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옥스님과의 첫 대면은 2년 전 이맘 때 박원순변호사와 강용주 시의원과 돌산 하얀연꽃에서 3시간여에 걸친 대화가 첫 만남이었다.



그 때 박원순 변호사는 지역인사들과의 만남을 통해 작지만 가능성 있는 아이디어를 찾기 위해 여수를 방문했던 터였다.



그 날 진옥스님은 사회복지분야 전반에 걸친 해박한 지식을 거침없이 풀어 놓는 것을 보고, 진한 감동으로 다가왔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부처님 오신날을 맞이하여 진옥스님의 이러한 마음의 일면을 엿듣고자 귀한 만남의 시간을 가졌다







부처님 오신 날

시민들에게 한마디...



요즘 우리지역에 불필요한 갈등구조가 너무 많이 일어나는 것 같다. 그것을 지켜보는 입장에서 많은 안타까움을 느낀다.



어느 사회든지 욕심이 없을 수 없으니 크고 작은 갈등은 있게 마련이다. 그러나 우리지역에는 이러한 갈등이 생겼을 때 이를 봉합하는 과정이 서툴다 보니 이를 해소하는 과정에서 소모적 갈등이 심한 편이다.



모두가 한걸음씩 물러나서 남의 잘못을 꾸짖기 전에 나의 잘못을 먼저 바라볼 줄 아는 마음을 가져 주기를 당부하고 싶다. 잠깐이라도 남을 배려하는 마음, 우리지역에 꼭 필요한 마음이 아닌가 한다.



지역에 화두를던져 준다면 한 마디로 '화합’이다.이 말이 지금은 많이 오염돼 있지만 화합이라는 것은 서로 조화롭게 사는 것이다.



마음속에 욕심이 사라지고 나면 싸움이라는 것이 사라진다. 그 세상이 바로 극락이다. 내 욕심을 버리는 것이 먼저다. 요즘사회에서 욕심을 버리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가를 잘 안다.



그렇지만 내가 10개를 챙기기 전에 상대의 것 2개만이라도 챙겨 주려는 마음을 가지면 지금과 같은 갈등요소들이 많이 사라질 것이다. 세상에는 지고 이기는 것은 없다.



조그만 개구리 한 마리를 죽이면서 “내가 이정도로 힘이 세다”고 말해보았자 아무 소용없는 얘기다. 힘으로 상대를 죽이는 것은 결코 죽이는 게 아니다.



평소 말씀 중에 원효의 화쟁 사상을 자주 말씀 하시던데...

원효의 화쟁사상을 보면 오른쪽은 왼쪽과 다르지만 왼쪽이 없으면 자기도 존재하지 못하고, 반대로 왼쪽도 오른쪽과 다르지만 오른쪽이 없으면 자기도 성립하지 못한다는 뜻이다.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홀로 생기는 법은 없다. 오로지 나는 100% 정당하고, 상대방은 100% 그르다는 생각으로는 끝없는 투쟁의 연속만이 있을 뿐이다.

우리는 세상일에 대해서 너무 흑백논리와 선악심리로 막말을 하고 단죄한다.



그런 풍토에서는 같이 참회하고 같이 손을 잡기가 어려워진다.

어떤 일에 냄비같이 빨리 끓고, 쉽게 식는 사회는 사유가 얄팍하기 때문이다. 화쟁은 오직 사회가 깊어지기를 바라는 곳에서만 자란다.



지역갈등이 있을 때 이를 조정하는 지역 어른들의 완충역할이 아쉬운데...

우리 여수지역의 특징이다. 여순사건을 거치면서 우리는 자신도 모르게 싸움을 보면 겁을 낸다.



여순사건에서 보았듯이 싸움이 일어난 주변인들까지 모조리 피해를 입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싸움이 있으면 우선 그 자리를 피하고 싶은 마음이 생겨난다. 이것은 누구 탓을 하기 보다는 아픈 역사경험을 보면 이해할 수 있는 대목이다.



그렇지만 좋은 일에는 이러한 조정 역활을 너무 잘한다. 3여가 통합될 때도 그랬고, 세계박람회를 유치하는 과정에서도 그랬다. 이는 앞으로 시간이 지나면 나아질 것이라고 믿는다.



현실정치에서도 확실한 의사표시를 하는 것으로 아는데...



가능하면 한발 물러나 있기를 원하지만 필요할 때는 내 목소리 내는 것을 주저하지는 않는다.



시의회의 경우만 하더라도 지금 여러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면서 불편한 모습이 되어있는데 시의회의 본질적 기능을 놓고 생각해 볼 때 왜 이러한 문제들이 발생했는지는 누구보다 본인들이 더 잘 알 것이다.



서로 화합하기 위해서는 서로가 서로에게 미안한 마음을 가져야 한다. 부처님은 조화와 화합을 얘기하면서 결국 이것은 자기 욕심이 사라져야 가지는 마음이라고 했다.



서로 자기 욕심을 버려야 한다. 자기 욕심을 버리지 않고 화합은 있을 수 없다.

옛날이나 오늘날이나 사람들은 자주 다툰다. 그래서 세상은 평온한 날이 적다. 나는 옳은데 당신은 그르다는 시비가 자주 일어나고, 입씨름이 격해지면 주먹이 오가며, 주먹이 대포로 바뀌면 그것이 전쟁이 된다.



사람들은 평화를 원하지만 자기의 고집을 꺾기란 참 어렵다. 화합이라는 것은 단순한 이론이 아니라 실천의 문제이다. 지역의 사회복지 분야에 상당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데 지역 내에서 우선 통합적인 정보를 갖고 있지 못한 것이 아쉽다.



