씩 나간다.



산위에서 물을 끌어다 쓰는 집 뒤편의 자그마한 샘에서 사발을 헹구어 아껴두셨던 사이다를 꺼내 따라주신다.

육지에선 마음대로 사 먹을 수 있는 사이다지만 육지와 너무 먼 이곳에서는 귀하고 귀한 음식이다.



할머니는 광에서 아껴뒀던 라면을 가지고 나오면서 한사코 라면이라도 대접해야겠다 하신다. 귀한 라면이기에 다음에 와서 꼭 먹겠다고 말씀드렸다. 따뜻한 배려에 몇 분전 파도 속에서 힘들었던 기억은 사라진다.



다른 섬으로의 이동을 위해 아쉬운 작별을 해야 했다.

할머니, 할아버지께 9월에 다시 찾아 뵐 것을 약속하며 부둣가로 향했다. 할머님은 백야도에 도착하면 꼭 전화하라며 몇 번을 당부하신다. 손자 소녀 같은 우리들이 잘 도착했는지 걱정이 되시는가 보다.



따뜻한 사람들이 모여 사는 광도. 이곳 광도에 정을 나누기 위해 함께 할 이들은 없을까?





큰여수희망복지 여수네트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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