사회복지 서비스대상자들이 총체적으로 파악되지 않으니 어디에, 누가, 어느 정도 불편한 사람들이 있는지 이에 대한 정확한 통계가 없다.



서비스 대상자에 대한 문제가 무엇인지 명확하게 파악되어 있어야 하는데 그 파악이 제대로 되어 있지 않으니 ‘그럴 것이다’하는 생각을 가지고 부분적인 서비스 밖에 하지 못한다.

어렵더라도 수요자에 대한 전반적인 욕구조사가 필요하다. 이 조사를 통해 서비스 대상자들에 대한 체계적인 파악이 이루어져야 하고, 그것을 자료화 시켜 통합적인 관리를 할 필요가 있다.



노인복지는 지금...



노인 중에서 기초수급권자는 무료 양로소로 가고, 여유가 있는 실비지급자는 유료양로소로 갈 수 있는데, 우리 사회는 그 사이에 있는 사람들의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에 대한 대책이 부족하다.



주간 보호시설의 확충이 절실하다.주간 보호시설은 낮에는 모셔놓고, 밤에 모셔가는 시설을 말한다. 그리고 노인학대문제도 겉으로 드러나지 않아서 그렇지 상당히 심각한 편이다.



우리나라 정서상 자식에게 학대받아도 부모는 자식을 고발하지 못한다. 더 심각한 것은 자식들이 멀쩡하게 살아 있는데도 부모를 방치하는 자식들이 많다는 점이다.



싱가폴 같은 나라의 경우 자식이 능력이 있음에도 부모를 방치하면, 그 비용을 우선 국가에서 부담하고 그 부담을 자식에게 법적으로 지운다. 우리나라는 이에 대한 법적인 제재 방법이 없다 보니차라리 없느니만 못한 자식들도 많다. 이 부분도 결국 우리 사회의 몫이다.



농촌 고령화가 심각한데...



여수는 도농 통합형도시이다. 지금 농촌의 청년위원장 나이가 70이다. 농촌마을 하나 하나가 지금 양로원으로 변해가고 있다.



말도 못하는 양반들이 죽을 때까지 그냥 기다리는 것과 다를 것이 하나도 없다. 우리 모두는 10년 안에 노인들의 비명 없는 죽음을 그대로 방치하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그 만큼 농촌의 고령화가 심각하다는 얘기이다.



지금 시골에서 농사를 짓고 있는 노인들은 농사를 계속할 힘도 없고, 계속해서 농사지을 나이도 아니다.



시골을 가면 버려진 논밭이 수도 없이 많다.농사가 경제적 가치가 없어서라기보다는 남아있는 노인들이 농사지을 힘이 없기 때문이다.



중앙정부나 지방정부나 지금 해야 할 것은 세금을 걷어서 구조적으로 약해진 부분들을 보완하는 일이다. 지금 누구도 이에 대한 대책을 갖고 있지 않다는 것이 더 큰 문제다.



사회복지분야의 일을 하면서 꼭 해보고 싶은 일이 있다면...

하고 싶은 일이 너무나 많다. 우선 한 가지만 예를 들자면 섬사람들에 대한 복지이다. 우리 지역에는 수많은 섬들이 산재해 있다.



이제 섬사람들에 대한 복지 쪽에도 관심을 가져 볼 때가 되었다고 믿는다. 그래서 ‘복지’라는 전반적 개념을 수행할 수 있는 ‘복지선’이 그나마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 배에 질병관리. 목욕, 이발, 그밖에 섬사람들에게 필요한 서비스와 봉사단의 수송 등에 이르기까지 의료와 복지와 행정을 연계할 수 있는 ‘복지선’이 꼭 필요하다.



아직 우리나라 어느 곳에도 없는 것이기는 하지만 도농 통합형 도시인 우리지역에는 적합한 시설이 아닌가 한다. 아프가니스탄에 가면 의사들이 가서 약을 쓸 수 없다. 못 먹어서 병이 생긴 환자들이 많기 때문이다.



우리지역도 마찬가지다. 어느 하나의 분야만 가서는 안 된다. 하나의 배에 복지팀이 같이 움직일 수 있는 ‘복지선’이 있었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있다.



지역 환경문제에도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아는데...

우선 광양만권 얘기를 하자면 광양만권은 이미 산란기능을 완전히 상실하고 있다. 중금속 농도 또한 심각한 수준이다.



이처럼 광양만권은 완벽하게 생태계가 파괴되고 있는데 그 원인으로는 주암댐 건설로 인해 섬진강 수량이 감소하였고, 광양제철과 여수산단의 오염물질들이 대량으로 발생하여 생태계가 파괴되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그 영향은 광양만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남해와 가막만까지 그 영향을 미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문제를 제기하면 관계기관에서는 문제없다는 대답만 나오다 보니 문제가 더 심각해진다. 이것을 복원의 문제로 접근해야지 보상의 문제로 접근해서는 절대 안 된다.



우리지역 아젠다는...

과거에 비해서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우리사회가 안고 있는 과제들이 아주 많다. 끊임없이 지역의 아젠다를 개발해야 한다.



우리 지역에도 건강한 요소들이 많은데 그것들이 산발적으로 나오다보니 제대로 그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모두가 마음을 열고 화합하려는 마음을 가질 때 지역의 희망이 보일 것이다.



지역이 더 발전하기 위해서는 열린 사고를 가진 사람들을 많이 키워내야 한다. 그리고 지역사회에 나눔의 문화가 좀 더 발전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갖는다.



나눔은 욕심을 덜어 주는 수행이며, 나도 이익이 되고, 남도 이익이 되는 대승의 삶이기 때문이다. 나는 사회 여러 곳을 방문하면서 그 희망을 분명히 보았다. 우리 지역 사람들을 믿는다. 박완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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